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마이크로소프트는 제품이 아닌 ‘경험’을 강조하며 인사이동을 단행했는데, 당시 몇 가지 의문점이 있었다. 윈도우는 예전만큼 중요하지 않은 것인가? PC가 더 중요한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추가된 새로운 기능을 즐기며, 윈도우 폰과 태블릿, PC에 대한 마이크로소프트의 통합된 비전을 믿던 개발자나 사용자들에겐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것은 모두 마이크로소프트가 빌드에서 답했어야 할 중요한 질문들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임원들과 이야기해보면, 그들은 대답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윈도우 지지자들은 다르게 느낀다.
대신 마이크로소프트는 전문가들이 종종 저지르는 근본적인 실수를 했다. 주제에 대한 청중들의 이해도가 당사와 같다고 생각한 것. 윈도우는 총 30개의 세션에서 등장했는데, 대부분은 윈도우용 애플리케이션의 개선을 목적으로 한 세션이었다. 그 외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에 인공지능을 도입하고, ‘인텔리전트 엣지’ 디바이스를 만들기 위한 윈도우 ML(Windows ML) 같은 근원적 기술과 관련해 이야기하는 데 할애했다. 사용자들(심지어 일부 개발자들도)이 “윈도우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의문을 가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커뮤니케이션은 위에서부터 시작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사티아 나델라는 윈도우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윤리, 인공지능, 애저에 대해 이야기하며 기조연설을 시작한 후, 그는 시나리오 하나를 제시했다. 하루 동안 여러 장소에서 여러 사람들과 여러 대의 디바이스로 여러 센서와 상호작용하며 일한다. 휴대폰, 태블릿, PC 등은 모두 하나의 데이터 세트에 접근할 수 있다. 그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미 이런 세계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나델라는 4문장으로 청중의 절반을 잃었다.
“우리는 하드웨어를 이 수준까지 끌어내는 운영체제, 앱 모델을 이 수준까지 만드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각 디바이스들은 여전히 중요하겠지만, 이러한 메타 오케스트레이션(meta-orchestration)이 필요하다. 지금의 운영체제 개념도 수준을 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바로 마이크로소프트 365다.”
메타 오케스트레이션? 운영체제의 수준 올리기? 이 모든 것이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나델라는 심지어 윈도우를 언급하지도 않았다. 대신 윈도우, 오피스 365, 모바일 관리 소프트웨어를 통합해 기업에게 판매하는 마이크로소프트 365를 언급했다. 소비자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365는 윈도우가 아닌 오피스 365처럼 들리며, 일종의 윈도우용 구독 모델이라는 느낌이 든다.
둘째로 마이크로소프트는 당사가 제시하는 미래와 소비자들이 치러야 할 값을 조화시키지 못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무대 위에서 회의 중 대화를 실시간으로 텍스트로 바꾸고 번역하는 기능이 도입된 미래의 회의실 모습을 시연했지만,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코그너티브 서비스(Cognitive Services)를 통해 제공되는 기능이다. 오피스 365 마케팅 책임자인 롭 하워드와의 대화에서 필자는 이런 플랫폼 수준의 기능들이 결국엔 마이크로소프트 팀즈(Teams)와 같은 제품으로 판매될 것처럼 느꼈다. 하지만 역시 차이는 분명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만일 라제쉬 지하가 윈도우를 포괄하는 “경험 및 디바이스” 팀을 이끈다면, 그에게서도 관련 내용을 듣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해명 아닌 해명
우리는 윈도우가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대화의 큰 결론은 항상 이랬다. 버지(Verge)는 나델라와 대면 인터뷰를 하면서 윈도우와 그 미래에 대해 질문했는데, 아주 추상적인 답변만을 받았다. 나델라는 “윈도우는 항상 서버나 클라이언트나 상관없이 여러 하드웨어 리소스를 관리하고, 그 위에 애플리케이션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나델라는 이어서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유일하게 중요한 것은 사용자들의 전체 디바이스에서 우리 사용자들에게 잘 서비스하는 것이다. 윈도우에서 어떤 것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윈도우에 더 많은 디바이스를 확장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또다시 나델라는 마이크로소프트 365를 언급하며,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일이 여러 디바이스를 가진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나델라의 답변은 윈도우에 대한 대화를 진전시키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사장인 프랭크 쇼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일반 소비자나 최종 사용자가 아닌 개발자에게 말하며 “과도하게 수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빌드 컨퍼런스에서 최종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말이 너무 많았다는 피드백을 받았다는 것.
쇼는 ‘우리는 게속 우리와 파트너들이 만드는 (윈도우) 경험에 투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것이 아마도 윈도우 팬들이 빌드에서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흐릿한 윈도우의 미래
우리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10의 PC 버전, 휴대폰 버전, 그리고 서피스 허브(Surface Hub)와 같은 전문적인 디바이스용 버전, 심지어 엣지 브라우저와 같은 PC형 애플리케이션이 포함된 엑스박스 버전을 계획했었다고 알고 있다. 이 생태계는 분명하고, 잘 정의되어 있고, 개발자나 사용자들이 똑같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후, UWP 앱으로 애플리케이션이 여러 플랫폼에서 구동될 기회를 얻었다. 2018년 4월 업데이트에서 적용된 PWA(Prograssive Web Apps)는 이보다 더 나아갔고, 기본적으로 웹 앱을 윈도우에서 실행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분명 윈도우를 진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그 이후의 윈도우는 분명하지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를 디바이스의 모양이나 크기에 맞게 늘리거나 줄일 수 있도록 하는 컴포저블 셸(Composable Shell, CShell)을 사용해 개편한다는 소문도 있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이와 관련된 발표는 없었다.
우리는 모두 마이크로소프트가 로드맵을 공개하지 않길 원하거나, 인공지능과 같은 혁신에 집중하길 원한다는 것을 이해한다. 그러나 개발자와 최종 사용자들이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플랫폼이자 여전히 미래의 근간이 될 윈도우에 대해 안심하도록 만들 완벽한 기회가 이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그 기회를 놓쳤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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