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D에 여유 공간이 필요한 이유
일단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시작하자. SSD는 조용하고 저전력인데다 오래 사용할 수 있고 안정적이다. 하지만 SSD 역시 결국은 HDD와 마찬가지로 결국은 오류가 발생한다(물론 오류의 형태는 완전히 다르다).HDD는 내부에서 움직이고 회전하는 부품이 많지만 SSD는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한다. 모든 작업은 드라이브의 칩 내부에서 전기적으로 처리된다. 더 구체적으로 보면, SSD 메모리 셀에서 데이터를 읽는 데는 매우 적은 전력을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어떤 부품도 마모되지 않는다. 데이터를 쓰는 작업은 조금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고 결과적으로 스토리지 수명을 조금씩 소모한다.
SSD의 각 셀은 쓰기 작업을 할 수 있는 대략의 최대 횟수가 정해져 있고 이것이 곧 SSD의 제품 수명이다. 반면 HDD에서는 데이터를 쓰는 작업에 마그네틱 변경이 포함되고 파일을 수정할 때 모든 위치에서 같은 수준의 마모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드라이브Dx(DriveDx) 같은 유틸리티를 이용하면 SSD와 HDD의 남은 수명을 확인할 수 있다.
SSD 펌웨어는 각 셀과 유닛에 1~4비트를 순환해 저장하는 방법으로 전체 드라이브의 마모 수준을 균일하게 한다. 이를 통해 일부 셀만 자주 사용해 먼저 수명을 다하는 현상을 막는다. 덕분에 문서를 저장하거나 파일을 복사하는 등 SSD에 데이터를 쓸 때마다 혹은 운영체제가 자동화된 작업을 수행할 때마다 SSD가 쓰기 작업을 하는 셀은 이전에 데이터가 저장된 셀과 완전히 다른 셀이 된다. SSD 펌웨어는 이 모든 작업을 관장하며, 운영체제와 사용자 모두에게 전혀 이질감이 없도록 작동한다.
설명은 간단해도 SSD 펌웨어의 역할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특히 SSD가 메모리 셀을 보통 '페이지(page)'라고 불리는 더 큰 유닛으로 묶기 때문에 더 복잡해진다. 이 페이지는 다시 '블록(block)'으로 묶인다. SSD 칩 설계에 따라 페이지의 크기는 2~16K, 블록은 256K~4MB다. SSD에 어느 정도나 여유 공간을 둬야 하는지 조언이 제각각인 것도 이 때문이다. 즉, SSD가 데이터를 쓸 때마다 페이지 크기만큼 쓸 수도, 전체 블록만큼 쓸 수도 있고, 결국 1비트 데이터 작업을 한다고 해도 최대 4MB만큼의 쓰기 작업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오버프로비저닝 : SSD 수명을 늘리는 공간
초기 SSD 제품에서 일부 셀의 오버헤드가 고장으로 이어지자 제조업체들은 아예 사용자는 물론 운영체제도 볼 수 없는 추가 공간을 SSD에 넣기 시작했다. 이른바 '오버프로비전(overprovision)'이다. 이 숨겨진 추가 영역 덕분에 SSD는 더 큰 블록 대신 더 작은 페이지 크기로 자주 쓰기 작업을 할 수 있고 전체적인 제품 수명도 늘어났다. 드라이브 제조업체 시게이트는 이를 15개 블록 게임으로 설명하기도 했다.이런 오버프로비저닝 스토리지는 드라이브 사양의 여러 숫자 속에 숨겨져 있다. 예를 들어 500GB 드라이브는 5,000억 바이트 스토리지다. 그러나 메모리 칩은 2의 제곱근으로 계산된다. 즉, 10억에 가장 가까운 값은 2^10인 1024 유닛 즉, 기비바이트(Gib)다. 1GiB는 1,073,741,824바이트다. 500GiB 드라이브에는 537GB 스토리지 공간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단순히 500GB로 알고 있지만, 본래 오버프로비저닝된 드라이브 공간 37GB가 더 들어 있다.
SSD는 보통 5~10년 정도 수명을 가진다. TBW(terabytes written)라는 숫자로 수명을 표시하는데, 일정 용량의 데이터 쓰기 작업을 얼마나 잘 분산하는지를 의미한다. 삼성의 가성비 좋은 T7 외장 드라이브 시리즈 1TB 모델의 경우 360TBW다. 200GB 데이터를 매일 쓰기 작업할 때 5년 정도 사용할 수 있다. 용량이 더 큰 제품은 크기에 비례해 더 많은 쓰기 작업을 할 수 있으므로 TBW도 더 높다.
삼성은 데이터센터 사용자를 위해 오버프로비저닝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백서를 내놓았다. 이 백서를 보면 여유 스토리지 공간과 제품 수명의 관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는 일반 개인 사용자보다 쓰기 작업의 빈도와 규모가 매우 크므로 이런 정보는 데이터센터에서 특히 유용하다.
- 데이터센터용 드라이브에서 오버프로비저닝이 없을 때의 수명을 1이라고 가정한다.
- SSD 전체 용량의 6.7%를 오버프로비저닝 하면 (삼성과 다른 SSD 업체는 보통 일반 사용자용 제품에 이 정도 오버프로비저닝을 한다) 수명은 2.09배, 즉 약 2배 늘어난다.
- 28%까지 오버프로비저닝 하면 제품 수명은 5.22배 늘어난다. 5년 쓸 수 있는 제품의 수명이 12년 정도까지 늘어난다는 의미다.
따라서 매일 라이브 리코딩을 하거나 오디오, 비디오 편집 작업을 하는 등 일반적인 사용자보다 더 파일 쓰기 작업이 많은 경우 SSD에 여유 공간을 두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이런 여유 공간을 얼마나 둬야 할까?
오버프로비저닝 규모
애플, 삼성 등 일반 사용자용 SSD는 보통 7% 정도 오버프로비저닝 용량을 두지만, 오버프로비저닝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권고는 다음과 같다.- 맥 시작 볼륨이나 외장 드라이브는 드라이브 사용 행태에 따라 5~20% 여유 공간을 두는 것이 좋다.
- M1 시리즈 맥의 경우 더 많은 공간을 권장한다.
- 외장 드라이브의 여유 공간이 0%에 가까워질수록 읽기 작업은 큰 문제가 없지만 다시쓰기 작업에서 이상이 있을 수 있다.
맥의 시작 볼륨은 대부분의 외장 드라이브보다 쓰기 작업이 더 많이 이뤄진다. 따라서 시작 볼륨은 일정 용량 이상의 드라이브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5~20% 충분한 여유 공간을 두는 것이 좋다. 필자의 경우 일반적인 작업에서는 여유 공간을 낮게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파일을 쓰고 이동하는 소프트웨어를 쓸 때는 더 많은 여유 공간이 설정한다.
어떤 경우든 상관없이 맥OS 시작 볼륨은 항상 일부 여유 공간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애플은 이런 스토리지 여유 공간에 임시 파일, 이른바 스왑(swap) 파일을 위한 메인 볼륨 파티션을 둔다. 스왑 파일은 대량의 데이터를 드라이브에 저장할 때 메모리가 부족하면 생성된다. 타임머신(Time Machine) 스냅샷을 타임머신 볼륨으로 전송하기 전에 시작 볼륨에 잠시 저장하는 용도로도 만들어진다.
M1 시리즈 맥에서 내장 SSD는 더 신경 써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 M1 시리즈 칩은 애플이 만들었고 맥 내장 SSD에 오류가 생기면 부팅 자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외장 드라이브에서 시작하도록 인증하는 프로비저닝 정보가 내장 드라이브에 있어 내장 SSD에 이상이 생기면 인텔 맥처럼 다른 외장 SSD로 손쉽게 바꿀 수 없다.
맥을 시작하는 데 사용하지 않은 외장 SSD에서는 사용 패턴에 따라 오버프로비저닝을 결정하면 된다. 예를 들어 주로 데이터 저장 용도로 쓰거나 타임머신 볼륨으로 사용해 데이터가 점점 늘어나고 필요할 때 덮어쓰기를 하는 경우라면 수명 저하를 걱정하지 않고 100% 모두 사용해도 된다. 주로 데이터를 읽는 용도로 사용하는 드라이브라면 거의 부품을 소모하지 않는다. 그러나 외장 드라이브에 읽고 쓰는 작업을 매우 빈번하게 한다면, 특히 용량이 큰 파일을 지우고, 수정하고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면 여유 공간을 충분히 두는 것이 좋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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