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호의 프로슈머 파일 | 조악한 MP3는 이제 그만!

이기호 편집장 | CIO 2008.10.20

1982년 등장한 CD(레드북 규격)는 기존 LP의 노이즈와 불편함을 일거에 해소하여 디지털 시대의 총아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20Hz~20kHz라는 인간 가청주파수만을 담아냄으로써 아날로그 정보의 많은 부분을 잘라내어 버렸다는 끊임없는 의심을 받아왔다.

소수 마니아들의 트집에 불과하다고 치부되던 이 주장은, CD 규격을 제창한 필립스-소니가 99년 다이내믹 레인지를 엄청나게 향상시킨 SACD를 제창하면서 사실상 인정받게 된다. 그렇다. CD의 PCM 방식은 애당초 자연계 음악의 모든 것을 담을 수 없었던 것이다.

현대는 HD(High definition)의 시대다. HD 영상, HD 오디오, 무섭게 진화하는 디지털 카메라 화소수, 모두가 인간의 섬세한 감각을 만족시키기 위해 질주하고 있다.

HD 영상이 일상화된 지금, DVD의 고화질에 열광하던 몇 년 전의 상황에 얼마나 격세지감이 느껴지는가. 그러나 이런 시대의 흐름에도 아랑곳없이 현재 음악 감상의 메인스트림으로 자리잡은 것이 아직도 MP3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미 정보의 한계가 드러나버린 CD데이터를 위아래 잘라버리고 잔가지 솎아서 압축해버린 MP3가 현재 우리가 접하는 음악의 거의 모든 것이다.

 

128kbps 이상의 MP3 파일은 원본과 대비하여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고, 물론 실제로 상당 부분 그렇게도 들리니 대세가 되었을 터. 그러나 차이가 없는 것은 차이를 느낄 수 없는 재생기기로 들었기 때문이다. 차이는 분명이 존재한다. 때론 엄청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이는 심리적인 저항감을 넘어 물리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게다가 두통, 권태감, 피로 등 이른바 ‘디지털 피로감’을 호소하는 민감한 사용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MP3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대중성이라는 위치는 쉽게 오를 수도, 내릴 수도 없는 자리인 것이다. 그렇다면 MP3로 대표되는 현재 디지털 음악을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의 현실적 문제를 생각해보자.

 

과연 음악감상으로서 MP3는 적당한 것일까? 음악 감상의 본질은 무엇인가? 많은 의문이 들지만, 더욱 충실한 음악을 듣고 싶다는 욕망에 조금 더 충실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CD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많은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들은 수많은 연구와 물량투입을 거듭했고, 이제 초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CD 포맷의 한계를 극복한 상태다.

 

이와 마찬가지로 MP3의 재생도 그 한계는 존재하지만, 개선의 여지는 있다. 하이엔드 CD 재생의 기준이 된 미국 와디아 디지털에서도 아이팟 도킹 시스템 내놓을 정도로 이 분야의 관심은 고조되고 있다.

 

PC 기반 재생에서는 DAC(디지털-아날로그 컨버터)로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다. PC 사운드 카드 또는 메인보드 내장 사운드 모듈의 디지털 오디오 출력을 외장형 DAC에서 받아 처리하면 의외로 고충실 사운드를 얻어 낼 수 있다.

실제 테스트 해보면 저역의 탄력과 다이내믹 레인지의 확장이 쉽게 느껴진다. 괜찮은 앰프와 스피커의 사용으로 Mp3의 불만은 많은 부분 해소된다. 최근에는 중국산 저가형 DAC 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인기 있는 모델들을 보면 가격에 비해 과할 정도로 정공법을 택하고 있는 ‘물건’들이 많다. 이들은 헤드폰 앰프도 내장하고 있으므로, PC 기반 MP3 감상의 용도로는 매우 좋은 선택이다.

또 하나, 앰프를 추가 부담하기 어렵다면 일본산 AV앰프를 활용해 보는 것도 권장할만하다. 이들은 적당한 품질의 DAC를 내장하고 있으며, 앰프의 성능도 가격에 비해 무척 좋다. 인기 있는 일본산 저가 AV앰프의 음질에는 새삼 깜짝 놀라곤 한다.

 

그러나 휴대용 기기 분야에서 음질 개선은 요원한 이야기이다. 초소형 기기에서 MP3의 한계를 극복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디지털 음악 재생은 기본적으로 DAC(디지털-아날로그 컨버터)와 디지털 필터, 아날로그 필터, 앰프 등의 부품이 필요하다.

이러한 부품들을 소형화시키려면 집적화된 원 칩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고, 이는 필연적으로 재생 품질의 열화에 직면하게 된다. 게다가 휴대용 기기 중에는 원가가 몇 백원도 채 안될 것 같은 조잡한 이어폰이 번들로 끼워져 있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휴대용 기기의 물리적인 한계만을 탓할 수만은 없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압축률이 낮은(MP3의 경우 320kbps) 파일들만 선택해야 하고, flac, ape, 애플 로스리스 등의 무손실 압축 포맷을 활용해야볼 만하다.

 

휴대용 기기들은 장년층보다는 젊은층, 특히 우리의 아이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들이 언제까지 엉성한 휴대용 기기로 음악의 앙상한 골격만을 듣고 있어야 할 것인가. 더 늦기 전에 정부 또는 권위 있는 기관에서 압축 포맷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설정하는 것도 고민해볼 만하다. MP3가 출현한 시기와 비교해 엄청나게 낮아진 메모리 가격을 생각하면 압축률에 대한 생각도 재정립할 만하다는 이야기다.

 

320kbps를 기본 포맷으로 하고, 무손실 압축과 192kbps를 옵션으로, 세부적인 변환 프로그램과 설정 값 등도 표준을 정해놓으면 자연스럽게 우리의 몸이 원하는 고충실 음악이 자리를 잡게 될 것이다. 세계 최초의 MP3 플레이어를 선보였고, 대중화시킨 우리나라가 다시  한 번 앞서 갈 수 있는 기회가 여기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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