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열리는 한국 IDG의 UX World 2013 Fall 컨퍼런스에 참여하는 백성원 유닛장과 사전에 서면 인터뷰를 갖고, 다음의 UX 철학과 UX 유닛 현황, 그리고 진정한 UX의 역할은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1. 다음은 다양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포털사이트를 서비스하는 만큼 늘 새로운 모습으로 사용자의 편의를 도모한다. 사이트의 UX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다음이 갖고 있는 철학은 무엇인가?
통섭의 시대인 만큼 다른 산업의 예를 들어 보겠다. 2012년 세계 관광객 방문 도시 순위 1위에 (만년 1위 파리를 3위로 밀어내고) 방콕이 등극했다는 의외의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동서양을 잇는 아시아의 관문이기에 접근성이 쉬운 장점이 있지만, UX 관점에서의 방콕은 최악의 도시이다. 전체 구조가 쉽사리 파악되지 않을 만큼 크고 복잡하고 동선은 얽혀있다. 교통은 혼잡하고, 언어 소통도 어렵다. 게다가 세계기상기구가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더운 도시이고, 강은 오염돼 있고 거리는 지저분하고 시끄럽다. 보통 UX에서 기대하는 사용성, 편의성, 이용자 배려 따위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그 지표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방콕은 독특하면서도 다양한 콘텐츠의 보고이자 세계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도시이기 때문이다. 약 3,000여 년간 독립을 지속해 온 독립왕국 고유의 문화유적과 각종 관광자원이 밀집해 있다. 또한, 맛있는 음식, 화려한 유흥가, 전통 시장과 상점 등이 즐비하기에 전 세계 여행객들이 방콕을 향해 배낭을 멘다. (가격경쟁력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것이 바로 콘텐츠의 힘이다.
IT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앱스토어에 수많은 사용자가 몰려드는 이유는 각양각색의 콘텐츠가 가장 많은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콘텐츠에 강한 포털 사이트이었고 앞으로도 그 정체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UX가 콘텐츠 생산 주체는 아니지만 사용자들이 콘텐츠를 맘껏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UX의 기본 역할이다. 즉 사용자들이 보다 즐겁게 콘텐츠를 생산, 소비, 공유할 수 있도록 돕는 것에서부터 다음의 UX는 시작된다.
2.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모바일 웹사이트의 UX도 중요하다. 모바일만의 장점을 살리기 위한 데스크톱 UX 디자인과의 차이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
"기술의 발전은 예술 작품의 제작과 소비 형태를 변화시키며, 따라서 작품을 경험하는 양상도 달라진다."
발터 벤야민의 1936년 작품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 작품>에 나오는 말이다. 이는 사진, 철도, 영상 기술의 발달에 따른 예술의 본질적 변화에 대해서 논한 것이지만, 모바일 혁명기인 지금에도 절묘하게 들어맞는 얘기다. 벤야민은 이미 오래 전에 UX의 핵심을 꿰뚫고 있었던 것 같다. PC만 존재하던 시절의 사용자는 인터넷 공간에서 주로 콘텐츠 소비에 치중했지만, 너나 할 것 없이 스마트폰을 손에 쥐게 된 지금의 사용자들은 콘텐츠 소비는 물론 생산과 유통에 적극 가담하기 시작했다.
벤야민의 말처럼 인터넷(콘텐츠)을 경험하는 양상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 사용자가 생산 주체, 적극적인 매개체가 되면서 콘텐츠의 범주 또한 넓어지고 다양해졌다. 당연히 이 모든 콘텐츠는 상호작용에 기반하고 있다.
모바일 시대에 진화하고 있는 콘텐츠의 속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사용자들이 이를 보다 손쉽게 즐기고, 공감하며, 끊임없이 재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현재 UX의 과제라고 볼 수 있다. 모바일과 데스크톱의 경계는 흐릿해져 가고 있지만, 모바일 UX에서 더욱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데스크톱보다 사용하기 쉬워야 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들고 있다고 해서 사용자 자체가 더욱 스마트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계가 더욱 스마트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3. 국내에는 아직 UX 전담 조직이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 다음의 UX 유닛 조직 현황은 어떻게 되며, 타 부서와는 어떻게 협업하고 있는지 간략히 설명해달라.
UX 유닛은 전사 업무에 대응하는 3개의 UX팀, 2개의 BX팀, 그리고 각 서비스를 담당하는 6개의 디자인팀으로 나뉘어 있다.
워낙 많은 프로젝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다 본사가 제주에 있다 보니 프로젝트 별로 업무 방식이 조금씩 차이가 있다. 기본적으로 각 서비스를 전담하는 UX디자이너들이 초기부터 프로젝트에 투입돼서 출시까지 한 팀으로 묶여 긴밀하게 협업한다. 프로젝트에 따라 서울, 제주 출장도 잦은 편이고, 화상을 통한 회의도 일상적이다.
속도가 중요한 모바일 서비스의 경우에는 서울 혹은 제주에 별도 TF룸을 만들고 멤버 전원이 동고동락해가며 일하는 전형적인 스타트업 방식을 꾀하고 있다. 직원들이 흩어져 있기에 작은 스타트업처럼 애자일(agile)하고 린(lean)하게 돌아가지는 못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점점 속도가 붙고 있다.
UX전문가는 분명 존재하지만 UX는 모두의 몫이다. 기획, 개발, UX디자인, 각 직군 간의 교집합이 넓은 조직에서 탁월한 UX를 갖춘 탁월한 서비스가 나오는 법이다. 그 교집합 영역을 최대한 넓히는 게 나의 가장 중요한 숙제이기도 하다.
4. 본인이 생각하는 UX의 정의는 무엇인가?
UX는 페퍼 포츠다. (페퍼 포츠는 <아이언맨>의 히어로 토니 스타크의 개인 비서다)
디터 람스가 남긴 “좋은 제품은 훌륭한 영국 집사 같아야 한다(A Good product should be like a good english butler)"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볼 수 있겠다. 디터 람스가 말한 영국 집사는 평소엔 눈에 띄지 않다가 필요할 때 비로소 그 존재를 드러내는 과묵한 도우미라면, 페퍼 포츠는 보스의 곁에 서서 보다 능동적으로, 알아서 척척 일 처리를 돕는 대단히 스마트한 비서다. 인간미는 물론 외모도 매력적이어서 사용자가 사랑에 빠지기도 하는 존재다.
훌륭한 조력자 없이 훌륭한 슈퍼히어로가 존재하지 않듯이, 훌륭한 UX없이 훌륭한 제품(서비스)은 없다.
백성원 유닛장이 연사로 참여하는 UX World 2013 Fall 컨퍼런스는 30일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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