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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카드 시장의 '삼두정치' 꿈꾸는 인텔 아크 전망

Brad Chacos  | PCWorld 2022.04.07
2개 업체가 독점하던 그래픽 카드 시장은 지난주로 막을 내렸다. 몇 십 년 만에 처음으로 게이밍 시장의 패권을 두고 3개 업체가 어깨를 겨루는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새롭게 진입한 업체는 인텔이다. 데스크톱 게임 인프라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지금 인텔은 외장 그래픽 카드 직접 개발에 나섰고, 독특한 아크 그래픽 카드 포트폴리오를 통해 전략적인 성장 계획을 꾀하고 있다.

부디 인텔이 일반용 그래픽 카드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기를 바란다. 그래픽 카드 재판매업자나 칩 부족 현상이 나타나기 전에도 시장 상황은 충분히 암울했다.
 

새로운 영웅을 찾아서

수 년 동안 게임 애호가는 엔비디아 지포스 그래픽 카드를 선호했다. 여기에는 물론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경쟁사인 AMD 라데온 제품도 흥미로웠지만, 엔비디아의 전력 효율성, 순수 성능, 소프트웨어 성능이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포스 카드가 스팀 하드웨어 설문조사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PC 게이머 사이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이유다. 엔비디아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훌륭한 제품을 꾸준히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일정한 지배력에는 단점도 따른다. 엔비디아는 그래픽 카드 가격을 계속 인상하고 있다. RTX 20 시리즈 GPU는 PC 게이밍을 레이 트레이싱, AI 업스케일 시대로 이끌었지만 대다수의 기존 게임을 눈에 띄게 개선하지는 못했다. 700달러에 출시된 RTX 2080의 성능은 나쁘지 않은 정도에 그쳤고 직전 세대 GTX 1080 Ti와 가격도 비슷했다. 성능과 함께 판매량도 부진했다. 값비싼 HBM 메모리 기술에 투자했다가 고비를 맞은 라데온 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믿은 엔비디아는 순수한 프레임률에 안주했다.
 
ⓒ Intel

하지만 AMD가 들고 일어났다. 라데온 RX 5000 시리즈에 적용된 RDNA 아키텍처는 전력 효율을 크게 높여 성능을 개선했다. 라데온 5700은 당시 PCWorld가 선택한 최고의 1440p 그래픽 카드였다. 라데온 RX 6000 시리즈 그래픽 카드에 적용된 RDNA 2 아키텍처가 진정한 빛을 발하면서, 라데온은 실로 오랜만에 지포스 제품군과 제품 스택 전체의 ‘진짜’ 대안으로 평가받았다. 지포스 RTX 3090조차도 라데온 RX 6900 XT의 놀라운 게이밍 성능에 위협을 느꼈을 정도다. 그래픽 카드 시장의 경쟁이 다시금 치열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엔비디아와 AMD의 ‘그들만의 게임’이 대다수 사용자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레이 트레이싱과 이미지 업스케일링을 지원하는 게임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으며 엔비디아와 AMD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는 모두 긴밀히 통합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GPU 부족 사태와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재판매로 가격이 계속 올랐다.

엔비디아는 RTX 30 시리즈 카드부터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이 시리즈는 전작보다 성능이 개선되었지만 가격도 인상되었다. GTX 1070은 380달러에 출시되었지만 RTX 3070의 출시 가격은 500달러였다. 지포스 제품군 전체에서 유사한 추세가 목격됐다. GTX 1050은 109달러에 출시되었지만 RTX 3050의 출시가는 250달러에 달했다(이 가격도 비현실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 Intel

AMD는 엔비디아 제품의 합리적인 대안이라는 명성을 쌓았다. GTX 1060이 250달러에 출시되면 라데온 RX 580은 유사한 성능에 판매가를 200달러로 조정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현재 AMD는 라이젠 CPU와 라데온 GPU에 집중하면서 이윤 폭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웠다. 성능이 우수한 라데온 RX 6000 GPU에 경쟁력 있는 가격표를 붙이지 않고, 엔비디아 RTX 30 시리즈의 높은 정가에 편승한 것이다. 라데온 RX 6700 XT는 480달러에 출시돼 엔비디아 경쟁제품보다 겨우 20달러 저렴한 정도에 그쳤다. 성능은 400달러짜리 RTX 3060 Ti에 더 가까웠다.

전작인 라데온 RX 5700 XT보다는 80달러나 비쌌다. 둘 다 총 연산 유닛이 40개였으며, 연산 유닛이 36개였던 라데온 RX 580은 메모리 구성에 따라 200달러나 240달러에 출시됐던 제품이다.

가격 인상의 원인은 이례적으로 복잡한 현재 그래픽 카드의 제조 비용 증가다. (GTX 1060과 RX 580은 레이 트레이싱이나 텐서 코어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인플레이션도 한 몫 했다. 팬데믹의 영향도 있지만, 엔비디아와 AMD가 더 높은 이윤을 원하는 상황도 크게 기여했다. 현재 200달러에 팔리는 그래픽 카드가 2016년의 200달러짜리 그래픽 카드보다 빠르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이 한정된 PC 게이머가 만족할 리 없다.

인텔 Xe HPG 아키텍처와 그 결과물인 아크(Arc) 그래픽 카드이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지 자세히 살펴보자.
 

밀물에 맞서는 인텔 아크

ⓒ Intel

인텔 아크가 성공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데스크톱용 아크 그래픽 카드는 2분기에야 출시될 예정이고, 지난주 출시된 것은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모바일용 내장 카드이며, 목표는 1080p에서 중간~높음 정도의 그래픽 설정일 뿐이다. 최소한 현재로서는 RTX 3090 Ti의 경쟁자가 아니다. 

하지만 이런 겸손한 출발로 인텔의 강점이 크게 부각된다. 노트북 판매량은 데스크톱 판매량을 크게 앞지르고 있으며, DIY PC는 비교 반올림 오차에 불과하다. 시작가 899달러인 보급형 노트북에 아크 Xe HPG를 탑재하면서 인텔은 저전력 경량 플랫폼인 에보(Evo)를 강조하고, 계속되는 데스크톱 GPU 공급난을 피해가려고 한다. 게다가 인텔 코어 프로세서와 함께 사용할 때 더욱 유용한 기능을 제공한다.
 
ⓒ Intel

데스크톱 게이밍 카드 분야에서 엔비디아와 AMD를 상대로 이기지 못할 싸움에 뛰어드는 대신, 인텔은 노트북에 아크를 탑재하고 인텔 CPU와 미디어 엔진의 우수한 성능을 콘텐츠 제작 작업에 연동하는 ‘딥 링크(Deep Link)’에 집중했다. 아크 기반의 에보 노트북은 CPU와 GPU 성능을 동적으로 전환하고, 영상 인코딩이나 AI 작업(과거 사진 개선 등)을 가속화하며, 게임 내 하이라이트를 자동으로 캡처하고 XeSS 업스케일로 프레임률을 높이며 퀵싱크(QuickSync)를 활용한다. AV1이 급부상하는 현재 아크는 하드웨어 가속 AV1 인코딩을 지원하는 최초의 칩이기도 하다.

이런 보급형 아크 노트북은 호환 애플리케이션 환경에서 궁극의 콘텐츠 제작 노트북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럴 가능성이 높다.

엔비디아와 AMD의 외장 그래픽 카드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여전히 인텔의 프로세서의 통합형 그래픽은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그래픽 칩이며,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애플리케이션 중 다수가 인텔 기능을 지원한다. 인텔은 AMD 전체 직원보다 많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보유했다. 핸드브레이크(Handbrake),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Adobe Premiere Pro) 등은 이미 딥 링크를 일부 지원하고 있다.
 
ⓒ Intel

이 모든 것이 데스크톱 가격과 상관이 있을까? 아직은 관련이 없다.

Xe HPG와 데스크톱의 연계 수준은 올해 말 외장형 아크 그래픽 카드가 출시된 후 다시 면밀히 살펴야 한다. 유명 기능이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 하지만 이 현명하고 특이한 출시 방식을 통해 인텔이 최소한 가장 유리한 위치를 선정했고 매우 민첩한 방식으로 외장 그래픽 카드에 접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인텔/엔비디아가 외장 그래픽 지원 노트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조합인 상황에서 인텔 전용 기능을 탑재한 Xe를 출시한 것은 이미 모바일 영역을 지배하고 있는 엔비디아에게 흥미로운 일격을 가한 것이다.

데스크톱 전쟁에 바로 뛰어들지는 않았지만 인텔은 싸움에 어느 정도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 단, 전쟁터를 직접 선택할 것이다. 첫 번째 아크에서 Xe HPG가 엔비디아와 AMD의 그래픽 카드의 최고 제품과 경쟁하지는 않았지만, 인텔이 소매를 걷어 부치고 활동 자금을 충분히 확보한 상황에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난 몇 년 동안 PC 게임 업계는 자금력이 충분한 애호가부터 보급형을 선호하는 일반 사용자까지 많은 이에게 절망만을 선사했다. 새로운 기대주가 등장하기에 이보다 좋은 시기는 없다. 단, 수익 극대화보다는 시장 점유율 확대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향후 더욱 흥미로운 전개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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