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문화

“재택 근무 안 시켜주면 퇴사” 사무실 출근을 둘러싼 직원과 경영진의 ‘동상이몽’

Lucas Mearian | Computerworld 2022.05.10
일부 애플 직원이 ‘애플 투게더(Apple Together)’라는 단체를 형성해 애플의 주 3일 사무실 출근 의무화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애플 경영진에게 애플의 하이브리드 워크 파일럿(Hybrid Work Pilot) 프로그램이 유연하지 못하다고 비판하는 내용의 공개 서한을 발표했다.
 
ⓒ Getty Images Bank

익명으로 된 이 공개 서한은 애플의 주 3일 사무실 출근 의무화는 “융통성이 거의 반영되지 않은 지침”이라고 비판했다.

애플 투게더는 공개 서한을 통해 “사무실 출근은 20세기 근무 방식이다. 지금처럼 어디서나 화상 전화를 걸 수 있는 인터넷과 모든 직원이 똑같이 사용하는 내부 채팅 앱이 없던 시대에나 존재하던 것이다. 하지만 미래에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다른 직원과 즉시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래서 애플 경영진에게 유연 근무를 확대하고 경직된 하이브리드 워크 파일럿 정책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직원에게 사무실 출근을 강제하려는 시도를 멈추고 직원을 믿어 주기 바란다. 모든 직원은 회사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애플 투게더는 공개 서한의 서두에 한때 입사를 꿈꾸었던 애플에서 헌신을 다해 일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업무 환경의 미래에 대한 경영진의 비전이 자신들이 원하는 것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한, “대면 협업의 장점을 인정한다. 같은 사무실에서 기술적인 제약 없이 활발히 소통함으로써 창의력이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대다수 직원에게 이런 방식의 협업이 매번 필요한 것은 아니다. 가끔 필요한 경우 모든 직원을 한 공간에 소집할 때, 지금의 하이브리드 워크 파일럿 프로그램은 비효율적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애플 투게더는 애플의 하이브리드 업무 계획이 직원 사기와 포용성, 다양성을 해칠 수 있는 6가지 분야도 언급했다.

이 공개 서한에 따르면, 주 3일 사무실 출근을 의무화하면 애플의 직원 구성이 젊은 백인 남성 중심으로 바뀌고 애플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아닌, 애플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선호될 것이다.

즉, 거주지가 회사 근처여서 굳이 이사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나 아직 나이가 어려 새로운 도시나 국가에서 직장 경력을 시작하는 데 문제가 없는 사람, 혹은 배우자가 전업주부이거나 재택 근무자여서 함께 이동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사람 등에 한해 혜택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애플의 CEO 팀 쿡은 올해 3월 직원은 4월 11일부터 최소 주 1일은 사무실로 출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무실 출근일은 5월 2일부터 주 2일, 5월 23일부터 주 3일(월, 화, 목)로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현직 애플 직원으로 구성된 단체인 애플 워커스(Apple Workers)도 트위터 계정과 웹 페이지를 개설해 애플의 하이브리드 업무 계획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했다. 이들은 애플의 불투명하고 비밀스러운 기업 문화를 지적하는 내용을 웹 페이지에 게재했다.

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목격하거나 경험한 불공정한 관행이 지속될 경우 책임과 시정을 요구하면 따돌림이나 인격 모독, 가스라이팅 등을 당한다는 폭로도 이어졌다.

하이브리드 업무에 돌입한 직원에게 매주 특정 요일에 사무실 출근을 요구하는 회사는 애플뿐만이 아니다. 씨티그룹(Citigroup), BNY 멜론(BNY Mellon), 구글, 트위터도 사무실 출근을 포함한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다만, 트위터는 사무실을 개방한 후에도 직원이 원하면 원격 근무를 계속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가트너가 올해 3월에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분기가 끝나는 6월 말이면 대다수 기업이 사무실 복귀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IT와 무선 통신, 의료 및 제약, 연료 및 에너지, 건설 및 부동산, 교통 및 운송 업계 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조사에서 인재 유치와 유지를 위해 유연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기업의 5곳 중 1곳 꼴로 “그렇지 않다”라고 답했다.

이들 기업은 최소 고정 출근일에 관한 요건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에는 사무실로 출근하도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이런 정책도 직원 유지에 문제가 될 수 있다.

J. 골드 어소시에이트(J. Gold Associates) 대표 애널리스트 잭 골드는 “완전 고용 시대에 일손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직원은 불만이 생기면 바로 이직하는 것이 쉬워졌다. 과거에는 회사가 직원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었지만, 최근 IT 업계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졌다”라고 말했다.

HR 컨설팅 업체 오퍼레이션즈잉크(OperationsInc)의 CEO 데이비드 루이스는 사무실 출근을 강요하거나 원격 근무 방식을 통제하는 회사가 현재 구인 시장의 트렌드를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루이스는 미국의 실업률은 3.6%이며, 현재 구인 중인 일자리는 1,100만 개가 넘는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구직자에 대한 수요는 끝이 없기 때문에 직원에게 퇴사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기업이 사무실 출근을 강요하면 직원은 불만을 품고 바로 퇴사할 수 있다. 대퇴직(Great Resignation)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사무실 출근을 원하지 않는 직원에게 ‘퇴사’라는 선택지가 있지만 많은 기업이 이 부분을 놓치고 있다.

루이스는 “36년 동안 HR 직무에 종사하면서, 작업 공간과 관련된 사안을 하나도 빠짐없이 매우 집중해서 연구했다. 특히, 팬데믹 기간 동안 “사무실로 당장 복귀하기 바라며, 싫으면 다른 회사를 알아봐라”라는 기업의 말을 인용한 기사 제목도 봤다”라고 말했다.

루이스는 설문조사에서 원격 근무를 허용하지 않으면 퇴사하겠다고 답한 직원이 40%에 달한 반면, 지식 노동자를 고용하는 회사의 60%가 전일제나 시간제 등 어떤 형태로든 사무실 출근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코로나19 이전 정상적인 근무 형태로 돌아가려는 기업의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골드는 기업의 이런 노력은 대다수 직원에게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영진이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업 문화 및 협업 경험과 직원이 원하는 것 사이에는 괴리가 있으며,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골드는 “사실 이 문제는 정답이 없으며, 회사와 직원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쟁점인 것은 확실하다. 결국 퇴사도 마다하지 않는 직원의 발언권이 훨씬 더 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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