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지니는 의미를 이해하고 싶다면, 현재 HDR TV(삼성 9800 등)가 구현하는 기술적 효익을 간단히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HDR은 디스플레이의 대비와 색 범위를 큰 폭으로 확장시켜주며, 결과적으로 한층 생동감 있고 정확한 색상을 구현한다. 이런 원리에 따라 HDR은 순수한 4K 해상도 픽셀 덩어리에 비해 육안으로 감상하기에 더욱 인상적인 시각 효과를 제공한다. 물론 시장의 많은(전부는 아니겠지만) PC용 HDR 모니터들은 4K 해상도 역시 지원할 것으로 전망되기에, 4K 해상도와 HDR의 구분이 큰 의미를 지니지는 않는다.
본격적인 하드웨어에 대한 논의에 앞서, 마침내 PC용 HDR의 탄생을 가능하게 해준 소프트웨어 및 기술적 배경에 대해 알아보자.
다리를 놓는 과정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본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던 일이다.
HDR 모니터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HDR 이미지를 실제 구현할 수 있는 그래픽 카드가 필요하다.
HDR은 수 년 전 TV를 시작으로 우리 세계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이 PC라는 더 넓고 다채로운 환경까지 진입하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지난 여름 엔비디아의 지포스 GTX 10 시리즈와 AMD의 라데온 RX 400 시리즈 그래픽 카드가 HDR 렌더링 기능을 지원하는 사양으로 출시됐다. 이들 차세대 그래픽 카드에 뒤이어 10월에는 최초의 HDR 지원 PC 게임인 셰도우 워리어 2(Shadow Warrior 2)가 공개됐고, 12월 초에는 경쟁 기술인 돌비 비전과 HDR-10 표준을 지원하는 AMD 크림슨 리라이브(Crimson ReLive) 소프트웨어가 발표됐다.
이번 CES 2017에서 발표된 PC용 HDR은 자연스런 흐름이었다. 그러나 PC용 HDR이 현실화되는 데는 더욱 많은 이면의 기초 작업들이 존재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HDR 유형별 차이를 보여주는 HDMI 포럼 자료
결정적으로, HDMI 포럼이 공개한 HDMI 2.1 사양은 동적 메타데이터에 대한 지원을 포함하고 있다. (HDMI 포럼은 이를 ‘다이내믹 HDR’로 표현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해가 되지 않는 표현이기에 본 기고에서는 ‘다이내믹 메타데이터’로 풀어 표현한다.)
HDMI 2.0a가 단일 HDR 그레이드만을 이용해 영상을 처리했다면, 다이내믹 메타데이터는 디스플레이가 개별 장면을 최적화하거나, 나아가 사용자의 특정 하드웨어 기능에 맞춘 프레이밍(Framing, 고정형 HDR 설정이 아닌 개별 환경에 최적화된 밝기, 대비, 색 재현율 등을 제공하는 기능이다) 역시 지원한다. 모두 디스플레이의 성능을 보다 향상시킬 수 있는 기능들이다.
그러나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현재로써는 독점 돌비 비전만이 다이내믹 HDR을 지원하는 상황이며, 이를 HDR-10 개방 표준과 통합하려는 산업의 노력은 여전히 현재 진행 형이다. HDMI 포럼은 올 2분기 내 최종 HDMI 2.1 규격을 배포할 계획이다. 디스플레이포트 1.4는 이미 다이내믹 HDR을 지원한다.
전통적인 HDR의 톤 매핑과 AMD 프리싱크 2의 톤 매핑 비교
마찬가지로 AMD의 프리싱크 2(FreeSync 2) 역시 보다 선명하고 부드러운(그리고 보다 다양한 강점을 지닌) HDR 디스플레이 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큰 성공을 거둔 AMD 프리싱크 모니터 기술의 후계자인 프리싱크 2는 그래픽 카드에 연결된 디스플레이의 기능 정보를 전달하고, 사용자의 PC가 게임과 디스플레이에 대한 개별적 처리가 아닌, 하나의 단일 HDR 톤 매핑 라운드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미지 최적화와 랙 최소화를 모두 누릴 수 있는 방식이다.
프리싱크 2는 또한 의무적인 다이내믹 색상, 밝기 영역을 적용해 사용자가 시스템의 성능을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한다. 다만 다른 여타 디스플레이 기술과 마찬가지로, 스크린에 구현되는 이미지의 품질은 표시 컨텐츠가 얼마나 HDR에 잘 맞춰져 있는지의 여부에 역시 크게 좌우된다. AMD가 여러 디스플레이 업체들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개발한 프리싱크 2는 올해 상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HDR PC 모니터
모든 준비작업 끝에, 실제로 선보인 HDR 호환 PC 모니터는 어느 정도는 용두사미라는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그 반가움은 적지 않다.
첫 주자는 LG였다. 이들 기업은 연휴 시즌이 시작하기 전 32인치, 4K 해상도의 LG32UD99를 출시하는 적극적인 전략을 펼쳤다. 공개된 픽셀 수준이나 HDR 지원을 넘어, 이 모델은 USB-C 연결을 지원하며 4K 이미지의 동시적 전달, 연결된 노트북 충전, 단일 케이블을 통한 데이터 전송 기능 역시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LG 32UD99 HDR monitor.
델은 XPS 13 노트북의 멋진 디스플레이를 계승한 27인치 S2718D 울트라씬 모니터를 선보였다. 공간 효율적 인피니티엣지(InfinityEdge) 베젤과 초박형의 측면 디자인은 사용자의 마음을 흔들기 충분하다. 디스플레이는 2560x1440 해상도, 178도의 시야각, 400 나이트의 밝기, 99%의 sRGB 색 영역, 1000:1 명암비, 자체 USB-C 연결 지원까지 모든 측면에서 이미지 마니아들을 매혹할 조건을 갖추고 있다.
Dell S2718D HDR monitor.
그러나 S2718D를 HDR 모니터로 소개하는 델의 설명에 대해, 톰스 하드웨어(Tom’s Hareware)는 인가젯(Engadget)의 확인 결과를 인용하며 “델이 적용한 표준은 TV 제조사들의 그것과는 다른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 구체적인 의미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델이 더욱 선명하고 정확한 디스플레이를 선보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델은 3월 23일 Dell.com을 통해 S2718D을 최초 판매할 예정이며, 가격은 700달러로 책정됐다.
손쉽게 접근 가능한 가격은 분명 아니지만, LG의 4K HDR 디스플레이라고 이보다 저렴하지는 않다. 확실히 HDR은 3DTV보다는 디스플레이의 미래를 선점할 가능성이 높은 기술이며, PC 환경에 진출하게 되며 그 시장성을 더욱 확대해나갈 것이다. 얼리 어댑터가 되기 위해선 뜨거운 심장뿐 아니라 두둑한 주머니 역시 필요함을 기억하자.
이 투자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PC 게임, 비디오 시장이 얼마나 HDR을 적극적으로 포용할 지 역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HDR 수용을 발표한 플레이스테이션 4 프로와 엑스박스 원 S 등의 사례를 보자면, 새로운 미래는 그리 멀리 있지 않은 듯 보인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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