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진정한 UX란 “인간을 구성하는 요소들간의 관계 창조” 카이스트 이건표 교수

김현아 | ITWorld 2013.06.10
UX 디자인을 이야기 할 때 ‘인간 중심’이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인간 중심이라는 말은 단순히 사람들을 염두에 둔 디자인일까? 카이스트 인간중심인터렉션 디자인연구소 총괄인 이건표 교수는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요소들간의 관계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오는 6월 20일열리는 UX World 2013을 앞두고 기조연설을 맡은 이건표 교수와 이메일로 서면인터뷰를 갖고, UX 디자인의 핵심과 UX 디자이너들에게 필요한 역량, 그리고 발전 방향 등을 들어보았다.

1. UI개념을 처음 정립하고 국내 산업계로 전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UI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
본인이 UI 개념을 처음 정립하고 국내 산업계로 전파했다는 크레디트를 혼자 갖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다. 잘 알다시피 UI라는 것은 디자인, 산업공학, 전산학, 전자 공학, 인지심리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다루어지기 때문에 제가 UI를 고민하고 연구하기 시작했을 때 다른 분야에서도 여러분이 같이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디자인 분야에서는 비교적 남보다 일찍 UI를 디자인에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고 어떠한 가능성이 있는지 다양한 모색을 해본 것은 사실이다.

UI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우리 디자이너들이 핵심역량으로 삼고 있는 ‘조형능력’이 제품의 디스플레이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그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약화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즉 더 이상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form follows function)는 말이 점차 통하지 않게 되는 것을 느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인간 중심 디자인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제품이 사람의 육체적 편리성을 지원하는 것에서 인간의 인지적 이해성으로 변해가는 것을 느끼고 인지이론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게 되었고 전자레인지라던가 비디오 카메라의 사용성 평가 프로젝트를 기업과 수행하면서 실제 적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2. ‘인간중심의 디자인’은 그 특성 상, 사람과 문화를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이 기본 바탕이 될 것이다. 이 기본 바탕 아래 수 많은 인터랙션 디자인 연구를 진행하면서 생긴 본인만의 습관이 있다면?
우리가 인간중심이라 할 때 인간은 한가지의 속성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란 것에 유념해야 한다. 인간은 육체와 지성, 감성의 정신, 그리고 사회, 문화적 생활적 측면이 다양합니다. 우리 제품의 역사도 기계시대에서는 육체를 IT시대에서는 인지가, 로봇 등의 시대에서는 감성이, 또한 최근의 UX, 서비스 디자인, 사회혁신 디자인 등에서는 사회 문화적 측면이 중요하게 된다.

이를 보면 인간공학에서, HCI, 감성디자인, 서비스 디자인 UX디자인 등의 역사적 발전 흐름과 일치한다고 본다. 인터랙션 디자인뿐 아니라 어떤 디자인 연구를 하더라도 “이 해결안이 인간에게 가져다 주는 궁극적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늘 던진다. 즉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보다는 “왜?”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

3. 여러 기업들이 UX 부서를 신설하거나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기업에서는 전문가를 유치하지 못하는 문제에 봉착해있다. 기존의 디자인, 개발, 기획자들이 UX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해 가장 먼저 갖추어야 할 역량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물건중심에서 행동중심으로, 명사 중심에서 동사중심으로, 어떻게 중심에서 왜 중심으로 바꾸어 생각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즉 이 제품을 어떻게 만들어야지 잘 만들 수 있는가 보다는 인간이 이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어떠한 새로운 경험이 생성될 수 있는가를 많이 고민해 보는 그런 마인드 셑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4. 사용자 경험을 고려한 디자인 중 담당자들이 참고할 만한 국내외 선진사례는 어떤 것을 추천하는가?
어떤 특정 브랜드나 사례를 들기 보다는 새롭게 나타나는 트렌드를 소개할까 한다. 최근 들어 눈 여겨 볼만한 것은 하나의 제품이나 소프트웨어가 그 자체의 본연의 기능 수행뿐 아니라 사용자가 이를 사용하면서 남겨지는 다양한 행동 로그(log) 자료를 수집하여 이를 다른 제품, 서비스로 연결해나가는 생태계 창조가 중요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굳이 구글이나 애플 등의 대형 사례 말고도 단순 온도조절기나 약병 뚜껑, 가구 등도 이러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것을 좀더 눈 여겨 보고 이러한 변화가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적극적으로 그리고 심각하게 고려해 보아야 한다.

5.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UI/UX의 약점이나 강점이 있는가? 있다면 어떤 것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우리나라의 강점은 전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제조업을 가지고 있고 제품 전반에 걸친 수직적 비즈니스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조그만 가습기로부터 자동차까지 거의 모든 제품에서 세계를 리드해 나가고 있다. 또한 모든 국민의 새로운 것에 대한 집단적이고 폭발적인 호기심이 있어 어떠한 새로운 트렌드라도 쉽게 받아들여지고 곧 우리만의 것이 만들어 지는 곳이다. 산업구조, 국민성은 날로 새로워져가는 첨단제품에 있어 어떤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강점이라고 본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실리콘 밸리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플랫폼 기반 생태계 창조 정신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진정한 UX/UI는 단지 하드웨어의 사용성을 개선하는 것뿐 아니라 하드웨어, 서비스, 콘텐츠, 네특워크 등을 총체적으로 어우러지게 하는 것(orchestrating) 이라고 볼 때 아직 좀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6. 카이스트 인간중심인터랙션 디자인연구소 총괄을 맡고 있다. 연구소에서 이루어지는 주요 프로젝트는 어떤 것인가?
UX 디자인을 효율적으로 이룰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 방법을 개발하거나 어떤 회사의 총체적인 UX 전략, 가이드라인 구축 등의 프로젝트가 주를 이루어 왔지만, 본인이 기업의 경험을 하고 학교로 복귀한 후부터는 빅 데이터, 크라우드 소싱, SNS 등과 디자인의 관계 등을 연구하고 있다.

7. 앞으로 UX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리라 예측하는가?
앞 질문에서도 간단히 언급했지만 이제 지금까지 디자이너의 핵심 역량이라고 여겨졌던 것들이 다양한 기술에 의해서 일반인들도 예전의 전문가 뺨칠 정도로 해낼 수 있게 되어가고 있다. 즉 사용자 집단(crowd) 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그들의 지성을 집단적으로 협력하여 어마어마한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더불어 소프트웨어적으로 오픈소스가 많아 지고 대중들은 이들을 적극적으로 재창조하여 공유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들어 3D 프린터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일반인들도 그의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고 공유하고 있다.

이렇게 새롭게 도래하는 패러다임에서 UX는 단순 소수의 사용자가 아닌 사용자 집단과 함께 협업해나가는 오픈 UX(Open UX)로 변모해 나갈 것이라 보고 전문가로서 디자인을 서비스해 주던 디자이너의 역할도 이제 협력자, 혹은 사용자 집단의 집단 창조성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해주는 조력자(Enabler)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8. 마지막으로, 본인이 생각하는 진정한 UX란 무엇이라 보는가? 그 이유는?
진정한 UX는 ‘관계 만들기’ 라고 본다. 즉 인간의 경험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 그 자체가 아니라 이들간의 관계를 창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건표 교수가 기조연설을 맡은 한국 IDG의 UX World 2013 컨퍼런스는 오는 6월 20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개최된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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