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소스

20돌 맞은 오픈소스의 현주소와 미래 방향

Matt Asay | InfoWorld 2018.01.16
오픈소스의 역사가 올해로 20년을 맞이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오픈소스의 20살 생일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다.

오픈소스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모두 이 혁명적인 개념이 소프트웨어의 개발, 판매, 그리고 분배 방식을 완전히 바꿔 놓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오픈소스 20주년을 맞아 축포를 터뜨리려 준비하고 있다면, 우선 샴페인을 넣어 두자. 왜냐하면 오픈소스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소프트웨어 세계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는 전적으로 사유화 된 채 남아 있다.

물론 20년 동안 바뀐 것도 있다. 그것은 소프트웨어에 대한 사용자의 ‘생각’이다. 이제 우리는 소프트웨어가 오픈소스가 되어도 세상이 끝나는 것은 아님을, 아니 어쩌면 오픈소스가 되는 편이 더 낫다는 생각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생각의 변화가 현실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어쩌면 앞으로 또 다른 20년이 더 걸릴지도 모른다.

오픈소스, 인프라는 정복했지만 소프트웨어는 아직
1999년, 에릭 레이먼드는 전체 소프트웨어의 95% 이상이 상업적 목적이 아닌 실용적 목적으로 개발되고 있으므로 오픈소스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거의 모든 코드가 오픈되지 않고 있다.

필자가 이사회에 몸 담기도 했던 오픈소스 이니셔티브(Open Source Initiative)가 ‘오픈소스’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어 낸 지 10년이 지났지만, 이러한 현실은 많이 변하지 않았다. 레드 햇(Red Hat) CEO 짐 화이트허스트는 2008년 레드 햇 서밋에서 기업 소프트웨어의 낭비를 성토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늘날 소프트웨어의 절대 다수는 기업에서 개발되며 판매 용도가 아니다. 그리고 이렇게 개발된 소프트웨어조차도 실제로 사용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막대한 자원이 IT 소프트웨어 개발에 낭비되고 있다. ... 결국 오픈소스가 전 세계 모든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오픈소스 제품을 사용하면서 오픈소스 및 개발 커뮤니티의 일환이 되어 적극적으로 참여토록 해야 한다.”

물론 아주 발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플로스메트릭스(European Commission Flossmetrics)의 2009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상업적 목적이든 아니든 간에) 전체 코드의 35%가 오픈소스였다. 이는 다른 집계에 비해 아주 후한 수준이다.

클라우데라 공동 창립자 마이크 올슨은 2013년 오픈소스가 기업 인프라를 지배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기업 인프라에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은 열이면 열 오픈소스 운영 체제와 데이터베이스, 그리고 미들웨어를 사용한다. 지난 10년간 폐쇄적이고 사유적 형태의 플랫폼 수준 소프트웨어 인프라가 등장하여 지배적 위치를 차지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올슨의 말은 옳았다. 기업 인프라스트럭쳐 혁신의 상당 부분이 오픈소스 라이선스에 의해 지배된다. 아직까지 포화 상태는 아니지만, 컨테이너 혁명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것도 오픈소스인 도커(Docker)와 쿠버네티스(Kubernetes)이다. 빅 데이터는 어떠한가? 하둡(Hadoop), 카프카(Kafka), 그리고 그 외에도 다양한 오픈소스 테크놀로지가 존재한다. 또 상대적으로 신기술인 기계 학습이나 AI도 마찬가지다. 텐서플로우(TensorFlow), MXNet과 같은 오픈소스는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즉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애플리케이션은 폐쇄적이고 사유성을 띨지라도 플랫폼만큼은 점차 오픈소스화되어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부분 코드가 사적 라이선싱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미래가 오픈소스에 달려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 둘은 양립 가능한 개념인가?

오픈소스화되는 코드가 늘어나면 더 빠르게 수가 증가하지 않을까? ARM의 존 마크 워커는 필자에게 “최근의 메이저급 혁신은 거의 모두가 오픈소스 플랫폼에서 일어나고 있다. 아직도 많은 이가 새로운 시도를 한다”고 설명했다.

왜일까?
기업은 오픈소스가 입 벌리고 있는 곳에 돈을 넣지 않는다.

초기 아파치 소프트웨어 재단 디렉터이자 소스포인트(Sourcepoint)의 CTO인 게이르 마그누슨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오픈소스의 영향력은 특히 차별화되지 않는 것, 혹은 인프라 수준에서 크게 나타났다. 그러나 (에릭 레이번드가 말했던 그) 95%의 소프트웨어 중에는 특정한 사적 요구를 충당하기 위해서만 제작된, 별로 흥미를 끌기 어려운 소프트웨어가 많다.”

즉, 아직도 기업에는 폐쇄되어 있는 코드가 많이 남아 있으며 굳이 이것을 오픈소스로 전환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코드 중 상당수가 어차피 그 기업 내에서만 사용될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기 때문이다. 굳이 공개하려면 할 수야 있겠지만, 그럴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또한, 레드 햇 전략 전문가 데이브 니어리는 오픈소스화에는 실제적인 비용이 들어간다며 “기업만이 유일한 사용자인 이러한 코드를 오픈소스화하는 것은 장점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아파치 소프트웨어 재단 디렉터(이자 캐피털 원의 전직 시니어 디렉터)인 짐 야지엘스키는 “기업은 말로는 오픈소스를 포용하겠다고 하지만, 정작 그러한 포용에 요구되는 자원이나 투자는 꺼리기 때문에 실패하기 쉽다. 그리고 결국 스스로의 잘못을 반성하기보다는 오픈소스 자체를 비난하며 끝나게 된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대부분 소프트웨어가 오픈소스화되지 못한 채 기업 방화벽 내에 갇혀 있는 이유는 오픈소스화에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크고 그에 대비하여 ROI는 너무 작기 때문이다. 적어도 기업이 지닌 편견은 그랬다. 그리고 이러한 편견은 실제 오픈소스를 도입하기 전까지는 깨지기 어려운데, 문제는 편견이 사실이 아니라는 증거도 없이 행동하는 기업이 없다는 것이다. 이제 왜 이런 문제가 생겨나는지 알겠는가?

향후 20년, 오픈소스의 전성기 될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연상시키는 이러한 문제가 다행히도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웹 거물 기업 덕분에 조금씩 풀리고 있다. 이들 기업은 직접 나서 오픈소스의 가치를 증명해 보이고 있다. 물론 스테이트 팜(State Farm)이나 셰브론(Chevron)이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오픈소스에 뛰어들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룸버그 및 캐피털 원 같은 몇몇 기업은 오픈소스가 처음 세상에 알려진 97년이나, 심지어 2007년만 해도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오픈소스에 뛰어들고 있다.

이제 시작이다
비록 지난 20년 간 오픈소스 코드를 ‘사용’하는 기업들은 늘었지만, 결국 오픈소스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 하는 것은 과연 그것이 소프트웨어에서의 혁신 방식을 바꿔놓을 수 있는지, 어떻게 바꿔 놓을 것인지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우리는 이제서야 조금씩 최고의 소프트웨어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라는 사실을 깨달아가고 있는 중이다.

물론, 모든 소프트웨어에 오픈소스가 적합한 것은 아니다. 아파치 소프트웨어 재단 디렉터이자 어도비 수석 과학자 베르트랑 델라크레테즈의 말처럼, “오픈소스는 인프라 소프트웨어에 최적”이다. 반대로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에는 오픈소스가 크게 확산되기 어려운데, 왜냐하면 “(소프트웨어 스택을 헤치고 올라 갈수록) 합의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또한, 특정 소프트웨어에 관심과 적합한 역량을 지닌 개발자 수 역시 스택 레이어가 올라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기반형 소프트웨어(foundational software)의 경우 오픈소스가 혁신을 주도해 나가는 경향이 있다. 기업이 오픈소스에 맞춰 “소프트웨어의 패러다임을 바꿀 정도”라고 워커는 말한다. 그러나 앞으로의 20년 동안은 점차 이러한 경향이 사그라들고 오픈소스 커뮤니티 활동 및 참여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년간 오픈소스의 발자취를 살펴 보았다. 앞으로 올 20년간 또 어떤 멋진 변화가 찾아 올지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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