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라이즌 시리즈는 라스트 오브 어스 시리즈,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함께 플레이스테이션을 떠받치는 독점작 중 하나였다. 1편인 호라이즌 제로 던은 독창적인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2020년에는 PC로도 출시됐다. 지난해 발매된 포비든 웨스트도 독특한 세계관과 복잡하지만 깊이 있는 스토리, 매력적이고 강한 주인공과 흥미진진한 전투 등 전작의 장점을 확대하고 차세대 콘솔에 어울리는 화려하고 생동감 있는 그래픽과 UI의 편의성을 보강해 7년이라는 기다림에 보상했다.
개발사 : 게릴라(Guerrilla)
플랫폼 : 플레이스테이션 5
가격 : 2만 2,800원
장점
근접 전투 더욱 강화
화려한 그래픽으로 감상하는 멋진 풍경
UI와 편의성
아쉬운 점
스토리상 큰 변화 없음
보스 전투 임팩트 적음
총평
1년 전 출시된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 본편을 좋아한다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소규모 확장판. 에일로이의 모험은 계속된다.
호라이즌 시리즈는 모종의 이유로 현대 문명이 멸망한 천년 후 31세기를 배경으로 한다. 문명과 기술은 단절됐고 인류는 0에서부터 다시 시작해 원시 부족 생활 방식을 이어가고 있다. 인간 대신 거대한 자연을 채운 것은 기계 동물이다. 플레이어는 부족에서 추방된 채 성장한 에일로이가 되어 활을 업그레이드해가며 기계 동물이나 적대적인 부족과 싸운다. 포비든 웨스트는 전편보다 더 큰 스케일과 전투 액션, 그래픽 등 모든 부문에서 아름답게 개선되었다. 특히 플레이스테이션 5 전용 게임으로 개발된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눈이 번쩍 뜨이는 화려하고 장엄한 그래픽을 보여주었다.
스토리는 사실 어느 지점부터 자세히 이해하기가 어려울 만큼 복잡해졌다. 에일로이가 인류와 문명, 우주의 열쇠를 쥔 존재가 되어 어디에서 왔는지, 어떻게 문명이 멸망했는지 대략적인 줄거리까지는 따라갈 수 있었지만 모든 사용자가 압도적인 게임 내 대사 분량을 모두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출생의 비밀을 밝히는 내용인 만큼 꼭 출시 순서대로 플레이하기를 권한다.
주인공 에일로이는 강하고 책임감 있는 특별한 영웅이다. 포커스라는 과거 문명의 증강현실 기기를 사용할 수 있어서 적에 대한 정보를 기록하고 수집할 수 있다. 전투는 시리즈의 유산 그대로 여러 가지 종류의 활, 폭탄, 트랩이나 로프 함정을 사용하고 각종 탄약을 만들어서 적의 약점을 파괴하고 부품 재료를 모으는 방식이다. 몬스터 헌터 월드처럼 적의 약점을 공략하고 장갑을 벗겨 부위를 파괴하는 스타일인데, 기계 동물의 전투 패턴이 몬스터 헌터 월드처럼 다채롭지는 않아도 공략하는 재미가 있다.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는 미국 서부 지역을 무대로 한다. 실제 존재하는 유명한 랜드마크가 게임 안에서는어떻게 그려졌는지 수수께끼를 풀고 수집 요소를 찾아다니면서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다. 미 서부에 가보지 못한 사람도 금문교, 국립전파천문대 망원경, 세콰이어 나무 숲, 요세미티 정도는 바로 알 수 있다. 아직 발매 1년을 겨우 넘긴 게임이니 스포일러를 피해서 말하자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미국의 특정 장소를 중심으로 한 사이드 퀘스트도 있고, 모두 완료하면 잊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모험을 떠날 수 있다. 이번 DLC에서도 아는 사람들의 눈에는 로스앤젤레스의 유명 랜드마크가 잘 보일 것 같다.
이번 무대는 미국 서부 해안선을 따라 과거 로스앤젤레스였던 지역에서 에일로이가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는 이야기다. 본편에서 메인 퀘스트를 완료한 상태라면 포커스를 통해 연락을 받고 금역 너머 버닝 쇼어로 이동할 수 있다.
빛나는 잔물결, 들판의 나비 무리, 곳곳에 서식하는 소동물, 밤하늘과 모래밭 등 호라이즌 시리즈에서 눈부시도록 아름답게 표현됐던 배경은 더 화려해졌다. 플레이 시작부터 해변에서 각도와 시점, 렌즈 거리, 표정, 자세 등 다양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진 모드를 열심히 활용하게 된다.
포비든 웨스트의 후속 이야기가 전개되는 만큼, 버닝 쇼어도 게임 내 기능이나 그래픽, 편의성을 그대로 가져왔다. 근접 전투가 더 강화되고, 멀리 떨어진 적에게 일격을 날리는 그래플 치명타가 생긴 것이 눈에 띈다. 스킬트리는 6가지 종류마다 각각 3가지 더 늘어났다. 후반 전투에 큰 도움이 되는 새 무기도 생겼다.
주인공 에일로이는 다른 AAA급 게임 속 캐릭터에 비해 입체성이 덜한 편이다. 존재론적 고민을 안고 있기는 하지만 방황 없이 굳건하게 눈앞에 있는 목표를 해치워 나간다. 다정다감하기보다는 무뚝뚝한 독설가에 가깝다.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 후반부에서 에일로이의 강한 의지와 솔직한 성격을 알아본 동료들이 모여드는 줄거리는 그래서 더욱 감동을 주었다. 본편에서 협업과 우정을 배운 에일로이는 이번 DLC에서도 새로운 동료 세이카를 만나 서로를 보완하는 듀오를 형성한다.
버닝 쇼어에서 개방된 새 맵은 전체 본토 맵의 1/3~1/4 정도다. 2만원 초반 금액이 책정된 DLC치고는 분량이 크지 않지만, 최근 게임 소프트웨어 가격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너무 속상해하지 않는 편이 낫다. 대규모 확장팩이 아닌 것이 아쉽지만, 다시 만난 에일로이로의 모험은 즐겁기 짝이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플레이타임이 80시간이라도 부족하지만, 1년만에 DLC가 나와 준 것만으로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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