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사용자용 라데온 RX 베가는 7월 말 시그라프 컨퍼런스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2개월을 꽉 채워 기다려야만 만날 수 있다는 의미다. 시그라프 컨퍼런스는 7월 30일부터 8월 3일까지 개최되며, 게다가 AMD CEO 리사 수의 발표 내용 중 ‘출시’가 서류상의 출시일이 아니라 ‘당일 시장에서 바로 구입할 수 있는 날’임을 의미한다고 볼 만한 근거는 전혀 없다.
라데온 RX 베가의 출시 지연은 커다란 폭탄이다. 좋게 포장할 방도도 없다. 기조연설 당시 유튜브 스트리밍 채팅란에는 엄청난 조롱과 야유가 넘쳐났다.
AMD는 듀얼 라데온 RX 베가 그래픽 카드를 가리켜 라이젠 스레드리퍼 CPU와 결합해 베데스다 프레이 게임을 4K 해상도로 실연해 보이면서 타격을 완화하려고 했다. 물론 인상적인 장면이었지만, 이 간단한 시연 화면에는 프레임 카운터가 없었다. WCCF테크 컨퍼런스에서 있었던 키이스 메이의 프레이 테스트 당시 GTX 1080 시연은 4K에서 60fps를 가뿐히 초과했다. 이때 시연 제품은 GTX 1080 Ti도 아니었다. 달리 말하자면, 2가지의 라데온 RX 베가 신제품이 무대에 올랐어도 실제 성능에 대한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주거나 통찰력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물론, 시연에서 인텔 X 시리즈 칩과 비교할 때 스레드리퍼 64 PCI-E 레인 제품의 우월함을 보여주기는 했다.
지포스 GTX 1080 Ti의 가용성 장점이 희미해지고 엔비디아가 차세대 그래픽 아키텍처 볼타를 선보이면서, 게임 세계에서 AMD가 베가로 돌풍을 일으킬 기회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라데온 RX 베가가 엔비디아 주력제품인 GTX 10 시리즈와 시장에서 맞붙지 않는다면, 베가를 오랫동안 기다린 게이머들은 몇 달 지나지 않아 곧 엔비디아의 볼타 기반 지포스 그래픽 카드 출시 소식을 들을 수도 있다.
초기 라데온 RX 베가의 공급 상황을 일반 사용자용 그래픽 카드에 고대역폭 메모리 HBM2를 탑재한 라데온 퓨리 제품군의 상황에 비추어보면 이럴 가능성은 두 배로 커진다. 라데온 베가도 2세대 HBM2를 사용한다. 일부 전문가는 일반 사용자용 베가 출시 지연의 이유로 HBM2 부품 요소 공급 부족을 꼽기도 했다.
HBM2 공급이 난항을 겪으면, AMD가 일반 사용자용 제품보다 훨씬 더 수익 폭이 큰 데이터센터와 머신러닝 애플리케이션용 라데온 인스팅트(Radeon Instinct)에 집중하는 것이 상식적이고 경제적인 판단이다. 시그라프 등의 전문 그래픽 전시회에서의 라데온 RX 베가 발표도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그렇다. 분명 게이머들에게는 악재다. 그러나 이런 저런 소문과 추측은 얼마나 많건 간에 AMD의 공식 입장과는 거리가 멀다. 공식 발표는 베가의 정식 출시까지 2달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것뿐이다. 최소한 확정된 일자는 공개된 셈이다. 그때까지 베가의 기능과 장점을 예측할 시간은 충분히 남아있다. editor@itworl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