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 컴퓨팅

업그레이드 가능한 노트북, 왜 제품화되지 않을까?

Gordon Mah Ung  | PCWorld 2021.07.28
노트북은 업그레이드와는 거리가 먼 기기다.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 노트북을 업그레이드하기 어렵게 만들어서 내놓는 제조업체의 탓일까? 아니, 사용자다.

물론 사용자 개인은 데스크톱과 달리 업그레이드가 불가능에 가까운 노트북 사양과 구입을 두고 계속 고통 받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잘잘못을 따지려는 것은 아니다. 노트북이 업그레이드되지 않는 형태로 발매되는 이유를 분석해보자는 것이다.

우선 프레임워크 사가 내놓은 DIY 노트북이 좋은 제품이라는 데에는 동의하고 시작하자. 그러나 과연 얼마나 많은 사용자가 이 제품에 동의할까? 현실에서는 5년 된 구형 노트북을 반납해 제조업체가 ‘재사용’하게 하고 최신 노트북을 다시 구입하는 사용자가 훨씬 많다.

개인적으로는 구형 노트북이라도 최신 CPU와 메인보드를 달아 데스크톱처럼 계속 사용하는 것을 선호한다. 만일 더 빠르고 용량이 큰 최신 SSD가 필요하다면 새 부품만 사서 교체하는 편을 택했을 것이다. 케이스가 낡거나 패널이 깨져도 최신 완제품을 사는 것보다 부품을 교체해 비용을 줄이고 환경에도 좋은 선택을 하는 편이 낫다.

이 주장에 동의하는 사용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러한 선택을 하지 않는 이유도 분명하다.
 

부품 교체 시 사고 책임

15년 전 에이수스가 노트북 교체 키트를 발매했지만 결국 부품을 교체하다가 제품을 망가뜨리고 만 사용자가 속출해 포기하고 말았다. 사용자는 자신이 제품을 망가뜨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망가진 제품을 상자에 넣어 다시 반품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 결과 에이수스는 이 새로운 개념을 포기하고 말았다.
 

가격

업그레이드 가능한 노트북은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다. 프레임워크의 DIY 노트북은 CPU와 SSD, OLED 패널이 갖고 RAM 사양이 조금 더 좋은 델 XPS 13보다 훨씬 가격이 높다. 향후 업그레이드 가능성을 갖춘 제품이 아니라 지금 당장 최적의 가치를 선택하면서 더 높은 비용을 기꺼이 지불할 사용자는 훨씬 많다.
 
ⓒ IDG
 

외관을 중시하는 경향

지난 20년 동안 필자가 본 업그레이드 가능한 노트북은 스타일로만 따지면 결코 예쁘거나 날렵하지 않았다. 실용적인 측면에서는 중요한 점이 아닌데도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디자인이 판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얇은 프로필, 0mm에 가까운 베젤, 로즈 골드 같은 새로운 색상은 항상 사용자를 당장 신제품으로 달려가게 만든다.

디자인은 인간의 본능에도 호소하는 요소다. 신발, 머리 모양, 스마트폰 케이스처럼 오늘날의 노트북은 개성을 드러내는 하나의 자기 표현이다. 패션은 언제나 기능에 우선했다.
 
일반용 노트북은 두께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GORDON MAH UNG
 

얇고 작은 노트북에 대한 집착

업그레이드와 얇고 가벼운 노트북은 양립하기 어렵다. SSD와 메모리를 붙여버리면 메인보드 부피를 더 작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레임워크의 업그레이드 가능 노트북도 상대적으로 작고 얇은 편이지만 실제로는 평균 정도에 그친다. 업그레이드만 생각한다면 두께나 크기는 중요하지 않겠지만, 실제 사용자들은 두껍고 업그레이드 가능한 노트북보다 얇고 작은 제품에 매혹된다.
 

성능에 대한 집착

한 세대짜리 부품으로 구성된 제품만큼의 성능을 내는 업그레이드 가능 노트북을 설계하는 것은 물론 가능하지만 가능성이 매우 낮다. 기술적으로 컴퓨터의 파워와 열 순환 부품도 같이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칩 하나의 목적에 맞춘 노트북 섀시가 다목적 제품 섀시보다 훨씬 최적화된 제품일 것이다. 예를 들어 메인보드에 납땜으로 붙은 LPDDR44X/4266 메모리는 교체할 수 있는 슬롯형 메모리보다 훨씬 열 효율이 높다. LPDDR4X가 메모리 대역폭도 높다. 역시 절대로 교체할 수 없게 고정된 SSD가 이론상으로는 성능도 더 높다.
 
ⓒ DANIEL MASAOKA/IDG
 

법적 분쟁에 휘말릴 위험

소켓형 데스크톱 CPU와 맞춤형 GPU를 통해 업그레이드 가능한 게이밍 노트북이라는 원대한 계획을 펼쳐보인 델 에일리언웨어에서 필자는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극히 줄어들었다는 점을 발견했다.

여기에는 함정이 있었다. 에일리언에어는 보급형 CPU나 GPU를 구입할 경우 같은 제품군 안에서 업그레이드할 경우를 지원한다. 다음 세대 제품으로의 업그레이드로 광고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델 에일리언웨어 역시 지난달 과장 광고라는 이유로 집단 소송의 대상이 됐다.

섣불리 판단하지는 않겠지만 기술은 항상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노트북 제조업체가 A를 예상하고 제품을 내놓더라도 주요 부품을 개발하는 엔비디아, AMD, 인텔이 B를 선택하는 경우에는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사용자들이 바라던 대로 제품을 개발한 두 업체가 모두 법적 분쟁에 휘말려버린 선례가 생기면 누구도 같은 길을 뒤따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고집을 부려보자면

여기까지 살펴본 후에도 자신이 그런 사용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독자는 업그레이드 가능한 노트북이라는 원대한 계획을 성공으로 이끌 몇 안 되는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머지 98% 사용자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들은 더 저렴하고, 더 얇으면서도 작고 최신 성능을 보장하는 노트북을 선택한다. 이들은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고 광고하는 노트북에 아주 작은 글씨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주의사항이 있으면 소송을 제기할 것이다.

업그레이드 가능한 노트북을 개발하기가 어렵다는 증거는 사방에 널려 있다. 하드웨어 제조업체는 대다수 사용자가 구입할 제품을 만든다. 얇은 것보다 두꺼운 것을 선택하고, 조금 더 비싼 제품을 선택하는 사용자가 늘어난다면 제조업체도 그 선호도를 따를 것이다. 

필자도 이 기사를 놀라울 정도로 얇고 날렵한, 아마도 절대로 부품을 업그레이드할 수 없을 노트북에서 작성하고 있다. 즉, 필자도 이 대세에 책임이 있는 ‘그런 사용자’ 중 한 사람일 뿐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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