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술

'파인만에서 -273도 냉동실까지' 한눈에 보는 양자 컴퓨팅의 역사

Tom Ball | IDG Connect 2020.12.03
일반적인 컴퓨터는 1 또는 0, 두 가지의 상태를 갖는 이진수를 사용한다. 반면 양자 컴퓨터는 동시에 여러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큐비트를 사용한다. 큐비트를 상호 연결하면 처리 성능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일 수 있는데, 이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큰 파급 효과로 이어진다.
 
© Getty Images Bank

실제로 효과적인 암 치료제 개발 속도를 높이는 것부터 다른 신기술 발전 지원에 이르기까지, 양자 컴퓨팅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흥미로운 분야가 많다. 인공 지능을 만들고 학습시키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비약적으로 줄여 지금보다 접근성을 대폭 높이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혁신적 기술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구글과 IBM 등이 지난 5년 동안 큰 진전을 이뤘다. 과학자와 엔지니어는 100큐비트 시스템을 만든다는 목표에 점점 더 다가가는 중이다. 이렇게 최근 몇 년 사이 양자 컴퓨팅이 빠르게 발전했지만 그 기반은 지난 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65년: 파인만

원자 폭탄 개발 과정에서 이미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던 저명한 물리학자 리차드 파인만은 1960년대 중반 양자 전기역학으로 관심을 돌렸다. 이 분야는 광자와 전자기력에 의해 제어되는 전자의 상호 작용을 다룬다. 파인만의 연구는 반입자는 시간을 역행하여 움직이는 일반 입자라는 중요한 예측으로 이어졌다.

아인슈타인 스스로 양자론에 회의적이었고 물리학 연구에 있어 확고한 예측과 관찰을 선호한 상황에서, 파인만의 이 이론은 양자 컴퓨팅 개발의 중요한 초기 발판이 됐다. 파인만의 연구 결과는 이후 이진수와 양자 시스템 간의 관계 탐구로 확장됐다.
 

1980~1985: 범용 양자 컴퓨터

파인만이 1982년부터 양자 시스템을 사용한 계산의 이점에 대해 강의하기 시작하면서 양자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아졌다. 파인만은 “빌어먹게도 자연은 고전적이지 않다. 자연을 시뮬레이션하려면 양자역학적으로 해야 할 것인데, 이건 아주 신나는 문제다. 왜냐하면 전혀 쉽지 않아 보이는 문제이기 때문이다”라는 유명한 푸념(?)을 남기기도 했다.

파인만이 양자 컴퓨팅 영역을 개척했다면, 1985년에는 영국 물리학자 데이비드 도이치가 튜링 기계를 기반으로 하는, 양자 이론을 적용한 ‘범용 양자 컴퓨터’ 개념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튜링 기계는 테이프에 일련의 규칙과 관련된 기호를 사용하는 수학 모델로, 컴퓨터 알고리즘을 시뮬레이션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도이치는 이 양자 이론을 정리한 공로로 2008년 영국학사원회원(Fellow of the Royal Society) 임명 시 '계산 양자 이론의 기반을 닦았고 이 분야의 가장 중요한 많은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94~2000: 새로운 알고리즘

20세기의 끝이 다가오던 중에 미국 MIT 응용수학 교수인 피터 쇼어가 가장 뛰어난 고전 알고리즘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큰 수의 인수를 찾는 새로운 알고리즘을 제시했다. 워낙 효과적이어서 이론적으로 보면 현대의 암호화가 위험에 처할 정도였다. 이 쇼어의 알고리즘 역시 현대 양자 컴퓨팅을 향한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이정표 중 하나로 꼽힌다.

이후 1996년 인도계 미국 컴퓨터 과학자인 로브 그로버가 '그로브' 검색 알고리즘을 제시했다. 양자 컴퓨터를 위한 이 새로운 알고리즘은 데이터베이스 검색에서 더 효율적인 것으로 입증됐다. 같은 해에 MIT의 기계공학 교수인 세스 로이드는 양자역학 시스템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양자 알고리즘을 제안했다.

1999년에는 조르디 로즈가 설립한 D-웨이브 시스템즈(D-Wave Systems)가 세계 최초로 양자 컴퓨팅을 기반으로 한 컴퓨터를 판매하는 회사가 됐다. 초기 고객으로 나사, 구글, 록히드 마틴이 있다. D-웨이브의 등장은 현재 이 분야를 이끄는 IBM, 구글과 같은 기업이 나아갈 수 있는 길이 됐다.
 

2000~2020: 양자 우월성

2001년 새로운 세기로 접어든 직후, IBM 알마덴 리서치 센터의 과학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양자 컴퓨터 계산을 수행했다. IBM과 스탠퍼드 대학은 공동으로 이 작업을 수행해 7큐비트 프로세서에서 15를 소인수분해함으로써 쇼어 알고리즘을 최초 구현했다고 발표했다.

2010년 D-웨이브 시스템즈는 D-웨이브 원(D-Wave One)을 출시하면서 양자 컴퓨터의 첫 상용 판매를 기록했다. 이후 2016년에는 IBM이 IBM 클라우드를 통해 최초로 양자 컴퓨팅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이벤트를 비롯해서 몇 년에 걸쳐 많은 팀에서 여러 진전을 이루면서 현재에 이르렀고, 이제는 섭씨 영하 273.15도의 냉동실에 들어가 있는 양자 컴퓨터의 사진이 낯설지 않게 느껴질 정도가 됐다.

현재 양자 컴퓨터 개발을 두고 경쟁이 치열하다. 시작은 구글이 2019년 양자 우월성을 달성했다고 주장한 것이었다. 최초의 확장 가능한 시스템을 누가 제공할지는 아직도 안개 속이지만, 향후 몇 년에 걸친 세부적인 로드맵은 하나둘씩 공개되고 있다. IBM은 2021년 127큐비트 프로세서를 내놓은 후 2022년과 2023년에 각각 433큐비트, 1,121큐비트 시스템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적용 가능성

상업적으로 유용한 확장 가능한 시스템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양자 프로세서를 개발 중인 IT 기업은 응용 분야와 주요 사용 사례를 파악하기 위해 기업과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 양자 시스템이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이유는 무엇보다 복잡한 문제를 처리하고 가치 사슬을 강화하는 양자 시스템의 막강한 연산력에 있다. 양자 컴퓨팅은 AI, 금융, 의료 등 문제 해결이 주요 과제인 분야에서 가장 큰 산업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공급망, 물류, 수송 역시 많은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양자 컴퓨팅이 기존 시스템을 붕괴시킬 가능성이 높은 영역이다. 이를 통해 양자 기반 시스템은 시간과 비용,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더 정확하고 더 많은 정보에 근거한 물류 일정을 생성하고 다양한 조건이나 예기치 못한 변화를 반영해 적절히 재교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기존 공급망의 다수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오래된 종이 서류 기반 시스템에 의존해 운영되고 있음을 고려하면 이런 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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