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사용자 추적과 인터넷 검열로 악명이 높은 중국이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니,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베이징 사람들의 모든 움직임을 알고 싶어한다고해서, 그런 염탐 활동에 마이크로소프트를 끌어들이고 싶은 것은 아니다.
중국은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선택지를 주었다. 스눕웨어(snoopware)를 없애지 않으면, 중국 정부와 기업 고객에게 윈도우 10을 판매할 수 없다고 한 것. ‘돈’을 포기할 수 없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중국에 손을 들어주었다.
1년 전부터 마이크로소프트는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은 윈도우 10의 별도 버전을 CETC(Chinese technology and defense company China Electronics Technology Group Corp)과 함께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5월 23일, 윈도우 10 중국 정부 에디션(Windows 10 China Government Edition)이 정식으로 출시됐다. 이 버전은 중국 정부의 프라이버시 및 보안 표준을 준수한다.
오랑우탄 캐피탈(Orangutan Capital)은 “이 버전은 윈도우에서 원격측정 요소와 데이터 수집을 없앴다. 아이러니하게도, 윈도우 10 중국 정부 에디션은 XP 혹은 업데이트 및 패치되지 않은 윈도우 7 이후, 사용자의 프라이버시 권리를 존중하고, 데이터를 수집하지 않는 유일한 윈도우다”라고 분석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배경에는 수익화가 전혀 되지 않는 중국의 수많은 윈도우 사용자가 있다. 중국에서는 불법 소프트웨어가 만연하기 때문.
물론, 마이크로소프트가 사용자를 염탐하지 않는다고 해서, 중국 정부의 스파이웨어(spyware)가 포함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중국 정부를 만족시키기 위해 중국 정부 에디션을 만들 때, ‘중국이 원하는 것을 다른 모든 사람들이 원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가졌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및 디바이스 담당 수석 부회장인 테리 마이어슨은 블로그를 통해 “윈도우 10 중국 정부 에디션은 이미 정부와 기업이 필요한 보안, 신원 관리, 배치 관리 등의 기능이 포함되어 있는 윈도우 10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에 기반한다. 중국 정부 에디션은 이러한 관리 기능을 사용해서 원드라이브 같은 중국 정부 직원들에게 필요 없는 기능을 삭제하고, 원격 측정이나 업데이트를 관리하고, 정부가 자체 컴퓨터 시스템 내에서 자체적인 암호화 알고리즘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10 크리에이터스 업데이트에서 프라이버시 개선을 약속했다. 하지만 실상은 PC에서 프라이버시 설정을 조금 더 유용하고 투명하게 만든 것일 뿐이다.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데스크톱 운영체제를 사용하고 싶다면, 리눅스만이 유일한 선택지다.
현재 미국 정부가 중국 정부처럼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항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망 중립성과 인터넷 프라이버시를 동시에 없애려 하고 있으며, 인터넷 서비스 공급업체가 사용자들의 모든 인터넷 활동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 미국의 정치 세력과 같은 편이다.
물론, 윈도우 10 중국 정부 에디션을 얻어 사용해볼 수도 있다. 다만, 본인의 활동을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닌 중국 정부가 본다는 사실만 변할 뿐이다. editor@itworl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