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알의 네모난 세상 | 비 오는 날의 수채화

한홍기 | IDG Korea 2009.05.25

‘오늘도 날씨가 많이 흐리다. 비가 오려나?…’

 

아침 일찍부터 카메라의 먼지를 털어내면서 뭐를 찍을까라고 고민하면서 창 밖을 봤더니 비가 오려고 한다. 그러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우산 2개와 세탁소용 비닐을 가방 속에 잘 접어서 넣는다. 세탁소용 비닐에는 렌즈와 뷰파인더를 위해 작은 구멍이 뚫어져있다(세탁소용 비닐은 비 오는 날 카메라와 삼각대를 함께 가려줄 수 있는 효율적인 비닐이다). 그리고 비오는 날이면 언제나 그런 것처럼 우산 한 개는 나를 위해 다른 우산은 내 카메라를 씌워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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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 출장 길. 보조 좌석에 앉아 비 오는 날 질주하는 차량의 느낌을 닮아내려 했다.

 

비가 오는 날에는 모든 사람들이 촬영에 대해서 두려움을 갖는다. 카메라에 비 맞는 것이 두렵다는 사람도 있고, 비 오는 날에는 사진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카메라는 습기에 대단히 예민하다. 난 디지털보다 필름으로 작업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필름은 습기에 더욱 예민하다. 그렇지만 비 오는 날에도 촬영을 피할 수 없는 때도 있고, 때론 이런 날을 더 선호하기도 한다. 비 오는 날에는 빛이 난반사하기 때문에 빛이 있는 시간이라면 평소(일상적으로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보다는 조금 더 편하게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습기에 대한 예방만 잘 한다면 당신은 비 오는 날에 대해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다. 비 오는 날에 촬영을 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온 세상에 뿌려진 물을 담아낸다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독창적인지를 말이다. 비 오는 날의 사진을 촬영한 사람들은 생각보다는 그다지 많지는 않을 것이다. 수 천 만 명의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들과 조금이라도 다른 사진을 촬영하고 싶다면 비 오는 날 옷이 젖으면서 촬영해야 하는 귀차니즘 정도는 탈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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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오는 날의 인물 촬영은 의외로 좋은 빛으로 작용할 수 있다.

확산 광으로 인해 인물의 얼굴에 원하는 빛을 얻을 수 있었다.

 

흐리거나 비 오는 날의 빛은 피사체를 중간 톤으로 만들고, 확산광선으로 인해 거칠지 않은 빛을 낸다. 이것은 순백색에서 순흑색 사이에 있는 중간 계조들을 풍부하게 살려낼 수 있다. 필름이던 디지털 이미지든 간에 모든 범위의 톤을 살릴 수 있기 때문에 사진을 편집, 인화, 현상들을 하면서 당신이 원하는 콘트라스와 계조를 바꿀 수 있다. 여러분들이 촬영한 사진을 광범위하게 후작업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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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낙산공원. 비 오는 날 비탈길을 올라가며 고생하는 노인.

 

비가 오는 날에 습기가 가득할 때 생기는 안개를 닮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또한, 비가 내린 다음 날에는 온 세상을 깨끗이 청소한 것처럼 대단히 훌륭한 시경을 보여준다. 야경을 촬영하기에도 훌륭하며, 아침 빛과 저녁 빛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색을 보여준다. 사진은 순간의 예술이다. 만약에 당신이 ‘다음에 촬영하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이미 그 순간은 과거의 일이며, 당신은 그 순간을 다시는 촬영하지 못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운이 좋다면 당신은 번개나 허리케인의 사진을 찍을 수도 있지 않을까?

 

어느 사진 모임에 나갔을 때, 비가 무척 많이 왔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었지만 나름 촬영을 해보려고 점퍼 속에 카메라를 넣고 필요할 때만 꺼내서 촬영을 했다. 한 참 후에 알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두 비를 피해서 대낮부터 술자리가 벌어져 있었다고 한다. 이해를 못하는 부분은 아니지만, 단 한 명도 사진을 촬영하지 않고 있다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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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에는 생각보다도 강한 채도와 콘트라스를 만들 수도 있다.

 

왜 같은 사진들만 찍으려 할까? 남이 셔터를 누르지 않을 때 한 번이라도 더 셔터를 누른다면 당신만이 가지고 있는 순간을 기록하게 될 텐데 말이다. 여러분들은 단 한번이라도 시도한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빗물 한 방울을 촬영하기 위해 시도해 본 적이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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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이 떨어지는 순간을 촬영하기 위해 수 많은 셔터를 눌렀지만,

시간이 부족해 원하는 사진을 얻지는 못했다. 아직도 그 순간의 아쉬움을 잊지 못한다.

usungi79@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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