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강남 스타일, 유튜브, 그리고 소셜 미디어의 컬트 문화

Patrick Budmar | PCWorld Australia 2012.09.19
지금쯤이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강남 스타일 열풍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한국의 래퍼 싸이가 부른 팝 싱글인 강남 스타일은 업로드된 후 2개월 만에 1억 7,50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수많은 패러디와 모방 동영상도 쏟아져 나왔다. 전 세계적 유명세를 떨친 싸이는 2012 MTV VMA와 엘런 드제너러스 쇼에도 출연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 한가지는 강남 스타일에는 뭔가 새롭거나 비범한 부분은 전혀 없다는 점이다. K-팝으로 불리는 한국의 팝 음악 산업은 오래 전부터 이와 비슷한 뮤직 비디오를 제작해왔고, 싸이도 특유의 괴짜 스타일 팝 음악을 10년 넘게 추구해왔다. 강남 스타일 싱글은 싸이가 최근 발매한 6번째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그렇다면 2012년 싸이를 깜짝 글로벌 스타로 만든 요소는 도대체 무엇일까?
 
같은 요소, 다른 결과
곡 자체도 재미있지만 강남 스타일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끈 원동력은 뮤직 비디오에 있다. 한국어에 능통하지 않고서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곡의 코믹한 가사(강남 지역의 사치스러운 라이프스타일을 조롱하는 내용)를 제대로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곡을 전 세계의 대중에게 노출시키고 저마다 친구들에게 추천하게끔 유도한 요소는 확실히 유튜브에 올라온 비디오다.
 
강남 스타일은 우스꽝스러운 유머, 유쾌한 안무, 웃긴 춤 동작, 화려한 색상과 재미있는 세트 소품들로 무장했다. 여기에 강력한 비트의 귀에 쏙 들어오는 노래까지 가미되었으니, 인기를 끈 것도 당연해 보인다. 궁금한 부분은 인기를 끈 이유가 무엇이냐가 아니라, 왜 지금이냐는 점이다. 게다가 비슷한 뮤직 비디오들이 과거에도 있었음을 감안하면 궁금증은 더욱 증폭된다.
 
예를 들어 2006년에 일본 팝 아티스트 DJ 오즈마는 한국 팝 그룹인 코요테의 1999년 싱글 ‘순정’의 커버 곡을 발매했다. 이 곡의 귀에 쉽게 들어오는 멜로디, 안무, 춤 동작, 의상, 소도구 등의 특징도 강남 스타일과 동일하다. 차이점은 DJ 오즈마의 순정은 유튜브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지 못하고 5년 동안 조회수 150만 회에 그쳤다는 사실이다.
 
 
강남 스타일이 큰 인기를 끌고 순정이 별 주목을 받지 못한 이유 중에는 5년 전과 지금의 인터넷 환경이 다르다는 점도 있다. 2006년 당시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였고 마이스페이스는 대중화에 애를 먹고 있었다. DJ 오즈마의 순정에도 강남 스타일의 인기를 촉발한 모든 요소가 포함되어 있었지만 이와 같은 환경적 제약으로 인해 온라인에서 별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이다. 당시의 세계는 지금처럼 촘촘히 연결되지도, 상호 노출되지도 않았음을 감안하면 놀라운 사실은 아니다.
 
팝 음악에 대한 이야기
다시 2012년으로 돌아와 보자. 전 세계 페이스북 사용자 수는 9억 5,500만 명, 트위터 사용자 수는 5억 명에 이른다. 한국의 강남 스타일이라는 재미있는 뮤직 비디오가 유튜브에 등장하고, 사람들이 친구들에게 이 비디오 링크를 전달하기 시작하고, 이 사람들이 다시 각자의 친구들에게 링크를 전달한다. 소셜 네트워크를 타고 전파되는 입소문과 유튜브의 댓글들도 비디오의 조회 수를 늘리는 데 일조한다. 연예인들도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 계정에서 이 곡에 대한 글을 게시하기 시작한다. 곧 눈에 띄지 않을 수 없는 거대한 열풍으로 번지고, 주류 미디어에서 다루기 시작한다.
 
강남 스타일이 과거의 비슷한 음악들에 비해 뮤직 비디오를 통해 익살을 더 잘 표현했을 뿐일 수도 있다. 또 DJ 오즈마의 순정에 비해 한 차원 더 높은 유머와 우스꽝스러움을 통해 돋보이게 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더 설득력 있는 설명은 전 세계의 사람들이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다양한 경로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 시점에 등장했다는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가 대중화됨에 따라 누구나 쉽게 더 많은 사람들과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소셜 네트워크의 도움을 받아 싸이가 하루아침에 세계적인 스타가 되고 강남 스타일이 전 세계적인 히트곡이 되었다면, 싸이와 그의 인기, 음악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강남 스타일을 통해 세계적인 성공을 맛본 싸이가 앞으로 발매할 앨범과 싱글에서 또 다른 성공을 위해 같은 방식을 시도할까? 강남 스타일보다 한층 더 색다른 안무와 춤과 노래로 지금보다 더 큰 성공을 노릴까?
 
2004년 블로그스피어를 휩쓴 누마 누마 송(Numa Numa Song)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Newgrounds.com에 게시된 이 비디오는 어떤 사람이 컴퓨터 앞에 앉아 몰도바 팝 그룹 오-존(O-Zone)의 드래고스테아 딘 테이(Dragostea Din Tei)라는 곡을 립싱크하며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영상이다. 이 비디오는 유튜브에서 7억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비디오를 제작한 사람도 인터넷에서 스타로 부상했다. 그러나 이 제작자가 유명세를 등에 업고 본격적으로 프로듀싱한 뉴 누마(New Numa)는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무더운 도시의 여름
결과가 어떻든 강남 스타일은 시기, 대상, 콘텐츠의 3박자가 맞아떨어질 경우 인터넷에서 어디까지 성공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표본이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강남 스타일의 매력은 보고 듣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데 있다. 이 곡을 만들게 된 배경을 묻는 질문에 싸이는 여름의 찜통 더위와 경기 침체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로 꽉 차게” 만들자고 결심했다는 것이다.
 
전 세계를 휩쓴 금융 위기와 지구 온난화 시대임을 감안하면 이 뮤직 비디오가 세계의 유튜브 사용자들에게 반향을 일으킨 이유도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면 보이지 않는 말을 타는 동작으로 이뤄진 춤 동작일 수도 있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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