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 게임

인터뷰 | 넥슨 노조 스타팅포인트 배수찬 지회장 “게이머도 개발자도 꺾이지 않는 마음 필요” ②

허은애 기자 | ITWorld 2023.04.03
게임업계 노동조합 1호인 넥슨 스타팅포인트는 게임의 시작점에서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을 돌아보겠다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이다. 국내 게임업계 노조들이 나란히 설립 4년 반을 맞은 지금,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은 시작점을 떠나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민주노총 화학섬유산업지부 넥슨 지회인 스타팅포인트의 시작을 만든 배수찬 지회장과 ‘게임 만드는 사람들’이 원하는 업무 환경에 대해 이야기했다.  ≫ 인터뷰 ①에서 계속
 

만들고 싶은 게임으로 한 발짝 더…사내 공모전 등 아이디어 구체화 정책 있어야

게임 개발자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업무 환경에 조금 더 가까워지려면 어떤 요소가 더 필요할까? 배수찬 지회장은 “넥슨 구성원의 100%가 재택 근무를 원한다고 단언할 수 있지만 단기적인 목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신 게임 개발자라는 직업의 본질에 조금 더 가까운 희망을 털어놓았다.
 
스타팅포인트가 진행한 사내 굿즈 배포 이벤트 ⓒ 스타팅포인트

“개발자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것. 기획서를 제출하고 여러 가지 심사를 거친 후 채택되거나 떨어지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을 텐데 옛날보다 훨씬 어려워졌어요. 예전에는 20명이서 1년 정도 게임을 만들다가 안 되면 ‘다른 걸 해볼까?’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지금은 게임 하나 만들 때 4~5년이 걸리고 200명이 필요해요. 새롭게 아이디어를 내서 선택될 가능성이 4, 5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거죠.”

게임 프로젝트가 대형화되면서 투입되는 자원도 크게 늘었다. 그러나 100명의 개발자가 있으면 100가지 이상의 아이디어가 있다. 배수찬 지회장은 내부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제도 신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 자체가 보이지 않아요. 소설의 경우에는 공모전 같은 게 있어서 성공하면 출판되거나 큰 플랫폼에 연재될 기회가 주어지죠. 게임 개발자 중에는 자기가 원하는 게임, 자기가 플레이하고 싶은 게임을 만들려고 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운이 따라주지 않는 한 ‘어떻게 하면 이런 게임을 만들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답을 주는 사람이 없어요. 오히려 지금 소속된 프로젝트가 ‘접혀야’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거예요.”

사내 공모전 등 배수찬 지회장이 제시하는 방안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것일까? 배수찬 지회장도 수 년 전 경영진 심사 단계까지 올라간 신규 게임 아이디어를 제시한 적이 있다.

“사내 공모전 같은 정책이 넥슨 정도의 회사에 부담이 된다면 사실 할 수 있는 게임사는 거의 없을 거라고 봅니다. 내부 개발자의 아이디어를 잘 정리하도록 도와주고, 수용할 방법을 찾아주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게임 개발자들의 바람은 내부 경쟁이라도 해보고 싶다는 것이거든요.”
 

PPT 만들 줄도 몰랐던 개발자가 노조 전임자로 살아가며

스타팅포인트 사무실임을 알리는 배너에는 #언제나_상담환영 이라고 쓰여 있었다. ⓒ ITWorld


배수찬 지회장이 게임 개발을 내려놓고 노조 지회장이 된 후 이제 넥슨 지회의 전임자 규모는 제주 2명, 본사 5명으로 처음보다 커졌다. 개발자와 노조 전임장의 차이는 무엇일까?

배수찬 지회장은 처음 경영진과 의견을 조율하는 근로자 대표 3인 중 한 명으로 입후보했을 때 인생에서 가장 큰 용기를 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더 큰 파도는 그 후에 왔다. 개발자로만 살았기 때문에 외부로는 언론에 대응하고 내부에서는 의견을 모아 안건으로 조직하고 발표하는 모든 업무가 생소했다.

“어떤 점을 개선하려고 간담회를 열면 조합원을 대상으로 발표를 해야 하는데, 저는 프레젠테이션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어요. 프로그래머는 프레젠테이션을 할 일이 없거든요. 개발 쪽에서는 파워포인트 같은 프레젠테이션 소프트웨어로 뭔가를 하는 일 자체가 없어요.” 

가장 쉬웠던 것은 법조문을 들여다보는 일이었다. 개발자 업무와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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