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 특허전쟁

글로벌 칼럼 | 오라클과 구글의 법정 분쟁이 가져올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의 전복

Hannu Valtonen | InfoWorld 2020.10.08
만약 미 연방대법원이 API도 저작권 대상이라고 판결한다면, 그 영향은 전 세계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미칠 것이다.

오라클과 구글은 10년째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업계의 주목을 받는 이 소송이 우리가 알고 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완전히 바꿔 놓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물론 최근 소식은 모를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무심하다고 탓할 수는 없다.
 
ⓒ Getty Images Bank

그런데 이제 다시 뉴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가 됐다. 그동안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연기됐던 이 소송의 최종 심리가 미 대법원 2020~2021 시즌에 열리는데, 이번 주에 시작되기 때문이다. 최종심 법원의 판결은 되돌릴 수 없고, 번복될 가능성도 적다. 따라서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의 이전 판결과는 달리, 대법원의 판결은 영구적인 효력을 가진다. 그리고 재판은 미국에서 진행되지만, 그 판결은 전 세계 IT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선 지난 10년간의 이야기를 요약하고 넘어가자. 오라클은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 자바 API를 사용한 것이 저작권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데, 구글이 자바 라이선스를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라클 대 구글 공방은 API가 저작권 대상인지 여부를 가리고, 만약 그렇다면 구글의 사용이 ‘공정 이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려야 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전체 소프트웨어 산업에는 판도가 바뀌는 문제이다. API를 재구현하는 것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에서는 일상적인 일이고, 만약 오라클이 승소한다면 개발자가 작업하는 방식이 극적으로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바뀔지, 또 소프트웨어 산업 종사자에게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살펴보자.
 

API 저작권의 의미

현대 소프트웨어 개발 베스트 프랙티스 대부분은 API를 재구현하는 것을 중심으로 구축된다.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오라클의 손을 들어준다면, 개발자는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는 방식을 바꿔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오라클 승소 판결의 영향은 소프트웨어 산업 전체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더 많은 기업이 API를 수익화한다

오라클 승소 판결의 가장 직접적인 효과 중 하나는 기업이 API를 수익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API에 라이선스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으며, 이미 많은 SaaS 소프트웨어가 이런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척 보기에는 라이선스가 매력적인 매출원으로 보이는데, 인기 API를 잔뜩 보유한 업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많은 기업이 API 라이선스에 비용을 낼 것 같지는 않다. API가 호환성에 도움이 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실제로 일을 처리하기 위해 API 뒤에서 구현하는 코드이다. 이것이 기업의 ‘비법’이자 경쟁업체와 차별화하는 요소이다. 이런 관점에서 API에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한다고 경쟁력에 득이 되는 것은 없으며, 장기적으로 가치를 가지기 어려울 것이다.

대신 대부분 기업은 API가 저작권법 하에서 ‘다른 것’이 되기에 충분할 만큼만 코드를 적절히 수정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 코드는 본질적으로 이전과 동일할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소프트웨어 업체의 돈을 절감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호환성 때문에 골머리를 앓게 된다.

또한, 인기 API를 가진 일부 업체는 API를 오픈소스화할 수 있다. 독점 프로토콜을 공개 산업 표준으로 만들면, 직접적인 수익은 올리지 못하더라도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많다. 하지만 기업은 소송이나 향후의 라이선스비 문제를 걱정해 아무런 변경없이는 어떤 API라도 신중하게 사용하고자 한다.
 

소프트웨어의 상호 호환성은 낮아진다

모든 소프트웨어가 하나의 범용 표준이 아니라 각자의 독점적인 코드 상에서 구동된다면, 서로 다른 소프트웨어의 조각을 함께 동작하게 만들기는 더 어려워진다. 이런 원리는 소프트웨어 분야 외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모든 가정에 가전업체마다 다른 소켓이 아니라 표준 전기 소켓이 설치되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API가 저작권 대상이 되는 세상에서 애플리케이션은 이전처럼 함께 동작하지 않을 것이다. 한 SaaS 서비스 업체에서 다른 서비스 업체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해당 업체의 독자적인 API에 맞추기 위해 코드를 수정해야 한다. 지극히 힘들고 노동집약적인 과정이다. 또한 개발자의 기술력도 이식하기 어려워진다. 일자리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API를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대형 소프트웨어 업체와의 경쟁이 더 힘들어진다

API 저작권 때문에 대형 소프트웨어 업체가 자사의 귀중한 API를 사용할 사람을 결정하는 문지기가 될 수 있다. IT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고 일부 업체는 자사의 비즈니스를 어렵게 만드는 다른 업체의 접근을 거부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정치적인 이유로 특정 집단의 API 액세스를 거부할 수도 있는데, 이는 또 다른 논쟁을 불러올 것이다.

여기에 더해 오픈소스 API가 부족하기 때문에 기성 업체를 몰아내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만약 한 업체가 자사 API를 뒷받침하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신생업체가 기존 소프트웨어와의 서비스 호환성을 보장하는 같은 API를 사용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API에 저작권이 적용되면 이런 일은 일어나기 어렵다. 기업은 새로운 솔루션을 도입하기 위해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변경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암시

IT 업계의 대부분은 구글이 승리하기를 바란다. 소프트웨어 개발의 현재를 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상황은 희망적이다. 지난 5월 미 연방대법원은 오라클과 구글에 지방법원 배심 재판에서 공정 이용 여부를 결정하는 데 적용한 평가의 기준을 더 상세하게 설명하는 보충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지방법원 판결은 구글의 손을 들어줬지만, 이 판결은 이후 항소심에서 뒤집어졌다.

판사의 요청은 대법원이 다른 여러 법률자문 보고서 중에 소프트웨어 자유법률센터(Software Freedom Law Center, SFLC)가 제시한 관점을 고려하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SFLC는 2심에서 배심 판결을 뒤집은 것은 대해 수정헌법 7조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을 따른다면, 대법원은 비교적 간단한 절차 문제를 기반으로 소송을 해결할 수도 있다. 법원은 소프트웨어 개발의 기술적 복잡성을 파헤치는 일은 피하려 할 것이고, API를 저작권법 관점에서 해석하는 선례를 남기려 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런 징조에도 불구하고, 내년 미 연방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결과를 알 수 없다. 업체라면 오라클이 승소하고 API가 저작권 대상이 될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애플리케이션의 기존 API를 새로 작성할 필요는 없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코드를 수정할 계획을 세워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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