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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TSMC의 리쇼어링, 어디까지나 '면피용'일 뿐

David Price  | Macworld 2022.12.13
2016년 초, 미국 대선 출마 당시 도널드 트럼프는 “빌어먹을 애플 컴퓨터를 해외가 아니라 미국 본토에서 생산되게 하겠다”라고 공약했다. 모호하고 모자란 계획이라 많은 조롱을 받았다. 일단 현실성이 아주 부족했다. 복잡한 해외 공급망 관계를 단번에 해체하고 기술과 인프라가 전혀 없는 지역에서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애플은 최소한 공개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의 아이디어를 정중하게 받아들였다.
 
ⓒ Rob Schultz/IDG

어쩌면 좌익 편향이라는 비난을 막을 만한, 애국심에 호소한 보호막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세계 최대 IT 기업이 자국 시장 절반의 외면을 받는다면 곤란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애플은 하드웨어 ‘일부’를 미국 내 생산하자는 안에 매우 적극적이다. 트럼프는 몰랐겠지만 애플은 이미 그 “빌어먹을 컴퓨터” 1종을 미국에서 생산 중이었다. 바로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 소재 공장에서 생산되는 맥 프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생산 대수가 적은 틈새 제품이라서 미국 내 생산이 아이폰보다는 훨씬 더 수월하다.

이번 주에는 대만 소재 공급업체 TSMC가 미국 애리조나 주 소재 공장을 신설하고 애플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그러나 비슷하게 범위가 제한돼 있다. 실제 애플 제품이 아니라 부품 1종이 생산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래도 중요한 문제이고, TSMC는 아이폰, 아이패드, 맥, 애플 워치, 애플 TV 등등 애플이 판매하는 거의 모든 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생산한다. 따라서 최종 완제품의 일부가 “(부분적으로) 미국 내 생산품”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첫 번째로 주의할 것은 기간이다. 생산 공장은 2024년에야 문을 연다. 따라서 내년 발매 예정인 아이폰 15, 애플 워치 시리즈 9, 차세대 맥 및 아이패드 초기 물량은 당연히 제외된다. TSMC와 애플은 서둘러 미국 내 공장 소식을 공개했지만 그 조치의 효과가 나려면 아직 멀었다.

설령 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더라도 애플이 사용하는 반도체 전체를 생산하지는 않는다. 그럴 만한 생산용량이 없다. TSMC에서2023년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되는 3nm 제조 공정에 맞는 설비도 없다. 이 공장은 5nm나  4nm 공정을 사용하므로 적어도 초반에는 새로운 A-시리즈 CPU보다 중요성이 크게 낮은 구형 반도체에 집중해야 한다. 2024년에 구입하는 아이폰 13나 14의 경우 프로세서가 애리조나에서 생산된 것일 수 있지만, 아이폰 15이나 16 프로세서가 여기서 생산될 가능성은 낮다. 애리조나 주 공장에서는 애플 워치 및 애플 TV에 들어가는 소형 반도체 일부를 생산할 가능성이 더 높다.

본질적으로 애플 미국 내 생산 계획의 문제점은 애플이 제조 기반을 국내로 이전할 이유가 사실 없고, 자국 이전으로 실질적으로 얻을 이익도 없다는 점이다. 이전처럼 중국, 베트남, 인도에서 제조의 대부분을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 인건비가 저렴하고, 노동법이 상대적으로 직원에게 불리하며, 기존 공장이 제품 대량 생산에 맞게 설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지금까지 복잡한 국제 공급망을 재미 삼아 만든 것은 아니다. 공급망의 각 연결 지점은 법률, 경제, 인재, 세금 문제를 고려하여 최적으로 선택된 것이다. 공급망 중 그 어느 부분이라도 미국으로 옮긴다는 것은 비용 상승으로 인한 수익 저하로 소비자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애플이 진짜로 원하는 것은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반도체 생산을 내세운 긍정적 홍보 효과다. 애리조나 공장은 이미 대서특필되어 그런 홍보 효과를 누렸으니 이제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런데 그런 기사를 읽고 아이폰 15에 탑재될 반도체가 미국 내 생산품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물론 미국 애리조나 공장을 필두로 대대적인 변화가 시작될 수도 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가 약속한 장려금(올해 8월 법제화된 반도체(CHIPS) 법 등) 덕분에 애플이 공급망 중 상당 부분을 미국 내로 이전하는 조치가 타당성을 획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애플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이득을 얻기 전까지는 서둘러 이전이나 생산 계획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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