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ㆍAR

글로벌 칼럼 | 페이스북의 ‘메타버스’가 과연 모든 것을 변화시킬까?

Mike Elgan | Computerworld 2021.10.27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가 최근 메타버스(metaverse)를 거론했다. 주커버그는 메타버스가 ‘페이스북과 인터넷의 미래’라고 표현했다. 주커버그는 메타버스 개발을 위해 유럽인 1만 명을 고용하고 심지어 회사 이름도 페이스북에서 메타버스와 관련된 명칭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우리는 과연 페이스북의 ‘메타버스’ 안에서 살고, 일하게 될까?
 
ⓒ Getty Images Bank


메타버스란 무엇인가?

미국 작가 닐 스티븐슨은 1992년 SF 소설 ‘스노우 크래시(Snow Crash)’에서 ‘메타버스’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했다. 스티븐슨에 따르면, 메타버스는 인터넷(온라인) 가상 현실(VR)이다. 도로나 건물, 방, 일상적인 물체처럼 현실 세계의 개념이 공유 VR 공간 속에 표현된 대체 가능한 우주다. 이 우주에서 사람은 3D 아바타로 돌아다니고, 다른 사람의 아바타와 상호작용한다. 소프트웨어 에이전트인 유사 아바타 개체와도 상호작용한다.

메타버스는 1980년대부터 사이버펑크 소설과 영화의 주요 소재가 됐다. 윌리엄 깁슨의 ‘버닝 크롬(Burning Chrome)’, ‘뉴로맨서(Newromancer)’, 어니스트 클라인의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과 같은 소설에 메타버스가 등장한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지난 2018년 소설 레디 플레이어 원을 영화화했으며, ‘매트릭스(Matrix)’도 메타버스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일반적으로 메타버스는 문학에서 전체주의적 자본주의를 암시하는 디스토피아로 묘사된다. 사람들은 기업 혹은 조직이 소유한 허위 세계에서 억지로 살아간다.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는 사람들이 ‘오아시스(OASIS)’라는 메타버스에 완전히 몰입되는 바람에 실제 세계를 방관한다. 사람들은 오아시스에서 게임을 하고 학교와 직장을 다니며 세금도 납부한다. 사람들이 방관한 현실은 폐허로 전락한다.

소설 속의 메타버스는 유토피아와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주커버그가 메타버스에 매료된 이유는 무엇일까? 


주커버그가 자신의 메타버스를 원하는 이유

기본부터 살펴보자. 만약 진정한 메타버스가 있다면, 이는 주커버그의 메타버스가 아닐 것이다. 만약 주커버그가 가상 우주를 건설한다면, 이는 메타버스라고 할 수 없다.

전 세계적이고 보편적인 단 하나의 가상 공간을 도출하는 유일한 방법이 있다. 바로 인터넷이나 웹이 모든 가상 요소를 진화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람은 3D VR 공간에서 모든 웹서비스와 상호작용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사유화되고 배타적인 플랫폼이 인위적으로 희소성을 띄게 되면서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은 방법이다.

페이스북의 메타버스는 ‘주커버스(Zuckerverse)’라고 이름 짓는 것이 현실적이다. 페이스북 CEO의 비전이자 개인적인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사람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고, 하루 종일 고글을 쓰고, ‘파란 알약’을 먹고, 매트릭스 속에서 살고 싶어하는 한 명석하고 내향적인 사람의 꿈이다. 이런 세계를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주커버그가 말하는 메타버스는 인터넷의 미래가 아니다. 

가상 온라인 공간과 세계, 플랫폼이 많이 생겨날 것은 확실하다. 아마 수천 개쯤 생길 것이다. 가상 공간에서 단순히 게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고 교육하고, 특히 많은 소셜 네트워킹이 이루어질 것이다. 주커버그의 ‘메타버스’는 페이스북처럼 소수를 위한 배타적인 공간이 될 것이다. 즉, 모든 사람을 위한 진정한 메타버스라고 할 수 없다. 심지어 현재에도 페이스북 오큘러스 퀘스트(Oculus Quest) 헤드셋을 이용하려면 페이스북 계정이 필요하다. 개방형 플랫폼은 페이스북의 DNA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주커버그는 메타버스에 왜 그렇게 열중하는 것일까? 필자는 다섯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1. 공유 가상 세계라는 개념은 수십년 전도 더 전에 만들어졌고, 이 개념을 논의한 기업과 대학도 많다. 주커버그는 메타버스에 공개적으로 몰두함으로써 메타버스의 리더로 각인되고 싶은 것이다.

2. 주커버그는 소셜 네트워킹 및 상호작용을 가상 세계로 확장하려면 페이스북이 변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주커버그의 대담한 움직임, 대대적인 발표, 막대한 투자는 직원과 협력업체, 투자자, 사용자를 이런 변화로 이끌 것이다.

3. 주커버그와 페이스북은 소셜 네트워크가 다른 것으로 대체될 것임을 알고 있다. 페이스북이 마이스페이스를, 마이스페이스가 AOL을, AOL이 컴퓨서브를, 컴퓨서브가 BBS 시스템을 대체한 것과 마찬가지다. 한 소셜 플랫폼 유형을 장악한 회사가 후속 플랫폼까지 장악한 사례는 없다. 페이스북은 두 세대의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를 장악한 최초의 회사가 되고 싶어 한다. 

4. 두려움, 불확실성, 의심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떠들썩하게 가상 세계에 진출한다면 비슷한 시도를 하는 신생 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가 없어질 것이다. 

만약 주커버그가 특정 의도를 가지고 공개적으로 메타버스에 집착하는 것이라면, 그 의도는 분명하다. 가상 현실과 증강 현실(AR)의 미래가 다가오고 있으며, 비즈니스가 작용하는 방식이 VR/AR에 영향을 받을 것임을 대중이 인식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애플버스’가 ‘주커버스’를 능가하는 이유

애플뿐만 아니라 수백 곳의 신생 기업이 헤드셋 및 안경, 첨단 그래픽, 모델링 툴, 네트워킹 툴 등을 개발하면서 미래 가상 공간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과 페이스북이 기획하는 메타버스는 성질이 전혀 다르다.  

페이스북이 원하는 것은 별개의 가상 우주고, 애플이 원하는 것은 실제 우주에 가상 우주를 더하는 것이다. 

애플 CEO 팀 쿡은 AR이 ‘차세대 거대 시장’이며 ‘VR보다 우월하다’, ‘스마트폰에 맞먹는 거대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쿡은 대표적인 AR 응용 분야로 교육, 소비자, 엔터테인먼트, 스포츠를 꼽았으며 그 외에도 “내가 아는 모든 산업에서 쓰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애플과 페이스북은 상반된 모습의 메타버스에 투자 규모를 확대했다. 메타버스의 지배자는 VR일까, AR일까, 주커버스일까, 애플버스일까? 

애플은 수백 개의 특허를 가지고 있고, 미래의 가상 공간을 위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애플은 듀얼 8K 디스플레이, 라이다, 수많은 카메라 및 생체 센서와 같이 여러 시제품을 설계/제작했다. 

애플의 메타버스 사업에서 확인할 수 있는 흥미롭고 특이한 사실은 AR 애플리케이션 초기에는 VR 고글이 사용될 것이라는 점이다. 사용자는 가상 객체가 담긴 현실 세계의 실시간 영상을 보게 될 것이다. 한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하루 종일 쓸 수 있는 처방전이 필요한 렌즈가 장착된 AR 안경을 개발 중이라고 한다. 이 AR 안경은 일반적인 안경과 모양이 비슷하다. 

필자는 애플의 물리적 VR 및 AR 안경을 상세히 소개한 적 있다. VR 고글의 경우 출시까지 2년, AR 안경은 5년 또는 그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애플은 미래 계획을 비밀로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특허나 인수 등의 활동으로 애플의 의도를 짐작해볼 수는 있다. 

애플의 특허 가운데 이른바 바이오닉 가상 회의실(Bionic Virtual Meeting Room)이라는 파격적인 프로젝트가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해 가상의 맥락 안에서 다른 사람과 회의를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바이오닉 가상 회의실 안에서 아바타가 사용자의 표정과 입 움직임, 몸짓 언어, 머리 기울이기 등의 동작을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애플의 미모티콘와 비슷하지만, 3D에서 적절한 공간 상호작용이 이뤄진다는 점이 다르다. 

바이오닉 가상 회의실이 의미하는 바는 아바타가 다른 아바타를 볼 수 있고, 부수적 움직임이 실시간으로 일어난다. 마치 1인칭 슈팅 비디오 게임처럼 시선 접촉, 가리키기, 몸동작, 말하기, 걷기 등을 아바타로 할 수 있다. 게임과의 차이는 3D, 생체 ID(비즈니스 회의 시 매우 중요하다), 전면적인 상체 실시간 제스처 매핑, 실시간 안면 매핑, 객체 매핑이 사용된다는 점이다. 애플은 감정을 식별하는 생체 센서 특허를 여럿 보유하고 있다. 특허 받은 기술로 애플은 안면 표정을 섬세하게 반영한다. 

비디오 게임에서 사용자는 가상의 캐릭터, 즉, 말없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하지만 애플의 회의 기술에서 사용자는 음성 및 비음성 소통, 실시간 온라인 협업을 위해 최적화된 본인이다. 다시 말해 사용자는 아바타와 깊이 연결되어 있고, 아바타로 모든 움직임과 감정을 표현한다. 

‘주커버스’와 ‘애플버스’의 또 하나의 대표적 차이는 애플의 AR 안경 사용자는 아바타를 VR 공간이 아닌 실제 물리적 공간에서 홀로그램으로 본다는 점이다. 애플의 의도는 거의 공개된 바 없지만, ‘애플버스’는 주커버그를 끊임없이 괴롭힐 것이다.

애플의 바이오닉 회의실 기술은 아바타를 통한 소셜 네트워킹이며 애플은 더 우수한 특허와 기술, 설계 능력, 개발 툴을 보유했고, 사용자 신뢰도 더 많이 얻고 있다. 

애플의 가상 회의 기술은 다음과 같은 활동을 대체할 것이다.
 
  • 소셜 네트워킹
  • 영상 회의
  • 비즈니스 출장
  • 전문 컨퍼런스 

미래에는 공급업체와의 1:1 회의, 영업 통화, 사내 회의, 전문 컨퍼런스처럼 여러 종류의 회의가 상당 부분 아바타로 진행될 것이다. 과거 사례를 참고한다면, 애플의 바이오닉 회의실 기술로 상대적으로 무결하고 마찰 없고 안전한 고품질 회의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10년 후에는 VR와 AR이 우리의 삶과 일을 완전히 바꿔 놓을 것이다. AR에서 하루 종일 살면서 종종 VR 공간에서 특정 업무를 하고, 혹은 착용하고 있는 안경으로 가상 물체, 데이터, 콘텐츠, 아바타 기반의 사회적 상호작용 창을 띄울 수 있다. 

다시 말해 주커버그가 꿈꾸는 VR 속 삶은 공상 과학 작가들이 경고한 것처럼 디스토피아적인 악몽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VR은 현재도 그렇지만 미래에도 엄청난 역할을 할 것이다. 


가상 플랫폼이 비즈니스에 미칠 영향

가상 공간은 회의실을 넘어 전시장, 쇼핑몰, 경기장, 가상 공장 등으로 확대될 것이다. 엔비디아의 옴니버스(Omniverse)는 현실 세계를 가상화해 협업과 최적화를 추구하는 초창기 시도였다. BMW는 옴니버스로 모든 공장을 정확하게 복제했다. 복제된 공장은 양방향적인 가상 환경이기 때문에 업무의 모든 측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화를 테스트할 수 있다. 

엔비디아는 기업용 VR의 미래를 제시했다. 물론 옴니버스는 강력하지만, 격리된 애플리케이션이자 개발 플랫폼이므로 ‘우주’나 ‘메타버스’는 아니다. 

수많은 기업이 옴니버스 같은 강력한 VR 애플리케이션 구성 요소를 개발하고 있다. VR은 광고나 실험적인 마케팅에서 활용될 것이다. 매장에서는 실제 및 가상 상품이 모두 판매될 것이다. NFT 마니아는 메타버스 또는 가상 공간이 가상 상품에 희소성을 부여해 NFT 기반 구매를 촉진할 것으로 예상한다.

VR의 미래는 경이롭다. 그러나 수천 가지 애플리케이션 가운데 하나를 골라서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형태로 머물고 말 것이다. 주커버그의 비전에도 불구하고, VR에서 하루 종일 머무르는 사람은 소수의 게임 중독자 외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우리가 실제로 살게 될 장소는 AR이다. AR는 일상적인 플랫폼으로서 언젠가는 스마트폰을 대체할 것이다. 이미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우주에 사는 인간이 굳이 메타버스를 개발한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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