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키우는 건 팔할이 게임'

Darren Gladstone | PCWorld 2009.02.10

“50명으로 구성된 길드를 조직해 이끌고 연속적으로 세 번의 넥서스 귀환에 성공!"

 

누군가의 이력서에 이렇게 쓰인 것을 보진 못하지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캐릭터 레벨과 클래스를 나열하는 것을 진심으로 경력으로 여기는 이는 분명히 있다.

 

MIT의 에듀케이션 아케이트 프로그램 이사이자 부교수인 에릭 클로퍼는 최근 디지털 게임을 통해 사람들이 습득할 수 있는 실용적인 기술이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진다고 전했다. 적을 향해 파이어볼을 효율적으로 던지는 기법 외에 와우(WoW)에서 또 배울만한 것이 있다는 말일까?

 

 

클로퍼는 UW 위스콘신의 콘스탄스 스타인클러의 연구를 지적했다. 그녀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유저들이 데이터 수집, 분석, 협동, 계획, 자원관리와 심지어 팀관리 같은 온갖 종류의 유용한 기술을 발전시키고 적용한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라며, "사실 와우라는 단어만 뺀다면 이 모든 성과들이 이력서에서 대단한 것으로 보이기에 부족함이 없다"라고 말했다.

 

MIT의 경영대학의 연구원인 에단 몰릭은 오늘날 근무지에서 게임을 하면 아직도 뭔가 나빠보이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평가했다. ‘체인징 더게임 - 비디오 게임은 비즈니스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가’의 공동저자이기도 한 몰릭은 많은 고용주들이 “비디오 게임은 곧 게으름”으로 낙인찍는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그러나 직접 전기톱 기술을 활용하는 가게를 차리지 않는 이상, 기어스 오브 워2(Gears of War 2)가 직업훈련을 대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과업지향 교육용 게임 및 기업 연수를 위해 제작된 훈련용 게임을 함으로써 현실에서의 성과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증거가 있지만(몰릭은 가상 회의 게임인 버추얼 리더를 한 후 업무성과가 나아졌다는 경영진이 적어도 25%였다는 연구결과를 지적한다) 주류 게임의 효과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그렇다면 게임은 정녕 비생산적인 것일까? 지금의 끔찍한 경제 상황에서, 게임을 통해 도움받을 수 있는 일은 없는 것일까? 우선 근심걱정을 날리자. 그래야 최소한 게임 레벨이라도 상승시킬 수 있을테니 말이다.

 

클로퍼, 몰릭, 그리고 몰릭과 함께 ‘체인징 더 게임’을 집필한 데이비드 에더리는 이런 마음가짐으로 과거 쓸모가 있었던 이력서에서 강조 표시된 부분을 재검토해보고 어떤 게임을 해야 내게 필요한 기술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라고 권고했다.

 

[주의 : 게임업계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런 기술을 게임에서 배웠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 일종의 정신 체조용으로 제안하는 내용이니까. 평소에 게임을 즐기는 당신이라도 면접관에게는 근무시간이 아닐 때만 게임을 즐긴다는 점을 강조해서 말해야 한다. 그리고 가급적 그 조차도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리더십 고양

헌신하는 방법, 팀 목표를 위해 매진하는 방법을 알려면 MMO 게임 길드가 가장 좋은 출발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길드원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하고 모든 일에 퀘스트를 앞세우며 (전설의 아이템은 말할 것도 없고) 영광을 얻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이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길드를 형성하고 중개자를 없애면서 자신만의 관계망을 형성해 레벨업 하는 것은 타인을 지도하는 능력을 연마할 좋은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 대인관계 기술도 강화할 수 있다.

 

대인관계 기술 연마

MMO를 통해 자신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그리고 타인과 어떻게 하면 잘 지낼 수 있는지 학습할 수 있다고 한다면. 길드에 합류할 때 고려할 다른 사항도 있다. 지금은 골프를 치며 사업계약을 하지만 내일에는 지금의 온라인 게임이 골프를 대체할지도 모른다. 방금 막 부활시킨 험악한 난쟁이가 당신의 차기 상사가 될 수 있다는 말은 아니지만, 모를 일이다. 적어도 내가 만났던 CEO 중에는 호드(The Horde) 게임을 통해 맡은 계약을 잘 유지하는 이도 있었다. 이 CEO는 비디오 게임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적조차 없는데도 말이다.

 

이 기준에 대한 내 의견은 다음과 같다. 플레이어가 한 명인 게임이라도 게임을 통해 대인관계 기술과 타인에 대한 대응 방법을 정비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작년에 히트했던 폴아웃 3(Fallout 3)를 생각해보자. 이 게임은 끝없는 대화가 이어지는 광대한 세계를 보여준다.

 

이런 후기 묵시록적인 세계를 통과하는데 있어 “올바른” 방식이나 “잘못된” 방식이란 없게 마련인데도 마치 묵시록 이전 세계에서 그랬던 것처럼 당신이 무슨 말을 하고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당신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누군가와 동맹을 맺으면 누군가는 분노할 것이지만, 되도록 총보다는 대화로 갈등을 해결하라. 현실에서의 대화와 같을 수는 없겠지만 원인과 결과를 분석할 수 있는 유용한 경험이 될 것이다.

 

협동심 배양

레인보우 식스 베가스 2(Rainbow Six: Vegas 2) 또는 이런 류의 팀 기반 일인칭 슈팅게임은 팀을 구축할 능력을 개발할 훈련장이 된다. 이 게임을 사무직들이 근무하는 기업의 디지털 버전이라고 생각해보라. 군에서 훈련을 위해 FPS 게임을 이용한 실험을 하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전문가들은 모든 팀 기반 게임이 소그룹의 역동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일할 용의가 있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물론 그 안에 있는 불행의 씨앗을 찾을 필요는 있다. 누가 불행의 씨앗인가? 그는 남이 버린 치즈로 먹고 살고 자신들의 팀원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가장 잘 알려진 예가 바로 리로이 젠킨스(Leeroy Jenkins)다. 당신이 희생양이 아니라면 보는 것은 아주 즐거울 것이다.

 

 

이따금 나타나는 저해요인을 처리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성숙한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 가득한 사람들의 바다를 항해하는 일이다. 전에 팀 기반 슈팅 게임을 하다가 팀원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한 적이 있는데, 투렛 증후군 환자처럼 속사포로 저주하면서 못해먹겠다는 말을 굳이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비판을 진지하게 또는 (가볍게) 인정하는 붙임성 있는 동료를 두었다면 어떻게 팀원에게 의존하며 필요할 때 어떻게 그들을 지원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분석력 키우기

클로퍼는 포케몬 같은 카드 수집 게임을 즐기는 아이들에게 좋은 점수를 주며 칭찬한다. 아이들이 게임을 하면서 일종의 통계문제를 접하게 된다는 근거에서다. 게이머가 나이가 들어 그가 하는 게임이 더 복잡해지면 처리할 수치도 늘어난다.

 

예컨대 와우 게이머의 경우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야 한다. 아이템이 드롭될 최적의 시간과 장소를 알고 싶은가? 특정 전투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승률을 알아야 하는가? 게임 속 장터에서 무기를 최적으로 거래하기 위해 계산하고 있는가?

 

사람들은 답을 알기 위해 다량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것이 기초통계수업을 대체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겠지만 게이머가 더 많은 정보의 수집을 위해 매월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노력한다는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다.

 

시야를 넓히는 능력

시빌라이제이션IV(Civilization IV)에서 밤을 새워가며 초조하게 차례를 기다리거나, 파괴된 심씨티(SimCity)에서 처음부터 도시계획을 시작하느라 밤을 새며 보낸 사람들에게 그 게임들이(졸리지 않은 완벽한 칵테일 만드는 법 외에) 뭔가 중요한 것을 가르쳤는지 물어보라.

 

게이머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매핑 시스템 역학이나 다양한 요인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방식에 대해 속속들이 알게 된다. 예측불가능한 모든 것을 꼼꼼히 생각해 대책을 세우고 도시계획을 정비하려고 하지만, 그래도 불가피하게 뭔가가 고장 난다. 유성체, 홍수, 고질라 같은 것이 나타난다는 말이다.

 

이 때 플레이어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법을 배우고 게임 안에서 이를 어떻게 잘 끼워맞출 것인지를 알아내게 된다고 말할 수 있다. 심이나 타이쿤(Tycoon) 등 많은 게임들은 대형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예산과 봉급에서 주식 및 채권이 이르는 모든 다양한 변수를 처리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효과적인 경험의 장이 된다.

 

몰릭은 이 게임들이 실천적인 교훈도 줄 수 있다고 농담조로 애기한다. 그는 유럽의 역사를 배우려면 유로파 유니버살리스(Europa Universalis)를 해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나라면 더 비어 게임(The Beer Game)이 더 낫겠다. 비어 게임은 4명이 플레이하는 브라우저 기반의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맥주의 유통과 판매에 관련된 물류 시스템을 체험할 수 있다. 이게 바로 엔터테인먼트다.

 

 

같은 맥락에서 스타크래프트(StarCraft) 및 커맨드 앤 컨커(Command & Conquer) 같은 실시간 전략게임을 통해 게이머가 실시간으로 다중의 과업을 처리하는 등의 기술을 배울 수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실시간 전략게임을 통해 주의력을 분배하는 방법을 배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좋은지 어떤지는 아직 모른다”고 몰릭은 말한다.

 

문제 해결 능력

뇌 훈련 게임이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대해 아직 합의된 바 없다. 브레인 에이지가 아동의 산수 능력을 19% 향상시킨다는 연구가 있지만, 종이와 연필만으로도 그 정도는 향상된다. 에더리의 견해처럼 이 연구는 비디오 게임이 특별할 것은 없다는 부정적 결론으로 이어지지만, 문제의 핵심 즉 브레인 에이지(Brain Age)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이를 자발적으로 즐긴다는 사실을 놓치고 있다.

 

수학능력을 19%나 증가시켜준다면, 그게 어떤 활동이든 상관없이 썩 괜찮게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이 보고서는 50%의 향상을 보고한 다른 연구에 대해 언급한다).

 

마찬가지로 프로페서 레이튼(Professor Layton), 잭과 위키(Zack and Wiki) 같은 게임은 퍼즐풀기 어드벤처에 새로운 차원을 도입한다. 불행히도 그런 퍼즐풀기 능력이 실생활에 얼마만큼 옮겨지는지는 측정할 수 없다.

 

클로퍼는 “게임 세계 안에서는 문제 푸는 방식이 달라야 한다. 전략의 변수를 적용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그러나 게임 밖에서는 당신이 게임 안에서 배웠던 기술을 측정하는 간단한 방법이 없다”고 설명한다. 이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게임하기 전과 후의 모든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edito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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