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런 소식이 전해지기 훨씬 전부터 필자는 이미 실망하던 차였다. 비공식적인 출시 지연은 맥 미니가 뒷전이라는 슬픈 사실을 굳힐 뿐이다. 맥 미니는 한때 가장 흥미진진한 맥이었으며, 충분히 주목받을 만한 제품이므로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BYODKM 맥
맥 미니는 2005년 출시됐다. 애플이 PC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던 시기였다. 윈도우 PC에서 맥으로 전환하려는 사용자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제품으로 홍보됐다. 스티브 잡스는 맥 미니를 애플의 새로운 BYODKM(Bring Your Own Display, Keyboard, and Mouse) 맥으로 홍보했다. 이전 윈도우 PC에서 사용하던 디스플레이와 키보드, 마우스를 맥 미니에 연결할 수 있어 전환이 상대적으로 쉽다. 회의적인 사용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전략이었다.2년 후, 애플은 첫 번째 아이폰을 출시했다. 그리고 윈도우 PC 사용자를 맥으로 전환하도록 설득한 것은 결국 이 아이폰이었다. (직접적인 마케팅 포인트는 아니었다.) 하지만 애플은 여전히 가장 작은 맥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12~18개월 단위(2006, 2007, 2009년)로 맥 미니를 업데이트하면서 오늘날 여전히 사용하는 디자인과 폼팩터(광학 드라이브 제외)로 이어졌다. 2011, 2012, 2014년에도 업데이트가 이어졌다.
애플의 관심이 사그라들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때부터였다. 4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가격을 인하해 출시한 2014년 10월의 맥 미니 이후 다음 업그레이드는 무려 4년이 지난 뒤인 2018년에 이뤄졌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그러던 2020년, 맥 미니가 애플에 있어 여전히 중요한 제품이라는 신호가 있었다. 3가지 맥 중 처음으로 M1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이 된 것이다. M1 프로세서의 출시는 업계를 뒤흔들 주요한 변화였고, 맥 미니가 변화의 일부라는 사실은 맥 미니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작은 크기, 뛰어난 성능, 합리적인 가격으로 맥 미니를 스포트라이트에 올려놓을 기회였다. 하지만 애플은 데스크톱 컴퓨터보다 노트북을 더 많이 판매하므로 M1 맥 미니는 여전히 뒷전이었다. 재설계나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지 않았고 썬더볼트 포트도 2개 없어졌다. 달리 설명할 수 없는 움직임도 있었다. 현재 가장 고가의 맥 미니(144만 원)는 3.0GHz 6코어 인텔 코어 i5 프로세서를 사용한다. 맥 제품군에서 가장 오래된 프로세서다.
이런 맥 미니에 또 다른 5~6개월의 기다림은 무엇을 의미할까? 컴퓨터 제조사가 4년 전 컴퓨터를 출시 당시 가격에 판매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아무도 144만 원짜리 맥 미니를 사지 않기 때문에 그냥 가지고 있어도 나쁠 것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 패착이 있다. 컴퓨터 사양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구식 기기를 판매하는 모습은 맥 미니와 애플에 모두에 좋지 않다.
맥 미니의 가능성
맥 미니와 관련해 애플은 하드웨어 개발뿐 아니라 마케팅 측면에서조차 거의 노력하지 않는다. 종류가 많은 맥 제품군에서 미니는 도외시되는 존재다. 맥 제품군에서 맥 미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89만 원의 맥 미니는 애플에서 가장 저렴한 맥이다. 디스플레이, 키보드, 마우스/트랙패드가 없기는 하지만, 예산을 140만 원 미만으로 유지하면서 주변 기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보급형 아이맥보다 여전히 저렴하다.작은 크기는 컴퓨터 본체를 어디에 둘지 여러 번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작업 공간이 매우 좁고 타워 컴퓨터를 놓을 자리가 없고, 심지어 24인치 아이맥 디스플레이도 너무 큰 사용자에게는 맥 미니와 19인치 모니터의 조합이면 적당하다.
또 하나 간과되는 점은 작은 크기 덕분에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맥 미니를 TV와 연결해 일종의 엔터테인먼트 센터로 활용한다. 맥 미니에 디지털화된 DVD/블루레이 컬렉션을 저장해 두었다. 또한 네트워크 서버, 자동차 및 로봇, 모바일 DJ, 키오스크, 미디어 아트 설치에도 맥 미니를 사용할 수 있다. 리즈베리 파이만큼 작지는 않지만, 맥 OS를 실행하므로 프로그래밍에 자신 없는 사용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왜 애플은 맥 미니의 이런 측면을 받아들이고 활용하지 못하는 것일까? 전면적인 마케팅 공세를 취할 필요도 없다. 맥 미니가 데스크탑 제품군에서 아이맥과 맥 스튜디오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기 위한 노력만 필요할 뿐이다.
내년에 새로운 맥 미니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신제품 출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기적인 하드웨어 업데이트와 홍보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상당 기간 지속되기를 바란다. 작은 프로모션이라도 진행한다면 맥 미니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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