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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 이제 구글이 삼성에게 한 수 배워야 할 때

JR Raphael | Computerworld 2020.02.17
지난주 삼성은 올해 첫번째로 엄청 멋진 ‘특별 행사’를 열고 눈이 휘둥그래질 만한 새로운 스마트폰 몇 종을 선보였다.

나름대로 충분히 훌륭해 보는 각 장치에 대한 설명은 간단히 하겠다.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보다 약간 심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 그럼 시작한다.
 
  • 갤럭시 S20는 삼성의 2020년도 대표 신규 주력상품이다. 3가지 모델이 있는데 전부 미국에서 5G 가능하다. 삼성의 특징을 유감없이 발휘한 큰 화면, 작은 베젤, 그리고 화려한 사양(1억800만 화소! 8K 동영상! 120Hz 화면! 16GB RAM!)은 감탄을 자아내지만 실질적인 영향은 미미하다. 가격도 비싸다. 1,000 달러부터 시작해 최고 사양 모델은 1,600달러까지 올라간다.
 
  • 갤럭시 Z 플립은 가로로 접히는 신형 폰이다. 겉모습만 보면 최근 출시된 모토롤라 레이저의 개선된 버전이다. 흥미로운 기술 발전의 집약체이지만 이 시점에서 보통 사람이 실제로 구입해서는 안되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


엄청나게 요약한 제품 설명을 마쳤다. 현실은 삼성 갤럭시 S20 폰이 매우 많이 팔릴 것이라는 점이다. 삼성이 새롭게 내놓는 주력상품은 대개 판매실적이 좋다. 필자는 바로 이 부분을 제대로 파고들고자 한다.

먼저, 전후 사정을 잠깐 짚어보자. 삼성은 그동안 매력적인 제품 생산과 더불어 브랜드 인지도와 충성도 구축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초반에는 파격적이고 인상적이며 대대적인 마케팅이 이를 주도했다면 나중에는 스스로 퍼지는 순환 고리가 형성된 측면이 없지 않다. 특정 스타일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고수하는 기간이 길고 그 스마트폰을 한 세대에서 다른 세대로 업그레이드한 횟수가 많은 사람일수록 다음 번에 업그레이드가 필요할 때 똑같은 종류의 업그레이드를 할 가능성이 더욱 높다는 뜻이다.
 
잘 생각해 보자. 아는 사람 중에서 다양한 안드로이드 브랜드를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가? 필자의 경험으로는 일부 소수의 열렬 팬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은 그럴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몇 번 주기를 거치면서 계속 갤럭시 폰을 써 왔기 업그레이드할 때가 되면 어떤 모델과 스타일의 갤럭시 폰으로 할 지 이외에는 고민하지 않는다. 스마트폰 플랫폼 선호도에 따라 크게 부족이 나뉜 것처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브랜드’ 선호도 역시 거의 고정되었다.

이러한 현상의 영향은 한층 더 깊게 미친다. 특정 안드로이드 브랜드 선호도가 강하지 않은 보통의 휴대전화 구매자라면 개인용이든 회사용이든 어떤 것을 살지 결정할 때 무엇을 먼저 생각할까? 동료나 지인들 손에 들려 있고 매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진열되어 있는 등 어디에서나 눈에 띄고 본인도 알고 있는 브랜드를 떠올릴 경우가 많다. 일단 그러한 순환 고리가 형성되면 벗어나기 어렵다.

삼성은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이번 행사는 삼성이 그러한 순환 고리를 공고히 하기 위해 얼마나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지 보여줬다. 구글이 픽셀 폰을 다루는 방식과는 거의 정반대이다.

이번 주 삼성 행사를 통해 알게 된 큰 그림과 더불어 삼성의 스마트폰 판매 방식이 구글과 얼마나 대비되는지 살펴보자.
 

1. 삼성은 갤럭시 S 사용자가 폰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고 그 어느 때보다 오래 버틴다고 밝혔다.

이 첫번째 사항은 전후 사항을 설명하는 것이 주목적이지만 그 자체로도 중요하다. 삼성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갤럭시 S 사용자들의 평균 업그레이드 주기는 2016년의 22.6개월에서 2019년의 26.6개월로 18% 늘어났다. 그동안 많이 들어왔던 업계 전반의 패턴과 유사하지만, 삼성이 구체적으로 갤럭시 S 사용자에게도 같은 경향이 있음을 인정하고, 그 갤럭시 S 사용자들이 다른 브랜드 제품이 아닌 새로운 갤럭시 S 폰으로 업그레이드할 것이라는 솔직한 속내를 드러낸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또한 다음 사항과 직접 연결된다.
 

2. 처음으로 삼성은 이전 세대 스마트폰(갤럭시 S10)를 계속 생산하면서 모든 모델을 원래 가격보다 150달러 싸게 판매할 예정이다.

이런 방식은 애플은 오랫동안 해 온 반면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장치 제조업체들(구글 포함)은 하지 않은 방식이다. 세상에 이처럼 당연한 것을 왜 그 동안 안 했는지 마음이 쓰릴 지경이다.

물론, 삼성 갤럭시 S20 가격은 약간 터무니없기는 하지만, 별로 필요 없을 첨단 기술에 1,000달러 넘게 쓰고 싶지 않은 사람을 위해 아직 꽤 쓸 만한 작년 모델 갤럭시 S10 스마트폰을 훨씬 괜찮은 가격인 750달러에 판매한다. 사양은 좀 낮지만 여전히 더할 나위없이 훌륭한 S10e 모델을 선택하면 가격을 600달러까지 낮출 수 있다.

구글은 픽셀 3 출시 당시 아주 잠깐 이런 식으로 픽셀 2를 할인 판매한 적이 있었다. 필자는 구글도 이처럼 똑똑한 전략을 시행하는구나 하는 희망을 품었다. 특히 픽셀 폰에는 합리적인 전략이 될 뻔했다. 말이 나와서 말이지만, 픽셀 폰에는 안드로이드 장치로는 유일하게 3년을 꽉 채워 보장된 운영 시스템 업데이트가 제공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구글은 그냥 재고를 팔아 치우는 중이었고 일부러 구형 모델을 계속 생산한다는 전략은 아니었다. 오호 통재라!

자,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항은 다음과 같다.
 

3. 삼성은 기존 갤럭시 사용자들의 업그레이드를 유도하기 위해 무지 노력하고 있다.

물론 갤럭시 S20의 가격은 1,000달러지만 갤럭시 S10 사용자는 400달러만 내면 구형 모델을 신제품(무약정)으로 교환할 수 있다. 노트10 사용자는 700달러의 보상 판매 금액이 적용되므로300달러에 새로운 모델을 살 수 있다.

더 오래 된 갤럭시 모델들도 보상 판매 혜택이 쏠쏠하다. 갤럭시 S9와 노트 9의 경우 신제품 가격이 300달러 할인된다. 픽셀 사용자에게도 혜택이 적용된다. 픽셀 4는 600달러를 쳐주기 때문에 S20를 400달러에 살 수 있다. 2018년형 픽셀 3의 경우 S20 기본 가격 300달러 할인이 적용된다. 심지어 중간형 픽셀 3a 사용자도 번쩍이는 신형 S20 폰을 200달러 낮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구글도 픽셀 폰 구매자를 위한 자체 보상 판매 프로그램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초라하다. 구글이 갤럭시 S10에 제시하는 최대 보상 판매 가격은 265달러로 삼성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자사 제품인 이전 세대 픽셀3의 경우에도 픽셀 4 구입시 보상 판매 가격은 165달러로 삼성이 똑같은 폰에 대해 제공하는 300달러에 비해 낮다.

널리 인용되는 격언에 따르면, 신규 고객을 한 명 확보하려면 기존 고객을 한 명 유지하는 것보다 비용이 5배 든다. 삼성은 판매 후 소프트웨어 지원이 구글 수준의 근처에도 가지 못할 뿐더러 몰래 사용자 정보까지 팔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스마트폰 구입에 관한 한, 삼성은 기존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기존 고객이 갤럭시 브랜드를 고수하도록 유도하여 얻는 가치를 분명히 알고 있다. 반면, 구글은 노력을 하는 시늉만 하는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스마트폰 부문만 이런 것이 아니다. 스마트 스피커 분야에서 아마존은 객관적으로 더 못한 제품에도 불구하고 구글을 완전히 압도하고 있다. 보상 판매와 더불어 신제품 즉시 25% 할인이라는 똑똑한 방식으로 구형 에코 사용자의 신제품 구매를 유도한다. 구글은 새로운 스마트 스피커 모델을 많이 출시하고 있지만, 제품이 노후화되어 가는 기존 사용자들에게 브랜드 충성도를 키우고 반복 구매를 유도할 만한 일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이번 주 삼성의 발표 내용을 전부 살펴보면, 스마트폰은 확실히 누구나 기대했던 바를 충족했다. 시선을 사로잡고 기술적으로도 인상적이며, 삼성의 모바일 기술 지배력 유지에 필요한 적정량의 추진력도 선보였다. 그러나 그러한 스마트폰을 ‘둘러싼’ 정황이 필자에게는 훨씬 더 중요해 보인다. 삼성이 그토록 열심히 노력해서 구축한 충성도를 강화하고 자체 기술을 지원하려고 하고 있는 작업의 큰 그림을 생각하면 특히 그렇다.

구글이 픽셀 폰의 위상을 정립해 대중에게 마케팅 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해서는 끝없이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구글이 설령 신규 사용자를 포섭한다고 해도 그 기세를 유지하고 고객 충성도가 스스로 퍼지는 순환 고리를 만들어 내려면 현명한 전략을 생각해 내야 한다. 이번 주에 삼성이 일깨워 준 것처럼 그 ‘정확한’ 방법은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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