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둡 배포판
빅 데이터, 분석, 그리고 머신러닝은 지금까지 살아남았고, 결국은 약속했던 방식대로 비즈니스를 변화시킬 것이다. 하지만 하둡만큼은 위태로워 보인다.
그렇다고 관련된 모든 사람이 다 곤란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지금 상황은 오히려 각자도생, 혹은 ‘따로따로’의 상황에 더 가깝다. 지난 해 약속대로 못했거나 미완으로 끝난 프로젝트에 데인 기업들이 이제는 전체적인 ‘완제품’ 대신에 인프라 수준에서 진짜로 필요한 것, 하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꼼꼼히 따져 필요한 것만 선택하려는 태도를 취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 적응할 수 있는 IT 업체라면 수익을 더 올릴 것이다.
하둡 업체들
세 곳의 주요 하둡 업체와 (특히 ‘빅 블루’를 포함한) 소위 “뭐든지 다 하는” 거대 업체들도 이 게임에 참가하고 있다. 이미 피보탈이 사실상 발ㅇ르 빼는 것을 목격한 바 있다. 시장이 앞으로 계속 세 하둡 업체를 지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앞서 언급한 업체들을 예의주시하기 바란다.
오라클
오라클의 취미는 기업 쇼핑이다. 아마도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가 뒤처지고 낙후돼 있으며, 자력으로는 그 어떤 새로운 것도 창조해내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혹시라도 지금 사용하는 제품의 개발업체가 오라클에 인수된다면, 곧 그 제품 가격도 같이 오를 것이다. 아, 오라클은 롱테일(long tail) 제품을, 그것도 깊게 뿌리 박혀 좀체 새로운 것에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 오래된 기술을 특히 사랑하는 업체임을 말해둔다. 게다가 오라클에 매입된 후에는 오라클의 그 유명한(?) 기술 지원 서비스를 받게 되는 건 덤이다.
데이터브릭스(Databricks)
오픈소스 컴퓨팅 프레임워크인 ‘스파크’ 개발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는 기업 데이터브릭스(Databricks)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스파크는 탄탄한 프레임워크이긴 하지만, 데이터브릭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썩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빅 3’ 클라우드 업체의 영향에 흔들리기 쉬워 보인다. 기업 운영을 하는 이들이 학자들이다 보니, 이런 위기에 대처할만한 비즈니스형 인재가 아쉬운 상황이다. 부디 그 영향력이 스파크 개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면, 그리고 되도록 감정을 상하게 하는 일이 없이 발전을 지속해 나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규제 완화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했다. 그가 취임한 이후부터는 지하수에 독 풀기에서부터 네트워크 중립성의 종말까지, 일련의 ‘규제 완화’ 정책들이 쏟아져 나올 것임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혹시라도 그런 정책들이 IT 산업 경제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면, 컴플라이언스 솔루션이 수익 구조의 큰 부분을 담당하는 소프트웨어 업체들을 떠올려 보라. 규제 완화 정책이 시행된다면 컴플라이언스 솔루션의 필요성이 더욱 줄어들 것이다. 또한 오바마케어와 전자 의료/건강 기록 제도 역시 IT 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크게 일조했다. 오바마케어는 앞으로도 계속 되겠지만, 건강 및 의료 기록의 디지털 변혁은 초기화 될 가능성이 높다.
클린턴의 공약이 완벽했던 건 물론 아니지만, 정치적 견해와 관계 없이 트럼프 집권 4년은 우리의 가장 아픈 곳을 찌르는 시간이 될 것이다. 특히 캘리포니아의 정치적 독립 이후에는 더욱 그럴 것이다. 어쩌면 캘리포니아가 여섯 개로 나뉘게 될 지도 모른다.
게임 콘솔
게임 콘솔이 기업 소프트웨어와 무슨 상관이냐고? 게임 산업이 IT 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꽤 크고, 특히 몇몇 대기업들은 콘솔 게임을 주력 상품으로 의지하고 있기도 하다. 게임 콘솔은 특정 프로그래밍 모델을 가지고 업그레이드를 보장하는, 특수한 컴퓨터라 할 수 있다. 때문에 거의 모든 기업들이 새 콘솔 제품을 팔기 위해 7년씩 기다리는 대신, 게임 개발자들이 의지할 수 있는 안정적인 플랫폼을 포기해가면서까지 단기적 이윤 창출을 위해 ‘프로’ 버전을 출시하고 있다.
게다가 모바일 게임 업계나 스팀의 성장도 계속되고 있고, 다시금 컴퓨터 게임으로 눈을 돌리는 사용자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이 콘솔 업계 전반의 불황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개발자들은 여러 개의 플랫폼을 지속하기 위해 고군분투 해야 할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는 일부 대기업들조차도 휘청일 수 있을 것 같다.
또 다른 해킹 소동
IT 업계와 정부, 그리고 기업들은 아직도 보안은 제품처럼 돈으로 구매하거나 배치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걸 배우지 못한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아직도 가장 인건비가 저렴한 개발자를 찾고, 프로젝트 관리를 뒤흔들어 놓고, 존재하지도 않는 QA로 고생할 리가 없다. 만일 프로그램이었다면, 코드 전체에 stmt.execute(“select something from whatever where bla =”+ sql_injection_opportunity) 가 입력되어 있을 것이다. 그나마 보안 분야에 앞서간다는 비즈니스가 이 정도이니, 그보다 20년 정도 뒤처진 공공부문은 말할 것도 없다. 아무리 푸틴을 만나 포옹을 하고 악수를 해도, 러시아가 미국을 향한 해킹 공격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경제 전망
2009년발 경제 위기가 엊그제 일 같은데, 또 하나의 경기 침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도 미국에는 이렇다 할만한 대규모의 성장 기업이 별로 없다. 벌써부터 침몰하는 배에서 탈출해야 한다는 경고를 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혹시 모르는 구명조끼 하나 정도는 쟁여놓는 것이 좋을 듯하다. 경기는 언제라도 나빠질 수 있을 것 같으니 말이다. 그래도 닷밤(dot-bomb) 위기보다는 심각하지 않을 것 같으니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
텔코-케이블 합병
구글 파이버 사업 중단과 AT&T-타임워너 합병이 임박한 가운데 지나치게 비싼 인터넷 이용료가 단시일 내로 내려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속도도 물론 더 빨라지는 일은 없을 듯하고 말이다.
개발자의 수학 실력
머신러닝 덕분에 이제는 여섯 자리대 연봉을 요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기업들이 머신러닝이 무엇이고 무엇을 할 수 있는 것인지를 알게 되면서 인재 채용 시 확률, 선형대수, 다변수 미적분 같은 수학적 배경 지식을 지닌 개발자들에게만 프리미엄을 지급할 확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순하거나 평범한 프로그래밍 작업은 ‘저비용 국가들’로부터 인재를 수입해오는 계획을 지속적으로 가속화해 나갈 것이다.
걱정 거리가 열 가지라고 얘기하며 시작했지만, 이 얘기를 덧붙이지 않을 수 없다. 뉴스를 봐서 알겠지만, 미국은 백인 우월주의사상을 대표하는 나르시스트를 대통령으로 선출했고, 컴퓨터를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는 새 대통령이 핵무기에 대한 결정권을 갖게 됐다. 누구에게나 슬픈 소식이 아닐 수 없지만, 특히 IT 업계는 더욱 그렇다. 물론 슬퍼하는 것도 살아 남는 자들에 한정된 이야기겠지만. 그래도 다음 주엔 좀 더 밝고 긍정적인 글을 쓰려 노력해 보겠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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