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 오픈소스

글로벌 칼럼 | SW 개방성 논쟁, 명분보다 실리가 중요하다

Matt Asay | InfoWorld 2022.09.22
최근 영향력 있는 산업 분석가이자 전 애플 직원인 마이클 가텐버그는 “문자 생태계를 조금이라도 개방하는 게 애플의 이익에 부합한다. 수익성이 높아서가 아니라 모든 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해 해야 할 바람직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애플은 이 충고를 무시해야 할 이유는 명확하다. 약 2조 5,000억 달러(시가 총액)에 달하는 기업가치다. 오해 마시라. 필자 역시 가텐버그의 주장에 공감하고 지지한다. 실제로 필자가 애플 생태계를 떠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역시 애플 메시지(Apple Messages)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사용자가 애플의 '닫힌 정원(Walled Garden)'에 수십억 달러를 쓰기 위해 계속 줄을 서고 있다. 
 
ⓒ Getty Images Bank

오픈소스 영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라이트밴드(Lightbend)가 최근 아카(Akka)에 대한 라이선스를 울트라-오픈 아파치 2.0(ultra-open Apache 2.0)에서 OSI(오픈소스 이니셔티브) 승인 오픈소스 라이선스가 아닌 비즈니스 소스 라이선스(BSL)로 변경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배신의 징조'로 해석한다. 아파치 루씬(Lucene)과 아파치 하둡의 개발자 더그 커팅은 이를 '미끼'라고 표현했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그러나 애플과 오픈소스 논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사용자가 실제로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다. 그리고 아마 이를 확인하면 아마도 많은 사람이 매우 놀랄 것이다.
 

개방성은 약자의 도구

먼저 '메시지 서비스 표준(Rich Communication Services) vs. 애플 메시지' 논쟁을 보면서 애플보다 구글이 '덜 상업적'이라고 착각하지 말자. 구글은 오픈소스 메시징이 세계 모든 사용자를 위한 것이라고 장황하게 설명하며 애플을 상대로 공격적인 메시징 캠페인을 폈다.

그러나 산업 분석가인 사미르 카자카는 “이런 마케팅 캠페인은 결국 메세징 활용을 위한 구글의 비즈니스 전략이다”라고 지적했는데, 필자 역시 그의 주장에 동의한다. 실제로 구글은 애플과 다름없다. 차이점은 애플이 더하다는 사실 뿐이다. 구글은 애플의 메시지 독주를 늦추고 따라잡을 시간을 벌기 위해 오픈 메시징 프로토콜을 주장하는 것일 뿐이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안드로이드는 메시지 시장에서 이미 앞서 있다. 애플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과 미국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기는 하지만,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는 애플이 세계 최대 안드로이드 업체인 삼성에게 밀리고 있다. 애플 제품과 안드로이드 기기를 단순 비교하면 애플은 상당히 뒤져 있다. 

더구나 우리에겐 이미 왓츠앱(WatsApp)이라는 세계적인 크로스 모바일 문자 앱이 있다. 미국을 제외한 국가의 왓츠앱 보급률을 꽤 높다. 왓츠앱은 처음부터 통신사의 비싼 문자 메시지 요금제를 우회하는 훌륭한 방법으로 시작했고, 이미 많은 사용자가 이 앱을 이용해 여러 플랫폼에서 문자를 주고받는다. 그런데도 아이폰 사용자가 안드로이드 기기로 갈아타게 할만한 강력한 이유는 찾기 힘들다. 오히려 애플의 리치 메시징 서비스는 사용자가 애플 생태계에 기꺼이 갇히는 매력 요소다.
 

오픈소스와 실용주의 

그렇다면 이런 논란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여기서 참고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윌리엄 제임스의 견해다. 필자가 가장 존경하는 철학자인 그가 1900년대 초 밝힌 실용주의 철학은 오늘날 모바일 메시징 혹은 전사적 소프트웨어 개방성에 대한 논의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

제임스의 주장을 축약하면, 특정 철학의 실질적 효과를 살펴보자는 것이다. 만약 제임스가 애플의 전략을 검토한다면, 실제 관찰 가능한 효과를 살펴볼 것이다. 예를 들어, 가텐버그는 RCS의 개방성을 포용하는 게 애플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주장하지만, 2조 4,000억 달러에 달하는 시가총액을 가진 애플의 주주는 이를 뜯어말리며 반대할 수 있다. 사용자는 어떨까? 사용자는 이런 논란과 관계없이 계속해서 아이폰을 구매하고 있다. 강박적인 구매라는 주장이 있지만 신뢰할만한 근거를 찾기는 힘들다.

오픈소스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개방성이 올바른 방향이기 때문에 끝내 승리할 것이라고 믿는다. 개방성은 사용자를 위한 더 나은 선택이며 같은 취재로 지난 수십 년간 마이크로소프트를 비판해왔다. 그러나 그 기간 동안 마이크로소프트는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윈도우 및 오피스 라이선스 매출을 올렸고, 사용자는 기꺼이 이 수십억 달러를 지불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는 AWS(당시 AWS는 관리형 클라우드 서비스로 리눅스, 마이SQL을 제공해 오픈소스 확산을 주도했다)를 따라잡을 필요성이 절감했을 때가 돼서야 비로소 리눅스와 다른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포용했다. 약자가 된 후에야 오픈소스로 눈을 돌렸다.

오픈소스 전문 기업과 일해온 소프트웨어 총괄책임자 제임스 어큐하트는 “문제가 되지 않는 한 개방하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일리 있는 말이지만 여기서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을 파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특정 전략의 실질적인 효과를 살펴보는 것이다. 

라이트밴드와 아카의 창립자 조나스 보너는 아카 라이선스를 변경한 이유로 현재 모델이 지속 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카가 많은 대기업을 위한 필수 인프라가 된 지금 소규모 업체가 관리 업무를 단독으로 맡을 경우 아파치 2.0 모델은 점차 위험에 취약해진다. 대기업이 아카 사용료를 지불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이해가 쉽고 명확한 규칙을 제공하며 집행가능하며 생산적이고 지속가능한 오픈 소스인 BSL 1.1을 도입했다"라고 말했다.

이 결정을 모두가 반기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 일부 강경한 오픈소스 계몽주의자는 라이트밴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런데 비판 대신 단순하게 관찰할 수는 없는 걸까? 정말로 잘못된 전략이면 실패할 것이고, 라이트밴드와 다른 기업 모두 이 실패를 통해 배우게 될 것이다. 또한 개방성이 부족한 라이선스가 또 등장하는 사례는 줄어들 것이다. 

개발 실무자와 이들이 일하는 기업은 비판자만큼 오픈소스에 큰 관심이 없다. 따라서 비판자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혹시라도 이런 전략으로 성공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실제 사례도 있다. 엘라스틱(Elastic)이 라이선스를 변경했을 때 온갖 논란이 있었지만, 현재 엘라스틱 기업은 잘 운영되고 있다. 당시 엘라스틱의 결정을 그 누구보다 비판했던 기업이 AWS였다. 하지만 AWS가 지속적으로 오픈소스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고는 해도, 지금도 AWS 수익의 대부분은 코드 기여가 아니라 오픈소스 사업이다.

또한 깃허브 세대 개발자는 개방성의 엄격한 정의보다 실질적인 측면에 더 관심을 갖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픈소스 핀 위에서 몇 명의 천사가 춤출 수 있나에 대해 논쟁하기보다는, 개방성에 대한 각기 다른 접근방식의 실질적 효과를 살펴보는 것이 더 생산적인 이유다. 정리하면 애플 혹은 라이트밴드가 도덕적으로 ‘옳은가’에 대해 옥신각신할 필요는 없다. 사용자가 어떻게 반응하고 판단하는가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만약 논란 속에서도 기업의 전략이 사용자에게 효과가 있다면 실패한 전략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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