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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 EU의 USB-C 제안서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Alex Walker-Todd | TechAdvisor 2021.10.05
최근 유럽 위원회(EC)는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제품에 USB-C 충전 방식의 채택을 의무화하는 제안서를 내놓았다. 이미 많은 제조업체가 USB-C 방식 충전을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가운데 애플의 아이폰이 가장 눈에 띄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러 동향과 업계 예측으로 미뤄 볼 때 애플은 이 제안서가 미칠 영향을 전부 회피할 준비를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전자 폐기물 논쟁

EC의 ‘무선 장비 명령(Radio Equipment Directive)’은 전자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EU 국가 간에 실시되는 수많은 조치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기존 30개였던 모바일 충전 표준을 3개로 줄이는 데 집중하고자 꽤 오래 전부터 2009년에 애플, 화웨이, 노키아, 삼성과 같은 기업들이 서명한 첫 '자발적 합의'를 확고히 하는 것이다.
 
EC의 조사에 따르면, 처분된 충전기와 미사용 충전기로 인해 매년 최대 1만 1,000톤의 전자 폐기물이 쌓이는 것으로 추산되며, 이와 동시에 2020년에는 약 38%의 소비자가 기존 충전기의 미호환 문제로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없는 문제를 호소했다. 한편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충전기를 구입하느라 연간 약 24억 유로(약 3조 3,088억 원)를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한 사람이 이미 3개의 충전기를 보유하고 이 가운데 2개를 정기적으로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EC에서 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에게 하나의 충전 표준으로 통합할 것을 밀어붙이는지는 전자 폐기물 관점에서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스마트폰 분야의 거의 모든 주요 업체가 현재 판매 중인 다양한 스마트폰 기기는 거의 모두 UBS-C 충전 방식을 표준으로 하는 반면, 아이폰의 라이트닝(Lightening) 커넥터만이 예외인 것이 확실히 눈에 띈다.

2019년 EC 영향 평가 연구에서는 2018년 유럽 연합(EU) 지역에서 판매된 스마트폰 충전기 가운데 29%가 USB-C 방식인 반면 21%는 라이트닝 방식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 이후로 마이크로USB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이 비율은 변했을 것이 확실하다(USB-C와 라이트닝을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라이트닝은 불과 3년 전에 이미 EU 지역 내 판매되는 충전기의 1/5 이상을 차지했고 라이트닝 표준은 2012년 이후 계속 사용 중인 점을 감안하면 USB-C로 바꾼다는 것은 애플뿐만 아니라 전세계 액세서리 제조업체와 소비자들에게 엄청난 변화가 될 것이다.



애플은 이미 맥북에 USB-C를 도입했고 더 중요하게는 한 때는 라이트닝 방식 일변도였던 아이패드 제품군에도 USB-C를 도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폰에는 USB-C 포트를 도입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왜 애플이 꿈쩍하지 않는지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힌 이유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

애플 제품군을 보면, 이미 라이트닝 기반 제품으로 확립된 생태계가 살아 있기 때문에 USB-C로 바꾸면 사실 전자 폐기물이 ‘더 많이’ 발생된다. 장기간 아이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구입한 지난 10년 치의 애플 정품 및 서드파티 액세서리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이 사안과 관련해 예전에 EC에 대응했던 애플은 “이 법률 제정은 당사의 유럽 고객은 물론 더 많은 전세계 고객이 사용 중인 수억 대의 기기 및 액세서리를 사용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에 전례없이 많은 전자 폐기물이 생성되고 사용자에게 큰 불편을 야기하는 등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애플이 계속 쥐고 있는 통제권

라이트닝에서 USB-C로 바꾸면 금전적인 결과도 있다. 향후 아이폰의 공정 및 새로운 부품 구입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라이트닝 표준이 현재 애플의 MFi 프로그램을 통해 올리고 있는 수익에 관련된 것이다. 

아이폰 내부에서 라이트닝으로부터 USB로 가는 동작을 제어하는 바로 그 보드가 MFi 승인 제품에 대한 문지기 역할도 한다. 케이블에서 액세서리에 이르기까지 서드파티 제품이 라이트닝을 통해 아이폰에 연결되었을 때 문제없이 작동하려면 MFi 호환 상태여야 하는데, MFi 호환 상태가 되려면 해당 서드파티들은 애플에게 계속 발생하는 라이선스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라이트닝이 없어질 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이런 변화의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EC가 아닌 애플이 될 것이다. 이상하게 보일지 몰라도 적어도 애플의 관점에서는 이 시점에서 USB-C로 가는 것보다는 포트없는 아이폰으로 가는 것이 더 논리적이고 가능성 높은 행보로 보인다.



2020년의 아이폰 12 제품군에 도입된 아이폰용 맥세이프(MagSafe) 표준을 준수하는 액세서리가 호환되는 아이폰에 연결될 때 전용 애니메이션이 표시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호환성은 아직 라이트닝 액세서리에 MFi 프로그램이 적용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실행되고 있지 않지만 애플의 액세서리 설계 지침 문서에는 업체들이 각자의 제품을 아이폰용 맥세이프와 호환되게 하려면 충족해야 할 기술 표준과 준수 규정이 매우 자세하게 나와 있다. 

아이폰용 맥세이프가 현재 그런 것처럼 단순히 무선 충전기와 지갑을 멋지게 부착하는 수단에서 불과 한 단계만 거치면 아이폰이 애플 제품이던 서드파티 제품이던 전력과 데이터를 직접 공급받는 주요 수단으로 바뀐다.

이 과정에서 애플은 또 다시 직접 지침을 제시하고 편한 대로 라이선스 수수료를 적용할 것이고 액세서리 제조업체들은 엄청난 규모의 아이폰 시장을 활용하려면 이 모든 것에 따를 수밖에 없다. USB 구현 주체 포럼에서 정한 표준인 USB-C를 채택한다면 애플은 이런 이득을 전부 잃게 된다(공교롭게도 USB 구현 주체 포럼 내부에서는 애플의 데이브 콘로이가 이사회의 일원이다).

이는 단순한 추측도 아니다. 올해 초, 애플 인사이더(Apple Insider)에 인용된 기사에서 저명한 애플 분석가 밍치 쿠오는 애플이 USB-C에 비해 라이트닝이 충족하는 강화된 방수 표준 때문은 물론, 수익을 가져다 주는 MFi 프로그램의 장점 때문에 라이트닝 포기를 주저하고 있다는 내용을 다뤘다.

쿠오는 지난 2021년 5월 “시장에서 기대하는 바는 아이폰이 라이트닝을 포기하는 대신 USB-C를 채택하고 전원 버튼에 터치 ID 센서를 갖추는 것”이라면서, “최근 조사에 따르면 현재 일정 상 아이폰이 그 2가지 신규 사양을 채택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라고 밝혔다.

쿠오는 계속해서 “USB-C가 MFi 사업의 수익성에 불리하며 USB-C의 방수 사양이 라이트닝과 맥세이프에 비해 낮다고 본다”며, “따라서, 만일 아이폰이 향후에 라이트닝을 포기한다면 USB-C 포트를 사용하는 대신 맥세이프가 지원되는 무포트 설계를 직접 채택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쿠오는 현 단계에서 아이폰용 맥세이프 플랫폼이 상대적으로 미성숙하다는 사실도 인정했으나 이 기술에는 애플이 USB-C 표준은 완전히 건너 뛴 채 사용자들을 한 독점 표준에서 다른 독점 표준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풍부하다. 이미 맥세이프는 아이폰에 적용되어 있는데 다가 앞으로 범위와 능력, 인기 측면에서 성장할 일만 남았기 때문이다.

유럽 위원회의 제안서가 유럽 의회 표결을 통과할 경우 제조업체들은 24개월 내에 해당 제품 라인을 USB-C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새로 나온 아이폰 13 제품군은 아이폰용 맥세이프를 지원하는 2세대 스마트폰이라는 사실과 애플의 방대한 자원을 감안할 때, 만일 애플이 원한다면 EU에서 설정한 기한까지 남은 많은 시간 동안 무포트 아이폰 쪽으로 소비자들을 밀어붙일 수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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