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U 제조 나선 엔비디아, ‘사이릭스, 파워PC, 트랜스메타’ 전철 피하려면?
엔비디아가 지난주에 자체적인 x86 호환 프로세서 제작에 관한 공청회를 열자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오히려 왜 이제야서 발표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전문가들은, 주요 시스템 회사 중 유일하게 GPU만 공급해온 엔비디아는 이제 필연적으로 CPU도 만들어야만 할 처지라고 입을 모았다.
메인보드 통합형 GPU로는 3D 게임이나 HD 비디오, 윈도우 비스타를 넉넉히 구동시키기 어려웠을 때에는 엔비디아가 자체 CPU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별 문제가 되지 않았었다.
실제로 강력한 그래픽 기능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엔비디아의 수입은 1999년의 1억 5800만 달러에서 작년 41억 달러로 크게 늘게 되었다.
그렇지만 칩의 무게 중심은 이제 노트북과 스마트폰으로 이행되는 상태다.
인스탯의 애널리스트 이안 라오는, 모바일 기기에서는 확장 카드를 꽂을 여유 공간이 없을 뿐만 아니라 GPU의 속도보다 GPU의 크기나 전력량, 그리고 다른 내부 부품과의 조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Lao는 "지구상에서 만들어진 가장 화려한 기기를 가질 수 있을 수는 있지만 GPU가 너무 크거나 그리기 기능이 과부화되서 무선 랜 기능이 약해진다면 기기의 성능도 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텔이 통합 GPU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던 요인 중에는 CPU와 GPU를 번들로 묶어서 좋은 가격으로 판매한 것도 있다. 이제 엔비디아는 GeForce 9400M 칩으로 통합된 그래픽 시장에 뛰어들려고 한다. 그러나 인텔의 강력함으로 인해 아이온 번들(GeForce 9400M + 인텔 아톰 CPU)는 크게 진전하지는 못한 상태다.
"인텔이 아이온을 번들에서 제외시킴에 따라 아이온은 시장의 관심을 끄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애널리스트인 롭 엔더를은 분석했다.
인텔은 또한 엔비디아의 영역에도 도전하고 있다. 인텔의 통합 그래픽 칩은 이미 블루레이 HD 비디오를 지원한다. 또한 인텔은 확장 그래픽 시장을 겨냥한 라라비 GPU도 준비하고 있다.
엔더를은 "엔비디아의 고급상품 시장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엔비디아측에서도 이 좁은 시장에 갇히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가 CPU시장에 꼭 뛰어 들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보자. 인텔과 AMD의 패권에 도전하다 실패한 사이릭스, 파워PC, 트랜스메타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애널리스트들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를 조언하고 있다.
無에서 시작해 CPU를 만들지 마라.
엔비디아는 전세계에서 가장 영리한 그래픽 엔지니어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미 GPU를 CPU처럼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할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인사이트64의 애널리스트인 브룩우드는 처음부터 시작하여 자체적인 CPU를 구축하려면 "연구개발에만 몇 억 달러의 자금과 막대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며 "그 동안 시장은 더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엔비디아는 단순히 인텔과 AMD보다 출발이 늦은 문제뿐만 아니라 얼마 되지 않아 "잠재된 산적한 기술적 문제"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X86 프로세서는 30년 동안 구성이 크게 변하지 않은 채 진화해 왔기 때문에 새로운 버전을 만드는 과학자들은 이전 버전이 갖는 모든 버그나 이상한 동작과도 호환성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브룩우드에 따르면 인텔과 AMD에서는 이 회사에 고용된 수천 명의 기술자들이 "경이적인 기억력"을 갖추고 x86의 별난 행동을 다룰 수 있으며 또한 테스팅과 개발에 쓰인 수많은 시스템도 다룰 수 있다고 한다.
바로 이런 점으로 인해 사이릭스가 1990년대 중반에 인텔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것이다.
낮은 가격으로써 인텔의 386과 486 칩을 어느 정도 이기는데 성공했던 사이릭스의 문제는 자사의 M1 프로세서가 인텔의 펜티엄보다 빠르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부룩우드는 M1 초기 버전에 버그가 많은 것으로 판명되면서 빠른 속도라는 이점은 금새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한편 인텔은 재빨리 Cyrix의 칩을 능가하는 새로운 펜티엄을 대량 생산하기 시적했었다.
엔비디아는 이런 전례를 거울삼아 CPU를 생산한다면 넷북에서 사용되는 것과 같은 낮은 성능의 모바일 프로세서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부륵우드는 이와 같은 움직임을 통해 사이릭스의 문제 일부를 답습하지 않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기존 업체로부터 CPU를 라이선스하거나 CPU를 획득하라.
브룩우드는 엔비디아가 C7 모바일 프로세서를 디자인한 비아의 미국 지국인 Centaur를 사들일 것을 제안했다. C7은 휴렛팩커드의 첫 번째 2133 넷북에 사용된 것이다.
엔더를은 비아 C7 후속작인 나노에 대해 "인텔의 아톰만큼 낮은 전력은 아니지만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브룩우드도 나노가 많은 고객들을 끌지는 못했지만 이는 비아의 마케팅력의 부재와 주요 마더보드 업체로써 중립적이어야 하는 비아의 입장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엔비디아로서는 비아와 같은 문제로 인해 제한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는 수많은 선택 사항 중 가장 합리적인 선택일 것입니다"라고 내다봤다.
엔더를은 엔비디아가 AMD에서 독립한 칩 제조부서인 글로벌파운드리와 접촉하여 엔비디아의 CPU를 제조할 의향이 있는 지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필수적인 서로의 라이선스에 대해 타협점을 찾는 것은 까다로운 일이긴 하겠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엔더를은 IBM이 마이크로소프트를 위해 만든 Xbox 프로세서를 예로 들었다. 이는 인텔 펜티엄 III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엔비디아가 서드파티와의 거래를 고려할 때는 조심해야 할 것이 많다. 사이릭스와 제조업체 IBM와의 거래를 예로 들어보자. 사이릭스는 IBM에게 자사의 이름으로 동일한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판매하도록 허가했다. 사이릭스는 이로 인해 자사의 프로세스가 신속하게 대량으로 제조되어 제조 비용이 절감되고 시장에 쉽게 침투할 것으로 기대했다.
IBM의 생각은 달랐다. "IBM의 영업사원은 사이릭스의 영업사원을 따라 들어가서 같은 고객에게 더 나은 조건을 제시했다. 사이릭스는 스스로 제물이 된 셈"이라고 브룩우드는 말했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마라.
엔비디아가 CPU 제조에 관심이 있다는 소식은 업계의 소식통에게는 놀라운 일이 아니겠지만 필연적으로 시중에 억측과 많은 기대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엔비디아의 CEO인 젠슨황은 이미 경솔하고 성급한 발언을 한 전력이 있다.
브룩우드에 따르면 이는 트랜스메타가 빠진 함정이었다. 이 회사는 닷컴 붐의 끄트머리에서 대대적으로 주식 공개 상장(IPO)을 하였다. 그런 후 모바일 CPU를 개발하기 위해 수억 달러를 지출하였지만 정말 빠르고 전력을 적게 소모하는 CPU를 개발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결국 트랜스메타의 칩은 폭넓게 사용되지 않고 있으며 지난 해 후반에 노바포라에 흡수되었다.
고객보다 더 잘 안다고 생각하지 마라.
파워PC는 애플과 IBM, 그리고 모토로라에 의해 1990년대 초반에 세워졌다. 파워PC 칩은 X86의 CISC(Complex Instruction Set Computers)와 같이 더 많은 트랜지스터들을 칩에 채워 넣기보다 효율적인 칩 디자인을 통해 성능을 높이고자 했던 과장 광고되던 RISC(Reduced Instruction Set Computers) 아키텍처에 기반했던 제품이다.
당시 파워PC는 논란은 있었지만 x86보다 빨랐다. 엔더를은 당시 파워PC의 후원자들은 이것이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업체들에게 받아들여질 것으로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그렇지만 독립적인 소프트웨어 벤더와 원래의 기기 제조업체는 결국 윈도우와 이에 기반한 다양한 소프트웨어로 인해 x86을 구매하는 고객을 따랐다.
오늘날의 상황은 달라졌다. 인스탯의 라오에 따르면 관건이 되는 존재는 유선 통신업체도 아니고 심지어는 소비자도 아닌, 바로 무선통신 업체다.
라오는, AT&T와 같은 통신업체가 수명이 긴 배터리가 더 많은 스마트폰을 팔고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는데 기여한다고 믿는다면 엔비디아는 아주 낮은 전력을 소모하는 칩을 만들어야 하며, 버라이즌이 칩을 작게 해야 한다고 결정했다면 엔비디아는 칩 세트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edito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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