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공급망 혼란의 나비효과" 제품 재설계 나선 네트워크 업계

Michael Cooney | Network World 2022.09.29
시스코, 주니퍼, 아리스타 등 주요 네트워킹 기업이 공급망 문제로 인한 부품 부족 사태를 극복하고 기업 고객에 제품을 차질 없이 배송하기 위해 일부 제품의 재설계에 나섰다. 현재 일부 라우터와 스위치 제품은 생산을 완료하는 데 걸리는 리드 타임이 이미 반년 넘게 지연되고 있다. 하드웨어 출고를 위한 설비 교체 작업은 그 자체로도 지연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소다. 또한, 보드의 기능을 추가하고 전원공급장치 등을 개선하는 데도 부담이 된다.
 
ⓒ Gordon Mah Ung

업계에 따르면, 현재 가장 심각한 문제는 다수의 작고 오래된 스위치 및 라우터 부품이다. 최근 열린 골드만 삭스 컨퍼런스에서 아리스타 CEO 제이슈리 울랄은 반도체 중에서도 아날로그 및 고체 상태 기기나 전력 변환장치 같은 것에 사용되는 상대적으로 오래된 100나노미터 이상 크기의 칩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엄밀히 따지면 문제가 없어야 할 반도체 생산과 가용성 부분에서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있고, 매우 단순한 로직 부품도 문제다. 예를 들어 전력제어기, IC, AD/DA 변환기, 논리 기기 등은 핵심 부품이 아니라고 해도 전체 시스템을 만들려면 필요하다. 매우 단순한 10~20가지 부품의 공급 부족이 전체 생산에 차질을 일으키고 있다”라고 말했다.
 

‘황금 나사’

실제로 이는 네트워크 업계의 가장 큰 문제다. 델오로 그룹(Dell’Oro Group) 선임 책임자 사메 부젤베네는 “부품 중에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그 제품은 출고할 수 없다. 제품 완성에 필요한 100개 부품 중에 99개가 있어도 나머지 한 개가 부족하면 생산이 중단된다. 제조업체들이 말하는 이른바 '황금 나사(golden screw, 제품을 완성할 수 있는 이상적으로 완벽한 작은 볼트 하나를 의미)' 현상의 대표적인 사례다”라고 말했다.

부젤베네는 “이 황금 나사는 업체와 제품에 따라 다르다. 어떤 부품이 가장 큰 제한 요인이 될지, 즉 리드타임이 가장 길지 판단해야 한다. 최근에는 전원 공급 장치용 아날로그 집적회로가 주로 지목되지만 다른 부품일 수도 있다. 3분기에는 더 많은 다운스트림 원자재 부품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피드백을 꾸준히 받았다”라고 말했다.

울랄은 올해 초 실적 발표에서 “각 제품의 부품마다 상황이 다르다. 일부 공급업체는 생산 능력을 늘리려고 해도 설비를 사용할 수 없거나, 기다리는 주문 역시 반도체 때문에 생산에 제한받고 있다고 들었다. 총체적인 문제지만, 제품별로 처한 상세한 상황이 천차만별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기업이 공급 부족 사태를 헤쳐 나가기 위해 각자 적응해야 하는 것처럼, 업체도 네트워킹 장비를 변경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 한 시스코 임원은 “작년 말부터 시작해 확실히 올해 반년 동안 해 온 일은 설계를 검토해 공급이 꽉 막힌 부품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이런 재설계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스코는 스위치 제품과 무선 시스템 하나를 재설계 사례로 들며 이제 공급 상황이 호전됐다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실제로 많은 업체를 취재했지만 공급망 문제로 인해 진행 중인 구체적인 재설계나 기타 변경 사항에 관해 이야기하려는 기업은 없었다.
 

재설계란

전문가에 따르면 주로 재설계는 통상적인 공급업체와 예비 공급업체에 부품이 없는 등의 이유로 업체가 통상적으로는 사용하지 않을 부품을 쓰기 위한 작업이다. 엔지니어가 해당 부품의 연결 핀 등이 자사 제품 회로판에서 작동할 수 있는지 확인한 후 기존 제품의 설계를 변경한다. 결과적으로 이런 변경을 통해 공급을 정상화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게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개념적으로' 만일 합리적인 엔지니어링 조직이라면 가장 적은 변경 사항에 따른 가장 큰 영향이 무엇인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업체는 모든 제품을 바꾸지는 않겠지만 가장 영향이 큰 제품을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이다. 

IDC 데이터센터 및 멀티클라우드 네트워크 연구 담당 VP 브래드 케이스 모어는 “그동안 주안점을 둔 것은 가능한 모든 곳에서 하드웨어 설계를 통합해 서로 다른 제품 범주와 종류 사이에 부품의 균일성까지는 아니더라도 유사성을 높이는 것이었다. 물론 불가능할 때도 있지만 공급망을 단순화하고 배송 일정의 일관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만일 시스코나 다른 업체가 특정 공급업체나 부품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설계나 공급 대안을 모색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부젤베네는 '기업 고객 입장에서는 공급업체가 다양한 부품을 수용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해 제품을 재설계 중이라는 소식을 들으면 안심이 될 것이다. 일부 업체는 제시간에 제품을 배송하기 위해 기꺼이 더 높은 중개료나 신속 처리 수수료를 지불할 의향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결국 좋든 싫든 거의 모든 주요 업체가 중개업체를 이용했고 구하기 어려운 부품을 조달하기 위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했다. 그러나 개념은 똑같다. 업체의 선택지는 기업 고객이 신경 쓰지 않을 사소한 변경 사항으로 제품을 제작하거나 중개업체로부터 부품을 구하는 것뿐이다. 아니면 공급망이 안정되기를 기다렸다가 공급이 원활해질 때 받을 수도 있다.
 

ASIC 감소?

전문가들은 공급 부족과 시스템 재설계로 생길 수 있는 결과 중 하나로 시스코, 주니퍼, 익스트림(Extreme) 등의 제품에서 커스텀 칩과 주문형 반도체(ASIC)의 사용이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한다.

CIMI 코퍼레이션(CIMI Corp) 대표 톰 놀은 “업체마다 직접 또는 대체품을 확보하려는 반도체가 몇 가지 있다. 업체가 직접 개발했지만 사내에서 더 많은 표준 업계 칩으로 생산하기는 확실히 어려운 커스텀 칩 중 일부를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커스텀 칩에는 약간의 과장된 언론 플레이 측면도 있었다. 오히려 브로드컴과 같은 업체의 상용 반도체가 장기적으로 더 좋고 저렴한 선택지이고, 기업고객에도 혜택이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IDC의 케이스모어는 제품 재설계의 또 다른 결과로 애플리케이션 딜리버리 컨트롤러(ADC)와 같은 네트워크 기능을 위한 소프트웨어 및 가상 폼팩터의 판매가 약간 증가한 점을 꼽았다. ADC는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의 성능과 보안을 강화하는 네트워크 장비다.  

케이스모어는 “이유 중 하나는 고정 기능 하드웨어 장비와 달리 업계 표준 하드웨어는 가용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오픈소스 네트워크 운영 시스템 소닉(SONiC)과 같은 멀티벤더 자동화 및 오케스트레이션 시스템은 역시 오픈소스 네트워킹 소프트웨어와 함께 매출이 올랐다. 공급망 문제에 처했을 때 이런 소프트웨어가 제공하는 더 많은 유연성과 선택지에 기업 고객이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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