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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 아이패드 '트랙패드 지원'이 제2의 '퍽 마우스'인 이유

Michael Simon | Macworld 2020.03.11
최근 애플이 트랙패드가 달린 스마트 키보드를 개발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는 호기심이 동했다. 한동안 아이패드에 대한 제대로 된 소문이 없었다. 한 달 정도면 새 아이패드가 출시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런 혁신적인 변화는 새 아이패드에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필자의 12.9인치 아이패드 프로를 꺼내 상상해 본 후 생각이 바뀌었다. 트랙패드나 마우스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이패드의 핵심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트랙패드 달린 스마트 키보드를 반길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일상적인 태블릿 사용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즉 트랙패드가 아이패드를 서피스나 맥으로 바꿔 놓지는 못할 것이다(다만 가격이 올라갈 뿐이다). 투박한 입력 장치는 혼란만 초래할 뿐 플랫폼 발전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발전이 아닌 퇴보

아이패드는 지난 10년간 태블릿 시장의 리더라는 ‘유산’을 공고히 지켜왔다. 핵심 기능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콘텐츠 생성과 소비 용도의 최고 휴대 기기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앱의 종류와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고, 생산성을 염두에 둔 액세서리가 등장해 아이패드의 사용성을 강화했다.

그러나 홈 스크린 위젯과 USB-C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패드는 여전히 아이폰의 연장선에 해당한다.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첫 번째 제품부터 현재 판매 중인 프로 모델까지 아이패드는 (아이폰이 그런 것처럼) 단순함과 사용 편의성에 기반을 둔 제품이다. 아이패드로 작업하기 위해 멀티태스크나 제스처 기능에 '정통해질' 필요까진 없다. 이는 아이패드가 지원하는 환경과 경험의 '부수적인' 부분에 불과하다.

그러나 트랙패드를 지원하기 시작하면 기존 경험을 완전히 바꿔 놓을 것이다. 스마트 키보드나 애플 펜슬에 트랙패드가 추가되면 아이패드 입력과 탐색 방식에 대한 생각을 크게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떠오르는 것이 바로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다. 아이패드가 서피스처럼 된다면 키보드, 트랙패드가 (‘옵션’인 액세서리인 것은 맞지만) 꼭 필요한 액세서리가 된다. 즉 트랙패드가 달린 스마트 키보드가 아이패드를 작동하는 주된 수단이 되는 것이다. 결국 아이패드는 태블릿이 아닌 투인원 기기가 된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 아이패드는 비록 노트북 컴퓨터 모양을 하고 있지만 기존 아이패드의 제약은 그대로 남아 있다. 서피스는 실제로 휴대용 하이브리드 윈도우 10 컴퓨터이다. 그러나 트랙패드를 지원하는 아이패드를 서피스와 같은 컴퓨터로 볼 수 있을까? 필자는 그냥 트랙패드를 지원하는 아이패드라고 생각한다.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애플이 아이패드의 기능성을 대대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트랙패드가 아이패드를 지금보다 더 생산적인 기기로 바꿔 놓기는 어려울 것이다(기껏해야 텍스트 선택이 조금 용이해지는 정도다).


 

혼동, 그리고 장애물

필자는 아이패드에 맥OS를 탑재해야 한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아이패드OS를 크게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애플이 트랙패드가 추가된 스마트 키보드를 출시한다면, 적어도 3가지 중 하나가 일어날 것이다.
 
  1. 애플은 아이패드에 키보드를 연결하면 표시되도록 커서를 추가한다.
  2. 애플은 트랙패드에서 (트래킹 없이) 제스처 기능만 지원한다.
  3. 애플은 트랙패드를 지원하는 앱에서만 트랙패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고, 애플 TV 리모트처럼 아주 기본적인 탐색 기능만 제공한다.

그런데 어떤 것도 이상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첫 번째가 가장 간단하지만 가능성이 가장 낮다. 아이패드에 커서를 추가하는 것은 애플이 아이패드와 관련해 그동안 강조했던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이다. 커서는 아이패드를 컴퓨터에 가까운 기기로 만든다. 그러나 애플은 오래전부터 아이패드가 ‘PC 시대 이후의 기기’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1번이 현실화하면 아이패드의 매력이 사라질 것이다.

두 번째는 흥미롭지만 혼동을 초래한다. 스마트 키보드 트랙패드에서 제스처 기능만 지원하면(앱을 실행하지 않고 홈 스크린으로 돌아가는 동작, 앱 전환을 위한 위로 미는 동작 등), 대부분 사용자는 개념과 사용법을 쉽게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세 번째가 애플이 선택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화면 분할 기능처럼, 개발자가 선택적으로 스마트 키보드 트랙패드 기능을 지원하는 것이다. 텍스트 선택, 그리기, 확대 등 지원 기능 또한 개발자가 결정한다. 애플 앱은 모두 지원될 것이고, 다른 앱은 지원되는 앱과 지원하지 않는 앱이 있을 수 있다. 또 소수의 앱은 출시일부터 이를 지원할 것이다. ‘멀티 멀티-터치’라는 이름을 붙을지도 모른다.

결국 기본 탐색 환경을 건드리지 않고, 트랙패드 기능성을 프로 레벨 사용자로 국한해도, 이런 '어중간한' 방식은 아이패드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끈다. 트랙패드를 추가해도, 아이패드가 더 나은 태블릿, 더 나은 노트북 컴퓨터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패드라는 제품의 개념을 바뀌어야 할 수도 있다. 애플은 갑자기 트랙패드를 지원하는 이유, 일부 작업에는 터치가 최선의 방식이 아닌 이유, 프로 사용자를 대상으로만 지원하는 이유 등을 해명해야 할 것이다. 또 (당연히) 오른 가격을 정당화해야 한다. 필자는 이 모든 과정은 소모적이고, 궁극적으로 불필요하다고 본다(필자는 여기서 애플 '퍽 마우스'의 실패가 떠오른다).



애플은 지난 10년간, 아이폰용 iOS에 기반을 둔 기능과 특징으로 맥과 아이패드 간 차이를 줄이려 노력했다. 그리고 iOS 13부터 OS를 둘로 나눴다. 그러면서 아이패드와 아이폰을 차별화할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이것이 아이패드를 맥에 더 가까운 기기로 만들려는 시도는 아니었다. 반면 트랙패드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태블릿에 트랙패드를 성공적으로 접목한 유일한 기기는 서피스다. 그러나 서피스는 태블릿이라고 말할 수 없는 기기다. 키보드를 연결하거나 분리할 수 있는 노트북이다.

결론적으로, 아이패드는 서피스가 아니다. 또 서피스 같은 기기가 돼서도 안 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하이브리드 태블릿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라, 서피스는 PC이고 아이패드는 PC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트랙패드를 지원한다고 해서 아이패드가 투인원 기기로 변신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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