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알의 네모난 세상 | 즐거운 사진, 그리고 좋은 사진

한홍기 | IDG Korea 2008.08.29

사진을 찍다 보면, 정말 많이 듣는 것이 “어떻게 해야 사진을 잘 찍어요?”라는 질문이다. 이에 대한 대답은 “많이 찍어보면 되요”가 되기 마련. 사실 기술적인 부분이나 특정 사진을 위한 스킬을 설명하다 보면 한 달 밤낮을 꼬박 새도 모자라다. 이런 것을 알고 싶으면 가까운 책방에 널려있는 사진 관련 책을 한 번 둘러보면 된다.

 

그럼 정말 “많이 찍어보기만 하면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해서는 ‘먼저 사진을 즐겨라’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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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차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낮과 밤의 경계가 이루어지는 시간,

저 알코올 램프는 친구와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빛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즐기는 사진

사진은 즐기다 보면 훌륭하고 만족할 만한 사진이 나온다. 물론 노력과 그 밖에 여러 가지 촬영 기법, 기술 등을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마음이 동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기술을 익혀봤자 아무 의미 없는 사진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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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너무 더워서 그늘을 찾다가 우연히 아주 낮은 나무를 하나 발견했다.

그 나무는 왠지 모르게 외로워 보였다.

나무그늘은 한 사람이 간신히 들어가서 쉴 수 있는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저 멀리 있는 나무들과는 말이라도 해 봤을까?

 

사진을 즐기려면 기억해야 하는 것이 있는데, 오랜 시간을 생각하고 어떤 상황을 만들어서 촬영하는 것만이 좋은 사진은 아니라는 것이다. 때로는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것이 훌륭한 피사체가 되어주기도 한다.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DSLR 사진의 완성’의 저자는 “반드시 찍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을 찍지 말고, 당신에게 흥미로운 대상을 찍어라”라고 말한다. 꼭 작품이라고 해야 할 만한 사진을 찍기보다는 한 장의 사진이라도 촬영한 사람의 의도와 개인적 가치가 담겨 있다면, 그것으로 그 사진은 값진 것이 되며 소중한 사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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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친구와 함께 나간 공원. 평소에 느낄 수 없는 평화로움이 느껴졌다.  

잔디밭에 누워 봄기운을 물씬 느끼고 있을 때 우연히 올려다 본 나무는 훌륭한 소재가 되어 주었다.

같이 있던 친구에게 잠시 서있으라고 부탁하고 찍은 이 사진은 그 날의 분위기와 한가로웠던 마음까지 전해준다.

따뜻한 봄 같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 너무 잘 맞지 않는가?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것도 사진을 즐기기에 참 좋은 방법이다. 항상 무거운 DSLR을 들고 다니라는 말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평소에는 캐논 익서스 40이라는 콤팩트 카메라를 들고 다니고, 이마저 깜박한 경우라면 휴대폰 카메라도 멋진 장비가 된다. 200만 화소 밖에 되지 않지만, 그 순간 그 장면을 잡기엔 휴대폰 카메라처럼 좋은 것도 없다. 그리고 은근히 낮은 화소 덕택에 독특한 느낌이 나는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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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 창문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화분이 있다.

꽃이 필 것 같지도 않던 이 화분에서 어느 날 예쁜 꽃이 피었다.

하필 아무런 장비도 없었던 날, S-230 휴대폰 카메라는 둘도 없는 장면을 선사해줬다.

 

사진 찍는 행위를 즐기면서 꼭 무엇을 찍겠다라는 것이 아니라, 영감을 주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찍고 있다면, 이미 사진을 조금 더 잘 찍을 수 있는 첫걸음을 내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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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파라솔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잡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50컷도 넘는 사진을 찍었다.

디지털 카메라의 최대 장점은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과 삭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즐거워지는 사진

사진을 즐기다 보면, 문득 사진 때문에 즐거워지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어느 날 사진을 찍고 있는 내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게 됐다. 세상에 부러운 것 하나 없는 사람처럼 웃고 있는 모습에서 사진으로 인해 스스로가 즐거워하고 있다고 느꼈다.

 

사진을 즐기고, 또 사진 때문에 즐거워지고… 이런 순서로 점점 좋은 사진을 찍게 되는 것 같다. 비록 전문 사진가라고 말하기엔 부족하지만, 사진을 즐기고, 또 그 사진으로 즐거워하다 보니 어느 샌가 다른 사람들이 필자의 사진에 공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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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시고 집에 가는 길.

잠시 벤치에 앉아있다가, 문득 나도 모르게 땅만 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곳에는 그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만 보였다.

 

좋은 사진

이제 결론을 내릴 때가 됐다. 좋은 사진이란 무엇일까? 정답은 본인이 좋다고 느끼는 사진이다. ‘아 멋지다~’라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는 사진을 보고, 다른 사람은 ‘음…’이라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예전 사진학 강의를 하시던 교수님께서는 “남의 사진을 평가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지시면서, “사진은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얼마만큼 공감하는가 느끼는 것이 더 옳은 방법일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좋은 사진을 결정하는 것은 사진을 보는 사람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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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만 보고 퇴근하던 때에 별님보다 일찍 퇴근했던 오후였다.

오랜만에 너무 반가워서 내가 먼저 인사를 했다.

 

즐겁게 찍고 즐거워지면 언젠가는 누구나가 인정하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개인적으로 부끄러운 사진이지만, 사진을 함께 보고 의견을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고자 한다. 여러 말 보다는 한 장의 사진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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