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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디스플레이로 본’ 애플의 재활용 실패 사례

Jason Snell | Macworld 2022.03.31
그린피스(Greenpeace)는 그동안 애플이 환경 문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거듭 지적해왔다. 이후 애플은 자사만의 친환경 경영 방식을 자세히 소개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모든 애플 제품을 소개할 때마다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졌으며, 유독성 부산물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애플의 이런 행보는 이제 매우 익숙하다.

그런데 최근 애플은 다른 재활용 전략을 취하고 있다. 많은 하드웨어를 애플이 직접 설계한다는 전략적인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하드웨어를 다른 제품을 만드는 데 재사용하고 있다.

이번 달 대표적인 사례로는 스튜디오 디스플레이(Studio Display)가 있다. 모든 최신 아이폰 및 아이패드 각각에 탑재된 A13 프로세서와 센터 스테이지(Center Stage) 카메라 시스템을 지원하며, 백단에서 iOS도 구동한다. 스튜디오 디스플레이는 100% 재활용된 알루미늄 소재로 만들어졌으며, 기술 역시 대부분 재활용됐다.
 

제품 제조법

애플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5K 독립형 디스플레이를 개발한다면, 스튜디오 디스플레이와 같은 제품은 절대 나오지 않을 것이다. 64GB 내장 스토리지까지 완비된 스마트폰 SoC를 탑재하는 것은 지나치며, 모바일 OS 전체를 구동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애플은 제품 개발을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이 시작하지 않는다. 기존에 보유한 기술을 활용해 필요한 것을 개발한다. 애플의 재료는 아이폰 및 아이패드 제작용으로 고안되는 경우가 많지만, 다른 상황에서도 사용된다.

예를 들어, 그동안 많은 신형 인텔 맥에 탑재된 T2 보조 프로세서는 사실 A 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애플 실리콘 프로세서이다. 애플은 모든 맥을 자체 칩으로 전환할 준비가 아직 덜 된 상태였지만 자체 프로세서를 집어넣거나 iOS 소프트웨어 및 터치 ID와 같은 센서를 재사용하며, 맥 작동 개선을 위해 아이폰 하드웨어 기술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꼼수를 부릴 수 있었다.
 
최신 버전의 인텔 맥은 A 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T2 보조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 Apple

애플이 기술을 재활용하기 시작한지는 꽤 오래됐다.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각각의 기술을 공유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하지만 애플 실리콘 시대가 도래하면서 애플의 기술 재활용은 차원이 완전히 달라졌다. M1 칩은 지금까지 모든 4가지 맥 모델과 3가지 아이패드 모델에 탑재될 정도로 ‘약방의 감초’와도 같다. M1 맥스는 맥북 프로에 이어 맥 스튜디오(Mac Studio)에도 탑재됐다.

이처럼 애플이 재활용에 집중하는 이유는 돈을 아끼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커스텀 하드웨어 설계는 돈이 더 많이 든다. 경쟁사의 장치가 쉽게 구할 수 있는 부품으로 제작되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애플은 목표 이윤이 있다. 여러 제품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커스텀 하드웨어를 개발하면 이윤을 달성하는 것이 훨씬 더 쉬워진다. 애플은 엔지니어 수도 한정돼 있다. 한 번 쓰고 말 기술 개발에 시간을 다 써버리면 다른 곳에 투자할 시간이 없어진다. 따라서 애플의 재활용은 효율적이고 현명한 방식이다.
 

재활용에 대한 과도한 집착

하지만 때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지난 주 스튜디오 디스플레이가 출시됐을 때, 많은 사용자가 센터 스테이지 카메라에 대해 혹평을 했다. 애플에 따르면, 카메라 화질 문제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서 일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용자의 평가가 많이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이런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근본적으로 재활용에 있다.

필자는 센터 스테이지 기능을 지원하는 아이패드 프로를 사용해 매주 줌(Zoom)과 페이스타임(FaceTime)을 약 1년 동안 써본 사용자로서 센터 스테이지 카메라의 특이점에 익숙하다. 애플의 재활용과 관련해 필자가 스튜디오 디스플레이에서 살펴본 것은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센터 스테이지 경험이었다. 필자가 보기에 센터 스테이지 기능은 양호했으며, 움직임에 따라 초점을 잘 맞췄다. 아이맥 프로에 있는 1080p 카메라보다 특별히 안 좋다는 느낌은 없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맥락이다. 많은 사용자가 실제로 시도한 것처럼, 스튜디오 디스플레이의 카메라를 외장 4K 웹캠과 비교하거나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비교하면 센터 스테이지 카메라의 승산은 없다.

비록 필자는 센터 스테이지 기능을 좋아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카메라 성능이 개선되기를 기대하지만, 이번 사례는 애플이 판단을 잘못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센터 스테이지 시스템이 아이패드처럼 스튜디오 디스플레이에도 잘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사실 많은 사용자가 훨씬 더 좋은 카메라가 출시될 것으로 기대했다.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에 적용된 센터 스테이지가 맥 디스플레이에도 적합한지에 관해 고려하지 않았다. ⓒ Apple

이번 문제는 자체 기술을 재사용하려는 애플의 성향에 책임이 있다. 어쩌면 애플은 센터 스테이지 카메라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 큰 나머지, 데스크톱 디스플레이에 탑재했을 때 과연 효과가 좋을지 여부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애플 입장에서는 센터 스테이지와 같은 최신 기술을 두고 평범하고 재미없는 4K 웹캠을 내놓는 것은 힘들다. 애플이 1MP 와이드스크린 카메라와 자체 개발한 똑똑한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센터 스테이지와 기성품인 4K 웹캠 부품 중 어떤 것을 더욱 적극적으로 개발할 지에 대한 답은 뻔하지만, 애플의 명백한 실수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논의해 보자면, 주말에 필자와 함께 저녁을 먹었던 친구는 스튜디오 디스플레이 주문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취소 사유는 카메라 품질 문제가 있다는 소식 때문이 아니라 스튜디오 디스플레이가 사실상 iOS의 한 버전을 구동하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친구는 디스플레이라는 단순한 제품이 자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물론 가끔은 재부팅이 필요할 정도로 매우 복잡하다는 사실에 구매를 망설인 것이다.

의심할 여지없이 스튜디오 디스플레이는 똑똑한 제품이다. 애플이 개발한 기술이 매우 많이 추가된 덕분이다. 진정한 문제는 재활용된 기술로 인해 스튜디오 디스플레이가 지나치게 똑똑해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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