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이 개념이 기업과 직접 관계되는 부분은 페이스북이 메타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는 점,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다른 기업도 그 뒤를 따르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메타버스로 인해 회의와 텔레마케팅, 지원, 나아가 업무 자체의 정의까지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업이 실제로 메타버스 채택에 나서면 큰 문제 중 하나는 보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페이스북은 사용자의 안녕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중시해 왔고 최근 언론으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았으므로, 이런 부분이 신경 쓰이는 기업의 규정 준수 책임자라면 자체 호스팅이 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자체 호스팅을 구현하려면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크 측면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전자는 페이스북이 촉발한 관심에 끌린 오픈소스 쪽에서 맡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지만, 후자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특히 네트워크 설계자는 메타버스가 트래픽과 연결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고려해야 한다.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는 커넥트(Connect) 기조연설에서 메타버스가 몰입적 경험이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 말은 투박한 인공적 행동을 기반으로 해서는 그가 원하는 메타버스를 구현할 수 없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메타버스에 존재하는 영업 담당자가 (가상 아바타인) 잠재 고객과 (가상으로) 악수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지연이 조금만 발생해도 손바닥 때리기 놀이를 하거나 싸우는 모습처럼 보일 것이다. 지연이 발생하는 한 메타버스에서 사실적인 상호작용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 지연은 메타버스가 연결되는 방식, 즉 네트워크에 의해 좌우된다.
부족한 엣지 네트워킹
이처럼 메타버스의 가장 큰 문제는 네트워크 QoS, 특히 지연이다. 누가 접속했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추적할 서버가 있어야 하고, 메타버스의 모든 주민은 이 서버에 연결해야 하며, 이 연결은 지연의 영향을 받는다. 지연은 작게는 서버 바로 옆에 위치한 작업자에서 발생하는 것부터, 크게는 지구 반대편의 작업자에서 발생하는 것까지 다양하다.그렇다면 페이스북이 원하는 몰입적 경험을 위해 네트워크 지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엣지 컴퓨팅이 해법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대답이다.
그 이유를 규명하기 위해 앞서 언급한, 서버 바로 옆의 작업자와 지구 반대편의 작업자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정확히 어디가 엣지일까? 분산된 메타버스에는 각각 다른 모든 엣지와 메시로 연결되는 분산된 엣지가 필요하다. 이를 직접 계산해보면 메시 연결의 수는 엣지의 위치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주요 도시로만 국한해도 수없이 많은 엣지가 필요하고, 전 세계적으로 구축하려면 메시의 저지연 직접 연결 수가 수백만 개에 이른다.
따라서 기업은 메타버스가 전 세계를 포괄하는 거리에서 진정한 직접 대면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섣불리 기대해선 안 된다.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동기화를 푸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 메타버스는 사실적인 가상 현실을 만들 때 몇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악수를 비롯해 멀리 떨어진 당사자 간에 높은 수준의 행동 연계가 필요한 작업은 배제해야 한다.
기업을 위한 메타버스 축소
글로벌 지연 문제를 우회하는 한 가지 가능한 방법은 글로벌 규모의 메타버스를 포기하는 것이다. 사실 이미 전 세계에서 영업하는 기업이라면, 5개 이상 시간대를 통과하는 거리에서는 어떤 종류의 실시간 협업도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대신 3~4개 시간대로 제한되는 '로컬 메타버스'를 구상하면 가상 작업자, 고객, 파트너 그룹 간에 납득할 만한 가상 상호작용을 구현하기에 충분한 정도로 지연을 제어할 수 있다. 그런 그룹이 있는 상태에서 멀리 떨어진 참가자가 '메타버스'에 편입되면, 그 사용자는 로컬 참가자처럼 풍부한 상호작용을 할 수 없음을 사전에 알아야 한다. '전화 걸기로 줌 참여하기'를 생각하면 된다.
또 다른 가능한 방법은 메타버스 상호작용을 간소화하는 것이다. 악수를 제대로 구현할 수 없다면 악수를 권장하지 않거나 아예 허용하지 않는 방법이다. 단, 이 경우 메타버스가 가진 몰입 잠재력을 제한할 수 있다. 핵심 기능이 빠진 메타버스가 얼마나 효과적일지도 미지수다. '현실의 대체'가 현실적이지 않다면 현실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된다.
호스티드 메타버스는 답이 아니다
그렇다면 메타버스를 직접 구축하지 않고 다른 업체에 호스팅을 맡기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누구든 광자와 전자가 움직이는 속도를 다른 사람보다 더 빠르게 할 수는 없다. 이런 문제는 페이스북이든 다른 어떤 기업이든 마찬가지 제한을 가진다. 페이스북의 계획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 이유 중 하나다.다만 메타버스에 대한 결론을 내기 전에, 소셜 미디어도 처음 등장한 당시에는 기업 시장에서 지금의 메타버스 못지않게 부정적으로 인식됐다는 사실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당시 필자가 했던 설문을 보면 소셜 미디어가 기업 활동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응답한 기업은 5%에 불과했다. 지금은 100% 모두 소셜 미디어가 비즈니스 활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메타버스와 기업 커뮤니케이션이 언뜻 머릿속에서 연결되지 않을 수 있지만, 작업자 사이에서 널리 쓰이기 시작하면 소셜 미디어와 마찬가지로 사용자 사이에 일정한 기대치가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비디오가 상호작용에 아무런 가치를 더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수없이 많음에도 사람들은 일상적인 상호작용에서 쌍방 비디오에 익숙해졌고, 현재 40대 미만 직장인의 4분의 3이 양자 간 커뮤니케이션에서 음성보다 비디오를 선호한다고 말한다. 회사 직원이 메타버스의 상호작용을 당연시하게 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결국은 익숙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메타버스 문제에서 더 중요한 것은 직원이 아니라 고객의 기대치다. 영업과 지원 상호작용이 페이스북 또는 경쟁업체의 메타버스 거주민과 이뤄진다면 경쟁사 중 하나가 메타버스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고객을 지원하기로 하게 될 때까지 얼마나 걸릴까? 고객 상호작용에서는 악수하거나 축구를 할 필요가 없으므로 엄격한 지연 제어도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 간단히 말해, 회사 직원을 포함한 사람들은 결국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공간의 새 규칙에 따라 행동하는 방법을 익히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네트워크 설계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지연에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모든 네트워크 연결에서 지연을 제한해야 하고 그 시작은 현재의 지연을 파악하는 것이다. 본사, 지역 사무실 또는 대도시 등 영업/지원 메타버스를 어디에 호스팅해야 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각 지점의 인터넷 지연을 확인하고 직접 연결 대신 회사 VPN으로 연결해야 하는 경우도 확인해야 한다. 모든 사람을 최소한의 지연으로 메타버스에 포용하기 위한 ISP와 사설 VPN의 조합을 파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중간 지점에서 트래픽 처리의 지연을 최소화하는 방법도 알아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오로지 미래의 메타버스를 위한 투자는 아니다. 사물인터넷(IoT)에도 이와 같은 저지연 트래픽 처리가 필요하다.
메타버스라고 하면 아직은 황당하다는 느낌이 더 많다. 그러나 메타버스는 5년 이내에 어떤 형태로든 필수 요건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금부터 계획해서 회사 팀원이 고객이나 파트너와 악수를 하려다가 서로 싸우는 듯한 장면이 연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거래를 망쳤다고 상사와 실제로 싸우는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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