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ㆍ협업

글로벌 칼럼 | '산으로 가는' 회의를 하지 않는 기술

Rob Enderle | Computerworld 2022.09.02
최근 필자는 월드 탤런트 이코노미 포럼(World Talent Economy Forum)에 패널로 참여해 메타버스에 대해 논의했다. 이 가상현실 기술이 유망한 것은 분명하지만, 단기간에 줌 미팅이나 대면 회의 등을 대체할 가능성은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메타버스는 기존 의사소통 툴의 대안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아바타를 활용하는 방식이어서 신원 도용이나 사기를 당할 위험도 매우 크다.
 
ⓒ Getty Images Bank

일반적으로 논의를 통해 어떤 합의에 이르러야 할 때 사람들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몸짓과 개성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동의를 구한다. 화상회의나 대면 회의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런 회의의 최후 승자는 가장 많이 알고 있거나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 가장 목소리가 크거나 가장 인맥이 탄탄한 사람의 의견이 채택되곤 한다.

하지만 메타버스에 블록체인과 인공지능(AI)을 결합하면 어떨까? 블록체인이 보안을 개선하고 인공지능이 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한다면 말이다. 필자는 이것이 가능하다면 메타버스(혹은 줌 화상회의도)는 훨씬 효율적인 툴이 될 것이고, 대면 회의보다 더 이상적인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블록체인을 통한 신원 확인

먼저 원격 협업 관련 문제 중 하나는 지금 온라인으로 협업하고 있는 상대방이 정말 본인인지 확실치 않다는 점이다. 산업적 혹은 정치적 스파이 활동이나 분명한 사기 혹은 단순한 장난이 벌어질 여지가 있다면, 지금 온라인으로 대화하는 상대방의 신원을 확신할 방법이 필요하다.

이때 블록체인이 유용할 수 있다. 본래 암호화폐 거래용 분산 원장으로 사용된 기술인데, 온라인으로 협업하는 상대방 신원을 검증하는 데 쓸 수 있다. 신뢰할 수 있는 서드파티 소스를 활용해 신원 검증을 하면, 잠시 헛갈릴 수는 있어도 오랜 시간 상대방을 속이는 것은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의사소통과 협업이 더 안전해지고 보안이 개선된다.
 

AI를 활용해 의사결정 개선하기

AI를 이용해 의사결정을 개선하는 방안도 보자. 그동안 합의가 필요한 업무 미팅에 종종 참여해 본 사람이라면, 보통 회의 자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혹은 가장 완고한 사람이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른바 '논증 이론(Argumentative Theory)'으로, 사람들은 올바른 합의점을 찾기보다는 논쟁에서 승리하는 것에 더 집착한다는 내용이다. 즉, 합리적인 결정보다는 논쟁에서 남을 이기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필자 역시 일단 논쟁에서 지지 않는 것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모인 미팅에 참여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논쟁에서 이기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필자가 지멘스에서 경쟁력 분석가로 일할 때, 지멘스의 특정 부서 임원들이 정기적으로 우리 팀을 찾아 문자 그대로 '비명을 지르며' 바보들이라고 비난하곤 했다. 어느 날엔가 우리 팀은 전략 방향을 놓고 임원 3명과 논쟁을 벌였는데, 우리가 이 논쟁에서 승리(?)하자 그들은 우리 팀을 해체해 버렸다. 결국 그들이 원하는 대로 했지만 그들의 부서는 (필자 예상대로) 시장에서 완전히 실패했고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봤다. 그 임원들은 사업의 성공보다 자신과 이견을 가진 사람들을 내보내는 것을 훨씬 중요하게 생각했던 셈이다.

만약 당시 논의 과정에서 AI를 사용했다면 어땠을까? AI를 이용해 경험과 지식, 과거 결정의 성공률, 조직 역량의 이해도 등으로 기준으로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의 영향력 순위를 매기는 것이다. 직급이나 고집, 사내 연줄 같은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판단인 셈이다. 이렇게 하면 AI가 계산한 가장 신뢰성을 높은 사람이 가장 큰 발언권을 가지도록 할 수 있다. 물론 그를 제외한 다른 이들을 무시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단지 의사결정 과정에서 자격이 없는 이들이 더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메타버스에서의 블록체인 검증, 현실 세계의 AI 지원 등 기술을 활용하면 협업이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딥페이크 '동료'나 모든 것을 아는 듯 구는 허풍선이를 걱정하지 않고 당장 활용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해법을 찾는 데 집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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