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문화

글로벌 칼럼 | ‘고객 집착’을 통한 성장은 ‘문제 수용’에서 시작한다

Paul Gillin | Computerworld 2022.05.23
수년 전 필자는 캘리포니아의 마운틴 뷰 주차장을 지나가다가 인튜이트(Intuit)의 설립자 스콧 쿡을 만난 적 있다. 인튜이트는 퀴큰(Quicken), 퀵북(QuickBooks), 터보택스(TurboTax)와 같은 크게 성공한 금융 애플리케이션을 서비스하는 것으로 유명한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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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대화를 나누며 필자가 퀴큰 사용자라고 언급했더니, 쿡이 눈을 가늘게 뜨며 필자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쿡은 “정말입니까? 우리가 무엇을 더 잘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20년도 더 된 만남이었지만, 그때의 대화는 여전히 필자의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있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기술 경영진은 회사가 잘하는 것을 알리는 일은 훌륭하게 해내지만 피드백 요청에는 열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39년간 거의 100억 달러에 달하는 기업을 만드는 과정에서 인튜이트는 ‘고객 집착(customer obsession) 기업’이라는 평판을 얻었다. 필자는 인튜이트의 인공지능 부사장 넝 호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생겼을 때 인튜이트의 고객 집착이 실제로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문제를 수용하다

호는 예일대학교에서 천체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직후인 2014년 인튜이트에 합류했다. 학교에서 호는 인튜이트의 민트(Mint) 재무 관리 소프트웨어를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호는 “민트를 좋아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왜 더 똑똑하지 못할까?’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인튜이트 면접관들이 지원 동기를 물었을 때, 호는 “민트가 싫다”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했고, 호는 민트를 더 똑똑하게 만들기 위해 고용됐다.

그 이후부터 호는 전반적인 고객 경험과 개발자가 제품에 들어가는 기능을 선택하는 방식에 AI를 통합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이런 프로세스에는 주의 깊은 관찰력이 필요하다. 

제품 내 설문조사로 수백만 건의 응답을 수집하는 인튜이트는 고객의 답변을 종합하고 문제 영역 패턴을 찾는 알고리즘을 구축했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면 디자이너는 고객이 어떤 기능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호는 “고객이 특정한 기능을 좋아한다고 해서 매일 그 기능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좋아하는 기능과 매일 사용하는 기능을 다를 수 있다. 인튜이트에서는 솔루션이 아닌 ‘문제와 사랑에 빠지고’ 이를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과 결합한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기능이 출시되면 인튜이트는 고객을 불러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대부분 이야기 주제는 고객들이 겪고 있지만 인튜이트는 인지하지 못하는 문제다. 고객이 특별히 요청하지 않은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호는 이를 ‘신뢰의 도약’이라고 부른다.


즐거움을 위한 디자인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어 인튜이트의 철학은 ‘즐거움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delight)’이다. 이에 따라 인튜이트는 항상 프로토타입을 개발하고, 고객과 함께 프로토타입을 테스트한다. 

인튜이트 디자인팀에는 연구방법론 전문가가 포함돼 있다. 이들은 학술 연구에서 연구방법론을 차용해 각각의 새로운 기능에 대한 가설을 개발하고, 고객 표본을 대상으로 테스트한다. 고객 표본을 자주 변경해 편향된 결과를 피한다.

솔루션은 기본 원칙으로 단순하게 구축된다. 호는 “항상 처음에는 가능한 한 가장 간단한 모델을 구축한다. 그리고 해당 모델이 고객에게 유용한지 알아보기 위해 몇 명의 사람들을 재빠르게 모아 협력한다”라고 말했다.

형태보다 기능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개발자에게는 단순함을 위한 디자인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호는 “개발자들이 완벽한 모델을 구축했다고 말하면, 우리는 그들이 해결하려는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성과를 측정하는지까지 확인한다. 기술 그 자체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때로는 고객의 피드백에 허우적거리기도 한다. 호는 2년 전 소규모 비즈니스 고객의 예산 및 인력 배치에 도움이 되도록 1년을 앞서 예측하는 기능을 개발했을 때를 언급했다. 호는 “기능을 가져갔을 때 해당 고객은 ‘1년 후의 예측까지는 필요하지 않다. 3개월이면 족하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제공하는 수준의 세분화가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때의 경험은 우리팀에게 충격적이었다”라고 회상했다. 

고객과 세무 전문가를 연결하는 기능을 터보택스에 추가했을 때도 단순함이 성공 요인이었다. 테스트 결과 고객과 세무 전문가가 같은 상태에 있어야 한다는 한 가지 간단한 규칙이 복잡한 알고리즘만큼이나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호는 “아무런 이유 없이도 과도하게 최적화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인튜이트는 직원의 입사 첫날부터 고객 집착을 강조한다. 모든 신입 직원에게 고객 중심의 혁신과 즐거움을 위한 디자인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며, 언제나 재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 관리자는 고객 만족도 점수에 대해 책임을 진다. 

70대인 인튜이트 설립자 쿡은 억만장자이자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기업가다. 그러나 쿡은 언제든지 직원들과 문제 해결 세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여전히 인튜이트로 매일 출근한다. 호는 “쿡과의 세션에서 모두가 매우 활발하게 의견을 공유한다”라고 덧붙였다. 인튜이트의 업무 문화를 생각한다면 전혀 놀랍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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