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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넥슨 노조 스타팅포인트 배수찬 지회장 “게이머도 개발자도 꺾이지 않는 마음 필요” ①

허은애 기자 | ITWorld 2023.04.03
게임업계 노동조합 1호인 넥슨 스타팅포인트는 게임의 시작점에서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을 돌아보겠다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이다. 국내 게임업계 노조들이 나란히 설립 4년 반을 맞은 지금,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은 시작점을 떠나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것은 누구나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게임 개발자는 그누구보다도 ‘덕업일치’를 이룬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게임은 재미가 가장 중요한 엔터테인먼트 여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직업적 제1목표는 어디까지나 프로젝트 완료이고, 여기에 따라붙는 불안정한 고용, 끝없는 야근, 산발적 작업 일정 등은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졌다. 2017년에는 한 게임사에서 일하던 20대 직원의 돌연사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기도 했다.

노조를 둔 넥슨은 주 52시간 근무제 폐지 등 현 정부의 노동개혁 움직임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넥슨 노조 스타팅포인트는 노조 없는 중소 사업장과 게임 업계 전체의 업무 환경 개선을 위해 포괄임금제 폐지와 노동 개혁의 함정을 꾸준히 지적하고 있다. 

넥슨에서 8년 동안 게임 개발자로 근무하다 노조 전임자로 진로를 바꾼 지 4년째, 민주노총 화학섬유산업지부 넥슨 지회인 스타팅포인트의 시작을 만든 배수찬 지회장과 ‘게임 만드는 사람들’이 원하는 업무 환경에 대해 이야기했다.
 
넥슨 스타팅포인트 사무실에서 배수천 지회장 ⓒ ITWorld
 

“포괄임금제와 전환배치 폐지” 가장 큰 성과

‘월요일 출근, 금요일 퇴근’, ‘꺼지지 않는 판교의 불빛’ 등 귀에 익은 표현에서 알 수 있듯,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양적 성장을 거둔 IT 기업이 모인 신도시 업무 환경은 혹독했다. 과로사 등의 안타까운 사건이 있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노조 설립 움직임이 일었다. 게이머에서 개발자로, 개발자에서 노조 전임자로 커리어를 바꾸는 결정이 어렵지는 않았을까?

“게임을 좋아해서 게임 만들기를 업으로 삼은 사람들이 기존 직업이나 경력과 완전히 다른 새 목표를 세우기란 쉽지 않아요. 저만 해도 12살 때부터 게임 만드는 사람이 되기만을 꿈꿨고, 넥슨에 입사해서도 성실하고 ‘착하게’ 좋은 성과를 냈기 때문에 노조를 만든다고 했을 때 회사에서도 놀랐죠. 뭔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은 했지만, 저조차도 노조를 하려면 게임 개발자를 그만두어야 한다는 걸 모르고 시작했어요.”
 

스타팅포인트가 진행한 고용안정 촉구 투쟁 ⓒ 스타팅포인트


노조가 생긴 이후 넥슨 개발자들은 조금 더 즐겁게 게임을 만들고 있을까? 스타팅포인트가 나이도 소속 프로젝트도 각각 다른 전체 넥슨 개발자들이 바라는 것을 얼마만큼 대변했는지가 궁금했다. 배수찬 지회장은 “성과가 오히려 너무 많아서 문제”라며 웃었다. 

가장 큰 성과는 고용 안정과 직접 연관이 있다. 스타팅포인트는 2019년 결성 후 상대적으로 빠르게 포괄임금제 페지라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특히 전환배치라는 악습에 가까운 제도를 개선해 시스템화한 것이 자랑이다. 

게임 개발사에서 신규 게임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는 개발 초기는 물론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후에도 한순간에 폐지되기 일쑤다. ‘드랍된다’, ‘접힌다’라고도 표현한다. 과거 넥슨에서는 사업 폐지가 결정되면 소속 직원은 일시적으로 ‘실업’ 상태가 됐다. 다른 프로젝트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마치 입사 지망자처럼 내부 면접 등을 치러야 했다. 면접을 통해 타 프로젝트에 다시 채용될 때까지 소속이 없다는 점에서 큰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권고 사직에까지 동의해야 했다. 이 악습을 전환배치라고 한다.

 

고용안정 촉구 투쟁을 진행한 배수찬 지회장 ⓒ 스타팅포인트


“그 전에는 고용 안정 시스템이라는 게 없었죠. 그냥 팀 프로젝트가 ‘드랍’되면 3개월 동안 위로금을 받고, 다음 프로젝트로 가려면 사내 면접 전에 먼저 권고 사직서에 사인을 해야 했습니다.”

전환배치는 형식적이기는 하지만 회사에서 ‘잘리는’ 것을 우선 전제한다는 점에서 개발자의 고용 기반을 흔드는 제도였다.

“2021년 대외 투쟁을 마무리하고 준수습 형태로 개선했어요. 미발령 대기 상태로 두지 않고, 어디에든 우선 인원을 배치하고 그 후에 수습 형태로 한 번 더 살펴보자는 의미죠. 하지만 최소한 일을 시키면서 두고 보는 거니까요. 임금도 100% 지급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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