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돌아오는 시간이다. 바람이 차가워지고 나뭇가지가 앙상해질 때면 네트워크 월드는 어김없이 기술 분야의 최고 실패 사례들을 선정한다! 올해의 기업과 인물을 살펴보자. editor@itworld.co.kr
애플, 폴란드 식료품 업체 A.pl에 상표 도용 주장
애플이 브랜드 이름 보호에 있어 대단히 적극적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 사건은 다소 지나쳤다는 평이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 제조사 애플은 폴란드의 식료품 체인점인 A.pl이 애플과 비슷한 이름을 사용함으로써 애플의 명성을 부당하게 이용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소송을 재기했다. A.pl 경영진은 잠깐 동안 세계 최고의 시가총액을 기록하기도 한 애플의 이 소송을 ‘바보 같은 행동’이라고 평했다.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볼썽사나운” 클라우드 전쟁
VM웨어에 따르면 시작은 오픈소스 클라우드 플랫폼 프로젝트의 지지자들이 “우리가 VM웨어보다 “더 오픈소스에 가깝다”고 주장한 사건이다(이 말이 대체 무슨 뜻인지는 우리도 모르겠지만). 이에 대해 VM웨어의 한 고위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왕자님이지 신데렐라의 못생긴 언니들이 아니다”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블로그 글에서 오픈소스 클라우드 플랫폼을 신데렐라 동화의 못생긴 언니들에 비유했다. 이후 VM웨어가 오픈소스 클라우드 프로젝트인 오픈스택에 참여하려고 했을 때, 당연한 이야기지만 감정싸움이 좀 있었다.
가짜 샌디 사진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 미디어 사이트에 게시된 글 수로 치면 허리케인 샌디는 역사적으로 가장 ‘사교적인’ 폭풍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트위터가 떠들썩해지면 사실과 허구의 구분이 점차 모호해진다. 사례를 보자. 여러 장의 샌디 관련 사진이 소셜 네트워크에서 실제 사진으로 알려져 확산되었지만, 나중에 가짜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가짜 사진은 홍수가 난 길거리에서 상어가 헤엄을 치는 사진이다. 트위터의 낚시꾼들에게는 아쉬운 일이겠지만 이번에는 사람들도 속지 않았다.
‘인터넷 족쇄’ SOPA 지지 선언으로 반대자들에게 혼쭐난 고대디의 후회
SOPA와 PIPA를 기억하는가? 고대디는 당연히 기억할 것이다. 도메인 이름 호스팅 업체인 고대디는 처음에 이 법안에 찬성했다. 반면 레딧(Reddit), 구글, 크레이그스리스트(Craigslist)를 비롯한 반대자들은 이 법안이 인터넷 검열 행위라고 비난했다. 반대자들이 고대디의 서비스를 불매하기로 선언하자 결국 고대디는 입장을 번복하고 법안에 대한 지지 의사를 철회했다. 이 법안은 결국 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그러나 위키피디아는 고대디에 대한 분노가 아직 풀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구름 탓에 먹통 된 아마존의 클라우드
가트너에 따르면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 분야의 선두 기업은 아마존이다. 그러나 아마존 웹 서비스(AWS)의 클라우드가 지난 6월 진짜 구름(클라우드) 탓에 작동이 멈추는 일이 발생했다. 강력한 뇌우가 AWS의 가장 크고 가장 오래된 데이터 센터들이 위치한 대서양 중부 지역에 정전을 일으키는 바람에 이 지역의 데이터 센터들에 전기가 끊겼고, 이로 인해 연쇄적으로 작동 중단이 발생하면서 일부 사용자의 경우 48시간 동안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최근 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3분의 1이 클라우드를 날씨와 관계된 서비스로 알고 있다고 답했는데, 이들의 생각이 진짜 맞았던 것이다.
음악을 제발 멈춰주세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기술 기업들은 올해 유난히 사용자, 언론, 애널리스트에게 뮤직 비디오와 음악 공연을 보여주는 것이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처음 시작은 9월에 있었던 모토로라 드로이드 레이저의 공개 이벤트였다. 이벤트의 첫 25분 동안 결코 많은 참가자들이 즐겼다고 말하기는 힘든, 서툰 음악 연주가 이어졌다. 그 다음에는 RIM이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지독한 뮤직 비디오라는 혹평을 받은 영상을 공개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세계에서 가장 랩 속도가 빠르다는 랩퍼를 데려다가 윈도우 애저 클라우드 플랫폼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내기까지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최악의 뮤직 비디오를 연달아 또 내놨다.
NASA의 태만함
NASA의 주요 IT 부문에 대한 보안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가끔 나오지만 올해 초반에 드러난 사건은 그 중에서도 돋보인다. NASA 감찰관인 폴 마틴이 밝힌 바에 따르면 2011년 3월 암호화되지 않은 NASA 노트북 컴퓨터가 분실됐는데, 이로 인해 국제 우주 정거장을 지휘 통제하는 데 사용되는 알고리즘도 분실되었다고 한다. NASA의 보안 문제는 정말 심각해 보인다.
이름이 뭐길래?
윈도우 8을 실패라고 판단하기엔 아직 너무 이르다. 아마 내년 정도면 10년 만에 처음으로 큰 변화를 맞은 윈도우 운영체제의 성적표를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초반부터 허둥거리는 모습이다. 처음 윈도우 8을 공개할 때 마이크로소프트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실행되는 앱을 “메트로” 앱으로 칭했다. 이후 어떤 이유인지 마음을 바꿔 더 이상 “메트로”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모던 앱”, “윈도우 8 스타일 앱” 등을 거치더니 결국 “윈도우 스토어 앱”을 공식 명칭으로 정하기로 한 듯하다. 새 플랫폼의 앱 명칭에 대해 마음을 정하기가 그렇게 어려운가?
테이프에 찍힌 꼼수
노키아의 루미아 920 윈도우 폰 8에는 광학 손떨림 보정이라는 멋진 신기능이 들어가 있다. 예를 들어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옆에서 자전거를 타는 다른 사람의 영상을 촬영하는 경우 이 폰을 쓰면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아니면 전문 카메라 장비를 통해 촬영해도 같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노키아는 후자의 경우다. 노키아는 루미아 920의 흔들림 보정 기능을 시연하는 광고를 제작했는데, 정작 그 광고 영상에는 루미아 920의 흔들림 보정 기능이 사용되지 않은 것이다. 이후 노키아는 광고에서 해당 기능을 “연출”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어쨌든 광고가 실패작인 것은 분명하다.
페이스북도 “좋아요”라고 못할 듯
페이스북이 지난 5월 사상 최대의 기술 기업 공개(IPO)라는 수식어와 함께 화려하게 상장 회사로 데뷔한 후, 페이스북 주식은 무서운 기세로 하락했고 아직도 초기 가격을 회복하지 못했다. 시초가는 주당 38달러였지만 1개월 후 25달러로 떨어졌고 8월 초 주당 20달러 밑으로 내려간 후 그 부근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중이다. 나무 과대 평가되었던 것일까?
길을 잃다
여름과 가을을 강타한 소식, 애플이 더 길어지고 더 얇아진, 화면에 아이콘을 한 줄 더 넣을 수 있는 아이폰 5를 출시했다! 전 세계의 애플 추종자들은 앞다퉈 아이폰 5를 예약했는데, 이들이 iOS 6의 새로운 지도를 켜고 처음 발견한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지도 화면이었다(사진 참조). 파장이 커지자 CEO 팀 쿡이 사과하면서 사용자들에게 다른(결국 구글) 지도를 안내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이후 스콧 포스톨의 퇴사까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