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리케이션

사면초가에 빠진 플래시와 RIA 진영

Neil McAllister | InfoWorld 2010.05.10

어도비(Adobe)에게는 죽느냐 사느냐의 시간이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의 어도비 플래시 탑재 가능성에 대한 문호를 폐쇄한 것처럼 보이는 애플 CEO인 스티브 잡스의 신랄한 비난 이후, 어도비는 연방 규제 기관이 애플의 불공정 행위 여부 대한 조사를 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를 통해 독점 혐의가 없다는 것이 입증되면, 이는 플래시의 고별 무대가 될 것이다. 그리고 RIA(Rich Internet Application) 플랫폼이란 개념도 역시.

 

현재 플래시는 관련 기술인 플렉스(Flex), AIR와 함께, 단연코 가장 인기 있는 RIA 플랫폼이다. 전체 PC의 90% 이상의 고객 기반을 자랑하는 플래시는 마이크로소프트 실버라이트(Silverlight)와 썬(Sun) JavFX 같은 경쟁제품에 연전연승하고 있으며, 컬(Curl) 같은 후발업체를 확실하게 밟아주고 있다.

 

그래도, 그건 약과다. RIA 도구가 날로 발전하고 전에 없이 세련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RIA란 개념은 주류 사용자들을 제대로 사로잡지 못했다. 플러그인을 설치해야 하는 귀찮은 일에서부터 갑자기 다운되는 실행모듈, 메모리 누수(Memory Leak), 그리고 보안 취약점까지, 불평 목록은 끝이 없다.

 

선택할 수만 있다면, 절대 다수의 사용자들은 입을 모아 플래시가 없으면 좋겠다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잡스가 공개적으로 아이폰과 아이패드 상에서의 HTML5 지원, 즉 플래시나 다른 어떤 유사 RIA 실행모듈의 에 대한 배제를 선언했으므로, 최소한 애플의 플랫폼에서는 이런 사용자들의 소원이 성취될 것이다.

 

이는 애플이 오래 전부터 핵심 기능 중 한가지로 내세워오던 플래시의 크로스 플랫폼 지원 기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모바일 디바이스 세계로의 확실한 경로도 없고 HTML이 착실하게 기능을 추가해가고 있는 상황이므로, 플래시나 다른 유사 도구의 가치에 의문이 제기되었다. RIA 플랫폼 자체가 이미 쇠락하고 있는 과거의 개념인가?

 

플래시, 정말로 가치가 없는가

잡스는 IT 업계는 발전했지만, 플래시는 그렇지 않았다며, “플래시는 과거 PC 전성기에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런 주장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어도비 CEO인 샨타누 나라옌은 특히 단호했으며, 심지어는 인포월드의 주필인 에릭 노르(Eric Knorr)까지도 플래시에 대한 공격이 정도를 넘어섰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플래시가 실제로 쓸모가 없어졌다는 데는 확실한 이유가 있다.

 

잡스의 논쟁 대부분은 열악한 성능, 비디오에 대한 하드웨어 가속 기능 부재, 과도한 전력소비, 그리고 터치스크린 같은 새로운 입력 기기들에 대한 불충분한 지원 등을 포함한 모바일 플랫폼에서의 부적합성을 중심으로 한 것이다.

 

잡스는 “우리는 플래시가 모바일 디바이스, 임의의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잘 돌아가는 지를 보여줄 것을 몇 년 전부터 지금까지 어도비에게 정기적으로 요청해왔다”며, 하지만 “우리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애플 홍보 관점에서 본다면, 타당한 지적이다. 옳건 그르건, 휴대폰 사용자들은 서비스 문제를 자신들의 휴대폰 공급업체와 연관시키는 경향이 있다. 문제가 애플의 하드웨어에 있는지 아니면 AT&T의 네트워크에 있는지에 관계없이, 아이폰으로 통화 중에 전화가 끊기면 아이폰이 문제다. 같은 식으로, 아이폰이 쓰기에 갑갑하고, 애플리케이션이 늦게 실행되거나, 배터리 수명이 짧다면, 성능이 열악한 RIA 실행모듈이 실제 범인임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잘못에 책임을 지게 된다.

 

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모바일 디바이스 상에서의 플래시에 대한 잡스의 비판이 수년 동안 PC 상의 플랫폼을 괴롭혀오던 그런 불만사항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맥 OS X 상에서의 플래시 성능은 조금도 과장하지 않고 전혀 감동스럽지 않으며, 어도비 AIR 플랫폼은 메모리 누수로 전부터 고통을 받아오고 있다.

 

플래시는 즐겨찾기나 “뒤로(Back)” 버튼 같은 기본적인 브라우저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브라우저 윈도우 창에서는 플래시 컨텐츠가 멋져 보이지만, 다른 애플리케이션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멀티미디어 파일 포맷이란 태생적인 문제로, 플래시는 장애우를 위한 화면 음성 변환기(Screen Reader)나 다른 보조 기기에서 항상 잘 작동하지는 않으며, 검색 엔진들은 비교적 텍스트 기반인 HTML보다 플래시 컨텐츠 색인 작업에 더 애를 먹는다. 대부분의 다른 플러그인 기반 RIA 플랫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독점 소프트웨어인 플래시와 오브젝티브-C

그러나 플래시에 대한 잡스의 가장 큰 불평은 항상 가장 결정적인 것이었다. 플래시는 독점 플랫폼이므로, 플래시를 이용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것은 어도비에게 코를 끼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플래시 실행모듈과 포함된 개발 도구 모두에 지금부터 예측 가능한 미래까지 말이다. 어도비는 마음대로 기능을 추가하거나 뺄 수 있고, API를 변경할 수 있으며, 가격정책과 라이선스 조건을 바꿀 수 있고 제품 제공을 아예 중단할 수도 있다. 개발자들은 따라가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다른 한 편에는, 업계 전체의 컨소시엄이 유지하는 자유 소프트웨어(Free Software, 무료 소프트웨어는 Freeware로 표기)에 뿌리를 둔 완벽하게 개방형 플랫폼인 HTML이 있다.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독점 RIA 플랫폼이 강요하는 위험을 기꺼이 감수할 개발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특히, HTML5는 현재 멀티미디어와 인터랙션 분야에서 엄청난 진전을 약속하고 있다. 애플뿐 아니라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까지도 HTML5를 “웹의 미래”라고 보고 있다는 사실은 별로 놀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역시 잡스의 비평을 약간 공허하게 만드는 것은, 플래시가 특정 업체 고유의 기술인 것과 마찬가지로 애플의 아이폰 운영체제용 코코아(Cocoa) API도 어느 모로 보나 그렇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경쟁업체의 스마트폰 플랫폼, 즉 안드로이드, 블랙베리 그리고 심비안 등은 개발자들이 자신들의 앱스(Apps)를 자바나 다른 언어로 작성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폰 개발자들은 반드시 애플이 독점하고 있는 오브젝티브-C(Objective-C)를 사용해야만 한다.

 

잡스가 제안하고 있는 개방성의 옹호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니까, 애플이 플래시를 차단한 숨은 동기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애플은 조금도 구속 받지 않는 플래시 실행모듈이 아이폰 사용자들을 앱스토어를 통하지 않고 직접 웹에서 플래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할까봐 불안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애플의 수입원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플래시 컨텐츠를 앱스토어를 통해서만 설치되는 원래 앱으로 변환시켜주는, 어도비의 플래시 CS5 크로스 컴파일러(Cross-compile)에 대한 금지 입장을 바꾸는 것이 애플의 선의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플래시가 안드로이드와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가고 있으므로, 스티브 잡스의 판단이 맞았는지는 곧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잡스가 예로 든 것과 다른 더 많은 이유 때문에, 플래시가 모바일 개발자 공동체에서 어도비가 기대하는 것만큼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할 거라고 의심하고 있다. 잡스가 독점 RIA 플랫폼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속이 다 시원하다.  edito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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