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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 노트북은 죽었다

Mike Elgan | Computerworld 2017.04.05
앞으로는 노트북을 사는 사람이 없어질지도 모르겠다.

10년 전, 노트북은 판매량에서 PC를 제치며 지배적인 컴퓨팅 하드웨어의 지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제는 스마트폰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노트북은 어쩌다가 1인자 하드웨어의 자리를 내어주게 되었을까? 그 이유를 알아보자.

더 이상 혁신을 이끌지 못하는 애플
지난 10여 년간, 애플은 그 디자인과 혁신으로 노트북 시장을 이끌고 지배해왔다. 또한 소위 레티나 디스플레이이라 불리는 기술을 통해 하드웨어 품질 개선을 위해 힘써왔다. 특히 애플의 키보드 디자인과 일체감 있는 알루미늄 바디는 노트북의 정석으로 고정될 만큼 여러 제품들이 모방한 것이기도 하다. 맥세이프 커넥터나 후면의 빛나는 사과마크 등, 애플은 작고 사소한 것들에 신경을 씀으로써 업계 전반에 놀라움을 안겨주곤 했다.

애플의 혁신은 단지 혁신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더욱 우아하고 사용하기 편리한 제품으로까지 이어졌기에 특별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런 혁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벌써 수 년째 바뀌지 않고 있는 디자인은 논외로 하더라도, 지난 해 출시된 맥북 프로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냉혹했다. 일부에서는 이를 맥북 프로 가격에 출시된 맥북 에어라고 칭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 온 맥세이프를 버리고 USB-C 전원을 선택했다.

무엇보다 문제는 터치바다. 물론 호불호가 갈리는 기능이긴 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터치바는 애플의 전매 특허인 우아함, 심플함과는 거리가 먼 기능이라는 것이다. 터치바에 대해 ‘별로다’ 라는 리뷰와 ‘괜찮다’는 리뷰는 많아도 ‘최고다’ 라는 리뷰는 별로 찾아보기 힘든 이유다.

키보드에 대한 반응도 엇갈린다. 단축키 기능에 대한 평가 역시 호불호가 갈리며, 터치패드는 크기가 너무 크다는 반응이다. 특히 실수로 원하지 않은 클릭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많다.
무엇보다 애플은 엉뚱한 곳에서 미니멀리즘과 엘레강스를 추구하려다가 실패했다. 4개의 USB-C 포트로 노트북 바디 자체는 전보다 훨씬 심플해졌지만,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사용하는 모든 기기에 대해 예쁘지도 않고 잃어버리기도 쉬운 동글과 어댑터를 구매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그나마 맥북 프로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는 부분은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과 디스플레이 품질이 개선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기술 발달에 따른 당연한 결과이지 혁신이라 부르기 어렵다.

신형 맥북 프로가 시장의 부러움을 사고, 또 다른 제품들이 맥북 프로를 따라 하는 모습은 이제 상상하기 어렵다. 애플의 경쟁 업체들은 맥북 프로를 따라 해야 할 무엇인가로 인식하기 보다는 차별화해야 할 무언가로 볼 가능성이 더 크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맥북 프로가 과연 그 가격을 지불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제품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잠시 후에 하도록 하자. 그보다 먼저, 노트북을 하드웨어계의 1인자 자리에서 끌어내리게 될 올해의 몇 가지 트렌드들을 살펴보자.

노트북의 기내 반입 금지
미국과 영국 정부는 최근 중동 및 북아프리카 몇몇 공항을 오가는 항공기 내에서 의료 목적의 기기를 제외하고는 스마트폰보다 큰 모든 전자기기를 휴대하고 탑승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들 공항을 이용해 두 국가에 입, 출국하는 승객들은 모두 노트북을 수하물에 넣어 반입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는 최근 있었던 두 건의 기내 노트북 폭발 사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소말리아에서 지부티로 향하던 항공기 기내에서 노트북이 폭발해 선체에 구멍이 뚫리고 여섯 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사건이 있었고, 또 알 카에다 조직이 노트북을 이용해 점점 더 정교한 폭탄을 제작하고 있다는 정보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는 데 기여했다.

최근 안보관련 회의에 참석한 어느 하원 의원은 앞으로 영국, 미국과 비슷한 조치를 취하는 국가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인해 앞으로 발생하게 될 일들에 대해서 몇 가지 추측이 가능하다. 첫째로, 여느 보안 조치들이 그렇듯 한 국가에서 취해지는 보안 조치는 급속히 다른 국가들로 퍼져나가 결국 전 세계 모든 나라의 항공편에서 노트북을 소지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적어도 향후 수 년 간은 기내에서 개인 노트북을 사용할 수 없게 될 지 모른다.

둘째로, 이러한 금지 조치는 노트북 판매량에 분명히 영향을 미칠 것이다. 수백 만원이 넘는 고가의 노트북을 분실이나 파손 위험이 있는 수하물에 맡길 여행객은 많지 않을 것이고, 이러한 두려움은 분명 소비자들의 선택 행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노트북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주로 출장이나 이동이 잦은 이들로써 그 이동성 때문에 노트북을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로, 노트북의 항공기 반입 금지 조치는 결국 노트북을 대체할 수 있는 모바일 기기의 출현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과연 어떤 기기가 노트북을 대체하게 될까?

스마트폰 도킹
삼성이 이번 주 발표한 갤럭시 S8과 S8 플러스 스마트폰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놀라움을 안겨 주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갤럭시 S8의 주변기기인 덱스 스테이션(DeX Station) 이었다.

덱스는 스마트폰 독으로 키보드, 마우스, 모니터 등을 스마트폰과 연결할 수 있게 해준다. 갤럭시 S8을 마치 데스크톱 PC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모니터 대신에 TV나 프로젝터와도 연결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연결된 화면에서 4K 해상도와 이더넷을 지원해 빠른 연결을 보장한다.



특히 비즈니스 유저들은 덱스를 두 개 이상 구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는 오피스에 상시 설치해 두고 사용할 용도이고, 다른 하나는 집에서 사용할 용도로 말이다. 그렇게 되면 다른 기기 없이 스마트폰만으로, 집이나 회사에서 커다란 화면과 키보드의 장점을 누릴 수 있다.

무엇보다 출장 시에도 가져가기 편리하며 호텔 등에서도 얼마든지 TV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스마트폰으로 데스크톱을 대체하려는 이러한 시도는 실용적이지 못한 수준에서 그치고 말았다. 그러나 클라우드 기술의 발달과 강력한 안드로이드 앱의 등장으로 스마트폰 도킹이 PC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게 된 것이다.

덱스 스테이션의 가격은 149.99달러 이며 4월부터 출시된다.

노트북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노트북에서보다 더 큰 스크린과 키보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스마트폰에 연결할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의 구매는 따로 생각해야 할 문제이지만 말이다.

어쩌면 애플도 스마트폰 도킹 아이디어를 수용할지도 모른다. 지난 주 애플은 노트북과 유사한 아이폰용 클램쉘 디바이스에 대한 특허 신청을 냈다. 현재 맥북 프로에서 터치패드가 차지하고 있는 자리에 대신에 아이폰을 삽입하는 형태인데 아이폰을 통해 파워를 공급받을 뿐 아니라 아이폰을 일종의 터치패드로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따로 노트북을 구매하지 않고도 노트북에서와 비슷한 하드웨어 이용 경험이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OS X대신 iOS를 사용하며 기기 하나로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만일 삼성과 애플이 향후 데스크톱 및 노트북을 대체할 기기로 스마트폰을 선택했다면, 다른 기업들도 이러한 방향으로 따라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실제로 (안드로이드에 데스크톱 OS같은 외양과 느낌을 선사하는) 안드로뮴 OS를 제작한 안드로뮴(Andromium)이라는 업체는 129달러에 수퍼북(Superbook)에 대한 프리 오더를 받는 중이다. 수퍼북은 안드로이드 폰으로 구동하는, 노트북의 외양만을 빌린 일종의 ‘껍데기’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앞으로 빠른 시일 내에 전자기기에서, 특히 스마트폰에서 도킹의 활용이 주류이자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스마트폰 크기의 노트북
그런데 사실 도킹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스마트폰 도킹도 마찬가지다(마이크로소프트의 컨티뉴엄이 그 예이다). 중요한 것은 도킹이 노트북을 대신할 주류 트렌드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그런데 도킹과 함께 주류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는 또 다른 개념이 있다. 바로 클램쉘 스마트폰이다.
1997년, 영국의 사이언(Psion)은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로 알려진 기기를 내놓았다. 사이언의 이러한 시도는 당시로써는 매우 혁신적인 것이었다. 특히 사이언 시리즈 5는 타이핑과 터치가 모두 가능한 커다란 키보드를 탑재하고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PDA는 당시 모바일 폰의 유행에 휩쓸려 사람들에게 잊혀졌고 결국 휴대폰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그 사이언 시리즈 5를 제작했던 디자이너 마틴 리디포드(Martin Riddiford)가 사이언 시리즈 5를 듀얼-부트 안드로이드 및 리눅스 스마트폰인 제미니 PDA(Gemini PDA)로 재탄생 시킬 예정이다. 그는 현재 플래닛 컴퓨터스(Planet Computers)라는 업체와 함께 작업 중이다.

 제미니 PDA

제미니 PDA는 닫힌 상태에서는 폰으로 사용될 수 있고, 열린 상태에서는 내장형 키보드가 장착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혹은 주머니 속에 들어가는 리눅스 노트북으로 활용 가능하다.

사실 스마트폰 사이즈의 PC라는 개념은 게이밍 공간을 비롯해 여기저기에서 일반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개념이기도 하다. 애플조차도 벤더블 스크린(bendable screen)을 사용한 클램쉘 아이폰에 대한 특허를 냈다.

이는 다시 말해 이제는 타이핑이 가능한 물리적 키보드를 사용하기 위해 굳이 노트북을 살 필요가 없어졌음을 의미한다.

노트북을 위협하는 3가지 트렌드
앞서 언급한 대안들의 존재로 스마트폰의 입지는 더욱 넓어지고, 노트북은 그 반대가 됐다. 그런데 이것이 다가 아니다. 이 외에도, 노트북의 지위를 위협하는 3가지 트렌드가 더 존재하며 특히 그 셋 중 마지막은 노트북이 든 관에 못을 막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첫 번째 트렌드는 젊은 세대가 이미 도킹이나 클램쉘 스마트폰 없이도 노트북 보다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컴스코어(ComScore) 보고서에 따르면 젊은 세대에서 노트북과 데스크톱 사용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의 20% 가량은 사용중인 유일한 전자기기로 스마트폰을 꼽았으며 이러한 비율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소비자들의 전자기기 사용 체질 자체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치명타는 기업들이 인텔에서 ARM으로 이전하는 트렌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 간 인텔 및 인텔 호환이 가능한 칩은 노트북 및 데스크톱 플랫폼 가동의 중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스마트폰 및 스마트폰 앱은 ARM 칩을 기반으로 구동된다.) 노트북, 특히 애플의 노트북이 ARM 칩을 사용하게 되면 더 이상 노트북에서도 OS X나 윈도우 대신 iOS와 안드로이드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실상 도킹 솔루션과 기능상의 차이는 없으면서도 가격은 훨씬 더 비싼 기기가 되고 말 것이다.

마지막 확인 사살은 다름아닌 노트북의 가격 경쟁력이다. 스마트폰은 눈부신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갤럭시 S8만 봐도 그렇다. 올 해 출시될 아이폰도 마찬가지이다. DSLR 뺨을 칠 수 있는 카메라를 장착하고, 데스크톱 PC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성능을 제공한다. 이러한 하드웨어가 프로페셔널한 퀄리티를 보여주는 앱과 만났을 때 보여줄 수 있는 결과는 놀라움 그 자체일 것이다. 노트북과 달리, 스마트폰은 가지고 노는 재미가 있다.

무엇보다 노트북은 너무 비싸다. 소비자들은 이제 스마트폰이 700달러, 800달러, 심지어 1,000달러를 호가한다고 해도 거기에 대해 큰 거부반응이 없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최신 모델인 아이폰 7과 애플케어 가격은 1,100달러다. 아이폰 8은 더욱 고가의 가격에 출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에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을 구매함으로써 노트북에 지출할 1,500달러 가량을 아낄 수 있다면 더욱 그렇다.

노트북은 너무 단조롭고 비싸다. 게다가 스마트폰으로 노트북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도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다. 젊은 세대는 스마트폰을 더 선호하고, 기업들 역시 스마트폰 OS를 더 선호한다.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지불의사가격은 높아져가는 반면, 그럴수록 노트북은 외면 받게 될 것이다.

노트북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 앞으로는 아무도 노트북을 사지 않는 시대가 올 지도 모른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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