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애플의 A16 바이오닉이 이름값 못하는 프로세서인 이유

매년 애플은 새로운 A 시리즈 SoC(System on Chip)와 함께 최신 아이폰을 출시한다. 올해 애플은 완전히 새로운 경로를 택했다. 아이폰 14 프로 모델에만 새로운 A16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기본 모델에는 2021년 출시된 A15(아이폰 13 프로 모델에 적용된 5코어 GPU 버전)를 탑재한 것이다.
 

출시 연도의 구분만이 유일한 차이점은 아니다. A16은 이전 SoC와 비교하여 혁신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물론 몇 가지 변경 사항은 있지만, 일반 사용자가 알아차릴 가능성이 낮은 변화다. A15와 A16의 차이점은 애플의 일반적인 연간 변화 속도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진다.

올 초 필자는 A16에 관해 전망한 바 있는데, 이는 전개되지 않은 가정에 기초한 것이었다. 몇 가지는 사실로 판명되었으나 A16의 성능 향상은 예상했던 것의 절반에 불과하며, 눈에 띄는 기술적인 개선도 거의 없다. A16의 새로운 점과 애플의 첫 ‘프로 전용’ A 시리즈 칩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알아보자.

A16 vs. A15

일단 A16은 A15와 아키텍처상으로 유사해 보인다. 2개의 고성능 CPU 코어와 4개의 고효율 코어, 5개의 GPU 코어, 16개의 뉴럴 엔진(Neural Engine) 코어가 머신 러닝과 인공 지능 알고리즘을 구동한다. A15와 같다.

애플에 따르면, A16은 스마트폰 프로세서로는 최초로 TSMC의 새로운 4나노미터 공정으로 제조된다. 니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이는 값비싼 변화다. 해당 매체는 이 칩의 가격이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 13 프로 맥스에 사용된 A15보다 2.4배 이상 비싸다”라며, 애플이 개당 110달러를 지불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아이폰의 생산 비용이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도 애플은 아이폰 14 프로 모델의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다(미국 기준). 

하지만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TSMC의 N4 공정은 진정한 4나노미터 공정이 아니며, 심지어 TSMC 마저도 “N5기술의 개선된 버전”이라 부르고 있다. 이전의 A 시리즈 프로세서보다는 발전된 공정이지만, 실질적인 차세대 실리콘 제조 공정은 아니라는 뜻이다. 3나노미터 공정이 진정한 의미의 차세대 제조 공정이다.
 

트랜지스터 수는 150억 개에서 160억 개로 6%가량 상승했다. 높은 생산 비용 대부분은 아이폰 14 프로의 새로운 디스플레이 엔진(디스플레이를 올웨이즈온 모드에서 1Hz까지 낮추고 밝은 태양광 아래에서는 최대 2,000니트까지 올리는 역할을 함)과 메모리 컨트롤러, 이미지 신호 프로세서에 지출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A16에서 일반적인 용도를 위한 부분은 거의 바뀌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고성능 CPU 코어 에베레스트(Everest)의 클럭 속도는 최대 3.46GHz로, A15 아발란체(Avalanche) 코어의 최대치인 3.24GHz보다 약 7% 높아졌다. 고효율 코어 소투스(Sawtooth)의 클럭 속도는 최대 2.02GHz로, A15 블리자드(Blizzard) 코어의 2.01GHz와 거의 같다. 비록 코어의 명칭은 바뀌었으나 기대 이상의 성능은 제공하지 못하므로 아키텍처 변화는 사소한 것으로 보인다.

뉴럴 엔진은 A15와 마찬가지로 16코어다. 애플은 초당 최대 17조 번의 연산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A15의 15.8조 번보다 약 8% 개선됐다. 디자인은 같고 클럭 속도만 조금 빨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LPDDR5 메모리로의 전환일 것이다. LPDDR5는 A15의 LPDDR4x 메모리보다 50% 넓은 메모리 대역폭을 제공한다고 알려졌다. 애플은 실제로 A14 칩 아키텍처에 기초한 M1 프로세서 제품군(M1 프로/맥스/울트라)에서 LPDDR5로 전환했으며, 여기에서 유일하게 놀라운 점은 애플이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스마트폰용 칩에 적용했다는 사실이다. A15에서의 작업이 메모리 대역폭에 의해 제한되는 매우 특별한 상황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A16의 성능이 훨씬 뛰어나다.

언뜻 보기에 A16은 기본적으로 새로운 디스플레이 엔진과 이미지 신호 프로세서가 적용된, 클럭 속도가 높아진 A15처럼 보인다. A16의 ROM에 새로운 보안 조치가 존재한다는 보고서를 보았지만, 애플이 해킹을 어렵게 만들기 위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얼마나 노력하는지 생각해 보면 놀라운 부분은 아니다.

CPU 성능

CPU 아키텍처는 바뀌지 않았지만 최대 7% 높은 클럭 속도로 (그리고 추가적인 메모리 대역폭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대부분 CPU 벤치마크에서는 성능 향상 폭이 10% 이하일 것이다.


긱벤치 5(Geekbench 5) 수치만 보아도 실제로 최대 싱글 코어 CPU 성능이 A15보다 약 8~10% 향상된 것으로 보인다. 멀티 코어 성능은 조금 더 많이 개선되었지만, 이런 테스트는 칩의 캐시를 쉽게 압도하므로 메모리 대역폭 증가로 인한 이점을 얻은 것일 수 있다.

GPU 성능

A16 바이오닉은 고급형 A15와 마찬가지로 GPU 코어가 5개다. 아키텍처 측면의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하이엔드 3D 그래픽 작업은 메모리 대역폭이 매우 높은 경향이 있으므로 LPDDR5 메모리로의 전환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GPU 클럭 속도에 대한 실제 인사이트는 없지만, 고성능 CPU 코어와 마찬가지로 클럭 속도는 약 7% 빠를 수 있다.


가장 힘든 3D 그래픽 벤치마크인 3D마크 와일드 라이프(3DMark Wild Life) 결과를 살펴보면, 성능은 쉬운 모드에서 약 7%, 와일드 라이프 익스트림 언리미티드(Wild Live Extreme Unlimited) 테스트에서 약 19% 차이를 보였다. 상당한 수준의 개선이며, 적당하게 증가한 클럭 속도와 큰 폭으로 증가한 메모리 대역폭에서 예상되는 결과와 일치한다. GPU를 사용하여 일반적인 컴퓨팅을 수행할 때는 긱벤치 컴퓨팅 점수(위 참조)에서 테스트했듯이 성능 향상은 7~8% 범위다.

A16이 아니라 ‘A15 플러스’가 돼야 했을 칩

A16은 A15의 비닝(binning, 제조 시 더 나은 성능을 내도록 테스트된 칩을 분류해 다른 모델로 판매하는 것) 버전이 아니다. 분명 새로운 칩이다. 하지만 대대적인 아키텍처 재정비는 보이지 않으며, 최대 클럭 속도와 전력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사소한 수정 사항만 있을 뿐이다. 

애플이 아이폰을 매년 개선하던 수준과 비교했을 때 A15 대비 크게 발전하지 않았다. 게다가 표준 아이폰 14 모델은 여전히 액션 모드(Action Mode), 포토닉 엔진(Photonic Engine), 4K 시네마틱(4K Cinematic) 모드 등의 중요한 기능을 제공하면서 여전히 지난해의 A15를 사용한다.
 

애플이 A16의 새로운 기능으로 홍보한 기능은 디스플레이 엔진(아이폰 14 프로의 올웨이즈온 디스플레이 및 1Hz 리프레시 비율 관리에 필수) 외에는 없다. 실제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및 3년 전 출시된 플래그십 A13과 비교했다. 7~10% 성능 개선을 보이는 성능 차트는 그렇게 인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 목적에 맞도록 애플은 이 칩에 A16라는 이름을 붙이지 말았어야 했다. 대부분 경우 ‘개선된 A15’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새로운 4나노미터 제조 공정은 개선된 5나노미터 공정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물론 성능을 20% 이상 개선할 정도로 혁신적인 발전을 매년 기대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다. 가끔은 개선된 버전을 제공하는 것도 괜찮다. 현재 스마트폰 성능 측면에서 주도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는 애플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애플은 명명법에 이런 점을 반영했어야 했다. ‘A15 플러스’ 또는 ‘A15 프로’ 같은 이름이 성능에 대한 더욱 솔직한 표현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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