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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 PC 게임에서 콘솔로 전향한 이유

Alaina Yee  | PCWorld 2023.02.27
맨 처음 비디오 게임을 플레이한 것은 컴퓨터에서였다. 팔랑거리고(flop) 잘 휘어져서 플로피 디스크로 불린 자기 저장 매체로 게임을 플레이했다. 나는 인터폴 수사 요원이 되어 빨간 트렌치 코트를 입은 악명 높은 여성을 쫓아 전 세계를 누볐다.

그러나 결국은 디스크를 교체하지 않아도 되는 게임을 발견했다. 그저 카트리지를 꽂고 계속 플레이만 하면 되는 형태의 기계였다. 결국 부모님이 너무 TV 앞에 오래 앉아 있는다고 간섭하기는 했지만, 디스크를 여러 장 바꿔 끼우지 않아도 되는 게임기는 마법 그 자체였다. 사촌 한 명은 오리지널 닌텐도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인 덕 헌트(Duck Hunt), 컨트라(Contra), 페이퍼보이(Paperboy),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Super Mario Bros.), 그리고 가장 재미있는 게임이었던 더블 드래곤(Double Dragon) 카트리지를 모두 가지고 있었다. 
 
© Wikipedia

필자는 컨트라를 수도 없이 플레이했다. 몇 백, 몇 천 시간도 넘을 것이다. 그것이 PC에서 콘솔로 넘어간 나의 첫 경험이었다. 닌텐도에 많은 빚을 졌다. 이렇게 게임 전용 기기 경험은 다시 10년을 넘었다. 그러다가 코로나19가 발발하고 팬데믹이 닥치자 다시 PC에 붙어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일, 친구들과의 줌 영상 통화,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마라톤하듯 번갈아 보는 시간이 이어졌다. 이 모든 것을 책상 위 PC에 붙어서 했다. 물론 PC로 게임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엑스박스 게임 패스 얼티밋 구독자였기 때문에 친구들과 함께 게임 안에서 만나고 게임을 즐기기도 했다.

팬데믹이 가장 심하던 시기는 이제 지나간 것 같다. 개인적인 삶의 양상도 많이 바뀌었다. 다시 한번 콘솔 게임이 나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의식적으로 PC를 멀리해야

팬데믹 초기 PC는 모든 용도에 다 쓸 수 있는 슈퍼 머신이었다. 업무 메일 알림, 개인 메일 알림, 슬랙과 디스코드 알림 소리가 아직도 그립다. 언제나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재택 중 억지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도 도움이 된다. TV 앞에서 게임을 하기도 하지만, 흔들 의자에서 전화를 받고, 부엌 식탁에서 저녁을 먹는 일상도 중요하다. 팔굽혀펴기를 몇 개 하고 복도에서 춤을 추는 등의 신체 운동도 자주 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시간을 정해 스트레칭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콘솔 선출시 제품이 취향일 때

마이크로소프트 게임이 엑스박스와 PC에서 모두 서비스되고 있지만, 소니는 여전히 PC 이식률이 낮다. 그동안 고스트 오브 쓰시마와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를 플레이하고 싶었지만 거의 모든 시간을 PC 앞에서 보내기 때문에 이들 콘솔 선출시 게임에는 장벽이 있었다.
 
ⓒ PCWorld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모르겠지만, 필자가 하고 싶은 게임은 보통 콘솔에서 먼저 출시되고 가끔은 PC에서는 아예 출시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래픽이나 사운드보다는 게임 플레이 편의성과 스토리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PC용으로 많이 출시되는 인디 게임은 관심사가 아니다.
 

눈 건강에도 신경 써야 할 때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2년 넘게 매일 몇 시간씩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PC 앞에만 앉아 있다 보니까 시력도 많이 나빠졌다. 나이가 든 탓도 있겠지만. 거리가 다른 물체에서 물체로 초점을 맞추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가까운 곳에서 한 자리에 계속 시선을 고정한 채로 너무 오래 일한 것이다.

TV에서 몇 미터 떨어진 소파에 앉아서 대형 화면으로 모든 물체를 더 크게 보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눈에 신선한 자극을 주기도 했다. 물론 산책하면서 먼 경치를 바라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되겠지만.
 

PC 게임 오류 보고에는 지쳐버렸다

누군가가 PC 게임에 유지 관리가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다고 반론을 하겠지만, 가끔 드라이버 업데이트를 하거나 오류 보고 몇 번 정도는 사실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두 세 번에 그칠 때나 그렇다.
 
콘솔의 유지 관리는 PC와 비할 바 없이 쉽다. ⓒ PCWorld

분명 필자는 평범한 사용자는 아니다. 업무용으로 5종의 PC를 쓰고, 태블릿과 스마트폰 역시 업무용으로 활용한다. 개인용 PC도 물론 있다. 친구들과 PC로 오버워치를 하다가 포토샵을 열었다고 화면이 까맣게 다운되면 평범한 PC 사용자처럼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지만 엑스박스 원 X나 플레이스테이션 4를 켜서 시스템 업데이트를 하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은 PC와는 비할 바 없이 쉽고 매끄럽다. 게다가 극도로 편안한 엑스박스 컨트롤러를 좋아하기도 한다. 인체공학에 중점을 두고 설계된 마우스와 키보드로 슈팅 게임을 하는 것보다 엑스박스 컨트롤러로 플레이하는 것이 훨씬 낫다.

차곡 차곡 모아놓은 콘솔 게임 라이브러리의 기쁨

그리움이란 강력한 감정이다. 물리적인 물체가 앞에 있을 때 그리움은 더욱 선명해진다. 가장 좋아하는 게임 디스크나 카트리지가 가득 든 상자나 어린 시절에 쓰던 오래된 콘솔이 현대 게임 전문 콘솔과 나란히 놓여져 있는 광경을 보면 이제는 예전처럼 자주 만나지 않는 그 시절의 가족과 친구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아직도 마음 속에 있는 그 시절 꼬마 소녀는 어쩌면 게임 기기에 이렇게 많은 돈을 썼냐며 어른이 된 필자를 타박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그때 원하던 걸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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