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기술 분야에 미친 영향 가운데 하나는 바로 ‘QR코드’ 사용 증가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모처럼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공격자들이 이 모바일 기술의 취약점을 악용해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보안팀과 직원 모두 이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
모바일 보안 플랫폼 업체 모바일아이언(MobileIron)이 지난 9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QR코드는 기업과 개인에게 ‘중대한’ 보안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모바일아이언은 미국과 영국에서 2,1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전체 응답자의 47%는 최근 들어 QR코드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QR코드가 비접촉식 거래를 필요로 하는 현시점에서 매우 유용하게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84%)가 QR코드를 사용해봤으며, 이 가운데 1/3은 최근 일주일 이내에 QR코드를 스캔했다고 답했다. QR코드를 주로 사용한 곳은 소매점, 레스토랑, 술집 및 기타 시설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QR코드가 미래의 결제 방식으로 더욱 광범위하게 사용되기를 원한다고 말한 응답자도 많았다.
한편, 모바일아이언은 보안되지 않은 개인용 기기를 사용해 커뮤니케이션하고 클라우드 기반 앱과 서비스를 사용하며 원격근무를 하는 비율이 늘어났다고 언급했다. 다시 말해, 일상 전반에서 개인용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여기에 더해 QR코드 사용까지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자신은 물론 기업 리소스까지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QR코드 악용’은 간단하고 효과적이다
모바일아이언의 보고서에 따르면 공격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보안 공백을 악용하고 있으며 특히, 모바일 기기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
공격자는 악성코드를 포함한 악성 URL을 QR코드에 삽입해 공격을 시도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가 해당 코드를 스캔할 때 모바일 기기에서 데이터를 빼내거나, 피싱 사이트로 유인해 사용자가 인증 정보를 누설하도록 한다.
모바일아이언의 부사장 알렉스 모셔는 “기본적으로 QR코드는 사용자가 읽을 수 없게 돼 있다. 따라서 아무도 모르게 다른 URL로 이동하도록 QR코드를 변경하는 일은 매우 간단하고 효율적이다”라고 언급했다.
이를 입증하듯 전체 응답자의 3/4(71%)은 악성 QR코드와 일반 QR코드를 구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응답자는 QR코드로 URL을 열 수 있다는 것은 알지만 다른 여러 기능을 트리거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모셔는 모바일 기기 공격이 개인과 기업 모두를 위협한다면서, “이를테면 어떤 직원의 개인용 모바일 기기가 공격당했다고 가정해보자. 해당 직원의 개인정보가 침해되거나 심지어는 돈을 뜯길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기업 기밀이 유출될 수도 있다”라고 경고했다.
해커가 QR코드를 악용하는 방법
QR코드를 악용한 보안 위협이 특히나 문제인 이유는 의심하지 않는 사용자의 허를 찌른다는 데 있다.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 리서치의 산업 부문 시니어 애널리스트 크리스 셔먼은 “QR코드에 대한 직접적 공격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신 해커가 공격 과정에서 QR코드를 활용하는 경우는 많았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중요한 문제는 QR코드로 사용자 기기에서 여러 기능을 트리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웹사이트를 열거나 연락처를 추가하고 이메일을 작성하는 등이다. 그러나 사용자는 QR코드를 스캔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URL은 클릭하기 전에 URL을 확인할 수 있지만 QR코드는 그렇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일반적인 QR코드 공격에는 악성 QR코드를 공개적으로 유포하는 방식이 있다. 때로는 진짜 QR코드 위에 악성 QR코드를 붙여 두기도 한다.
여기서 사용자가 무심코 해당 코드를 스캔하면 악성코드가 심어진 웹 사이트로 이동하게 된다. 이로 인해 기기가 악성코드에 감염되거나 허위 로그인 페이지에 로그인해 인증 정보를 탈취당할 수 있다.
셔먼은 “이러한 피싱 공격은 가장 보편적인 QR코드 악용 사례다”라면서, “QR코드 악용은 자격증명 탈취, 악성코드 감염, 데이터 유출, 비밀 감시로 이어지기 때문에 기업과 개인 모두 우려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QR코드가 결제 사이트로 연결된다면 사용자의 비밀번호와 기타 개인정보가 바로 유출될 수 있는 셈이다.
카네기 멜런 대학교의 헤인즈 칼리지 정보시스템 학과 교수인 라울 테랑은 “‘드라이브-바이 다운로드(Drive-by download)’ 공격을 하는 사이트가 많다. 설명하자면, 웹 사이트에 단순히 방문하기만 해도 악성 소프트웨어 다운로드가 시작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테랑은 일반적으로 모바일 기기는 노트북이나 컴퓨터보다 취약하다면서, “QR코드가 주로 모바일 기기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취약성 역시 높아진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많은 모바일 기기가 엔터프라이즈 IT 환경 내에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QR코드 악용은 기업의 보안 취약점이 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영국 보안서비스 업체 VST 엔터프라이즈(VST Enterprises)의 CEO 루이스 제임스도 이러한 문제에 주목했다. QR코드 스캐닝 기술을 사용하는 접촉자 추적 앱의 개인정보 및 데이터 보안에 심각한 결함이 있을 수 있다고 영국 정부에 경고한 것이다.
그는 “이 기술이 ‘어태깅(attagging)’ 또는 ‘복제(cloning)’라고 불리는 것에 취약할 수 있다. 어태깅을 통해 진짜 QR코드가 가짜 QR코드로 바뀌고, 이는 사용자를 유사 웹사이트로 연결해 개인정보를 가로채고 침해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QR코드 악용 위험을 줄이는 방법
개인과 기업은 QR코드로 인한 보안 위협을 줄이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다.
가장 먼저, 사용자는 QR코드를 스캔하기 전에 ‘스캔해도 괜찮은지’를 확인해야 한다. 모셔는 “특히 공공장소의 인쇄물에 있는 코드라면 다른 코드가 붙여져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라고 권고했다.
셔먼은 사실상 어떤 식이든 변경된 것처럼 보이는 QR코드는 스캔하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이어서 그는 “QR코드 스캔 시 매번 URL이 뜨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표시되는 URL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절대로 QR코드를 사용해 앱에 로그인해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테랑은 QR코드 악용 가운데 피싱 공격은 심각한 축에 속하기 때문에 사용자는 자신이 정상적인 사이트에 있는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기업 역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다시 말해, 업무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모든 기기를 보호할 수 있는 통합된 엔드포인트 솔루션을 확보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셔먼 또한 기업 리소스에 액세스하는 모든 기기를 대상으로 모바일 위협 방어(mobile threat defense) 및 익스플로잇 보호(exploit protection)와 같은 보안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좋은 방법은 QR코드를 제공하는 조직을 확인하는 것이다. 모셔는 “QR코드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면 스캔하지 않아야 한다”라면서, 특히 사용자를 다른 사이트로 연결하는 경우 조직의 진짜 URL과 다른 URL이라면 피하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무엇보다 사이버보안 및 IT 팀 그리고 기업 전체적으로 QR코드와 관련된 위험을 인지해야 한다. 특히 모바일 기기와 앱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더욱더 그래야만 한다.
테랑은 “팬데믹 기간 동안 모바일 사용이 엄청나게 급증했다”라며, “여기에 더해 QR코드 사용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파렴치한 해커들이 이 기회를 노리려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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