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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 죽어야 사는 블랙베리

Galen Gruman | InfoWorld 2015.10.19
다시 한번 블랙베리 CEO 존 첸이 블랙베리의 스마트폰 사업을 접을 의향이 있음을 드러냈다. 첸은 거의 1년째 공공연하게 블랙베리 사용자 이탈을 권유하고 있다.

어쩌면 이런 행동 뒤에는 블랙베리 사용자들의 충성을 바라는 의도가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만일 그렇다면 이 전략은 역효과를 낳을 뿐이다. 블랙베리 스마트폰의 판매고는 지난 2년간 매번 각종 디자인의 신제품을 공개하는데도 1년에 350만 대 이하로 떨어졌고 계속해서 하락 중이다. 350만 대는 애플이 5일 만에 팔아치우는 물량에 불과하다.

블랙베리 가장 최신 제품의 상세 사양은 2월부터 꾸준히 알려져왔는데, 이는 출시 한참 전부터 제품을 노출해 고객을 유인하는 블랙베리만의 전통적인 전략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신 제품이 출시돼도 블랙베리의 판매고는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극도로 어색한 모습으로 첸이 신제품 블랙베리 프라이브(Priv)를 시연해 보이는 동영상 역시 매출에 변화를 일으키지 못할 것이다. 첸이 어느 정도 프라이브에 기대를 걸고 있다면, 작동법에 능숙해진 후에 데모 영상을 찍었어야 했다.

프라이브는 하반기에 출시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슬라이드 형식의 키보드가 탑재돼 있고 특별히 보안 기능 강화에 힘쓴 제품이다. 그러나 첸 자신이 말한 것처럼 이 정도로는 삼성 제품과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 다른 말로 하면, 기존의 블랙베리보다는 훨씬, 그리고 아이폰보다는 약간 더 보안에 약하다는 뜻이다. 아이폰이나 삼성 갤럭시 S의 보안 성능에 만족하지 않는 기업이라면 당연히 프라이브도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프라이브를 둘러싼 잡음은 보안이 아니라 슬라이드 형식의 물리 키보드에 대한 것이다. 이런 형식의 키보드를 원하는 사용자 집단도 존재하지만, 안드로이드 제조 업체는 실제 판매와 직결될 수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수 년 전에 이런 계획을 폐기한 지 오래다. 슬라이드 형식 키보드를 바라는 사용자 집단도 실제로 프라이브를 구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며, 이는 기존에 등장했던 슬라이드 키보드 안드로이드 기기의 판매고에서 증명됐다 할 수 있다.

만일 그런 소수 매니아 집단의 수요가 구매로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달라질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슬라이드 키보드에 대한 일정한 수요가 존재한다면, 삼성, HTC, 모토롤라, LG가 이미 먼저 달려들었을 것이다.

게다가 더 큰 문제가 존재한다. CEO가 자사의 제품을 신뢰하지 못한다면 그 어떤 소비자가 믿고 그 제품을 구매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첸은 이미 여러 번 블랙베리 기기에 미래가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힌 바 있다.

블랙베리 기기의 판매고가 거의 0에 수렴하는 상태로 추락하면서, CEO 첸에게는 종종 천명하던 소프트웨어 중심의 전략을 내세우고 블랙베리 하드웨어의 단종을 발표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블랙베리는 최근의 굿 테크놀로지를 비롯, 소프트웨어 중심 전략을 위해 계속 크고 작은 관련 기업을 인수해오고 있다. 첸이 블랙베리 사업을 완전히 접지 않은 것은 확신을 가진 아이템으로 전환하기 전까지 필요한 현금 흐름을 블랙베리 사업부가 제공해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확신을 가진 아이템이란 보안 커뮤니케이션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업체로의 변신을 의미한다.

블랙베리와 블랙베리 네트워크 운영 센터가 결합해 함께 공급하고 있는 강력한 보안 솔루션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정부 기관이나 방위 계약 업체가 많다. 미국 첩보 기관이 오바마 대통령이 개인 아이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블랙베리가 블랙베리 휴대폰 사업을 접는다고 결정한다면, 이는 곧 일반 사용자나 기업용 제품 생산 중단을 의미한다. 블랙베리는 정부나 방위 계약 업체에서 사용되는 고가의 특수 장비로의 변화를 꾀해야 한다. 이런 장비들은 특수한 보안 메시지 플랫폼 방위 사업에 활용되며, 대당 수천 달러를 호가하면서 국제 고위 인사들을 보호하는 데 사용되고, 블랙베리에 충분한 수입도 안길 수 있다.

이런 길을 택하지 않는다면 자사 CEO의 관심조차 받지 않는 블랙베리 스마트폰에게 남은 것은 몰락뿐일 것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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