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03

글로벌 칼럼 | 애플과 앱 개발자를 위한 조언 “누구를 위한 선택인가?”

Jason Snell | Macworld
패스워드 관리 프로그램 원패스워드(1Password)를 만드는 업체인 애자일비츠(AgileBits)는 몇 주 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강력하고 일관성 있는 새 코드 베이스를 기반으로 맥 앱의 새 버전을 구축하여 제품의 일관성과 더욱 빠른 업그레이드를 보장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좋은 생각이다. 확실히 애자일비츠는 그렇게 판단했고, 그런 결정이 유리할 것으로 보았다. 
 
ⓒ OpenJS Foundation

물론 많은 맥 사용자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애자일비츠에서 실제로 한 일은 기존의 네이티브 맥 앱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그 대신 리눅스 및 윈도우 상의 원패스워드 버전과 동일한 앱을 웹 개발 시스템 일렉트론(Electron)으로 구축한 것이다. “맥 사용자 여러분, 희소식입니다! 여러분의 맥 앱을 최소 공통 분모의 교차 플랫폼 버전으로 바꿔 드립니다! 박수 쳐 주세요.” 

한 회사가 휘청거리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결정을 해서가 아니다. 고객이 아니라 회사 자체에 유리한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고객은 업체가 비용을 절감하거나 제품의 품질이 낮아질 때 박수를 보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할 만한 시각도 부족한 것이다.

지난 몇십 년 동안 IT 업계를 지켜본 필자는 이런 사고 방식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흔하다고 말할 수 있다. 회사의 규모를 막론하고 같은 잘못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결국 회사 자신의 사업에 몰두한 나머지 회사가 고객을 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렸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업그레이드 

소프트웨어를 CD-ROM에 기록한 후 상자에 넣어 판매하던 시절에는 한 프로그램의 주요 버전은 모두 유료 업데이트였다. 그 결과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은 예상대로 왜곡되었다. 구매자가 유료 업그레이드를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소프트웨어에 추가된 새로운 기능, 이른바 마케팅 기능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버그를 수정하는 일, 특히 이전 버전의 마케팅 기능에 있는 버그를 수정하는 일은 우선순위가 절대 높지 않았다. 

구독 기반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다들 할 말이 있겠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고객을 계속 만족시켜야 이익을 얻는 구조라면 업그레이드를 많이 팔기 위해 깊은 고민도 없이 마케팅 기능을 만들어 밀어 넣는 것보다는 버그 수정으로 고객을 달래는 것이 훨씬 쉬워진다. 

애자일비츠의 결정이 기술적인 이유로 내려진 것처럼, 개발자는 기술적인 결정을 내린 후 사용자가 따라 주기를 기대할 때가 있다. 

필자가 10년도 전에 리뷰한 맥용 앱 하나가 생각난다. 그 자체로는 훌륭한 앱이어서 여러 번 호의적으로 리뷰했었다. 그러다가 새로운 버전이 나왔는데, 전체 업그레이드 가격을 지불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것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필자는 돈 값을 하는 기능이 추가된 새로운 버전이 나올 때까지 대부분의 사용자는 굳이 업그레이드하지 않을 것을 추천했다. 

필자의 리뷰 내용에 단단히 화가 난 앱 개발자는 그 업데이트에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엔지니어링 노력이 투입됐으며, 향후 버전에 도입될 다량의 흥미진진한 새 기능을 위한 기초 공사를 개선하려면 앱의 많은 부분을 전체적으로 다시 써야 한다고 해명했다. 

필자는 개발자의 주장에 전적으로 이해가 갔다. 개발자의 관점에서는 이번에 나온 새 신규 버전이 전체 업그레이드 가격을 청구했던 예전 버전 이상의 노력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똑 같은 방식으로 돈을 받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문제는 사용자 관점에서는 지불해야 할 가격이 매우 높은 데 비해 제품이 눈에 띄게 나아진 부분이 없다는 것이었다. 개발자가 본인 제품의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존경할 만하지만, 본인이 기울인 노력 중 그 어느 부분도 사용자에게는 감지되지 않고 즉각적인 관련도 없다는 사실은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필자는 사용자에게 중요한 앱의 경우, 구독 방식을 대체적으로 선호한다. 1년치 비용을 내고 1년 동안 앱을 사용하면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오래된 시스템에서는 상황이 아주 이상해지고 현실과 동떨어질 수 있다. 
 

오늘날의 마케팅 기능 

이 모든 것은 애플에도 적용된다. 애플의 가장 큰 실수는 사용자에게 무엇이 최선인지에 집중하기 보다 회사의 사업 방향에 관련된 결정을 하는 데서 비롯되곤 한다. 잠시 소프트웨어에 한정하여 iOS와 맥OS의 연간 릴리스 주기를 생각해 보자. 대부분의 주요 소프트웨어 프로젝트가 구독 모델과 간헐적인 릴리스 일정으로 전환되었지만, 애플은 운영체제를 매년 출시하고 WWDC에서 세간의 이목을 끄는 기능을 잔뜩 내놓으면서 자랑하는 방식을 고집한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구식 접근 방식이 현재로 전환된 느낌이 확실히 난다. 작년의 마케팅 기능은 버그가 있는 채로 출시된다. 버그가 절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다음 번 마케팅 기능이 우선시되기 때문이다. 운영체제 릴리스의 우선 순위와 출시에 대한 애플의 결정은 고객이 원하는 것보다는 애플의 제품 릴리스 및 소프트웨어 개발 일정을 대변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필자는 최근 애플의 아동 성 학대 미디어(CSAM) 퇴치 기능 출시와 관련한 홍보 참사에서 이런 점을 어렴풋이 눈치챘다. 애플 서버 상의 컨텐츠 검사가 아닌 장치 상의 검사를 이용한 기발한 기술 솔루션을 설계할 때 애플은 회사의 마케팅 메시지에 적합하고 기술 솜씨를 뽐내는 솔루션을 선택한 셈이다. 그러나 그러한 결정에 대한 반응을 심각하게 오판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고객의 관점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균형적인 시각을 잃기는 매우 쉽다. 크고 작은 회사가 과거에도 그랬듯 앞으로도 그런 일을 반복할 것이다. 그런 실수를 방지하는 방법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간단하다. 회사 위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회사의 존재 이유인 고객들의 필요를 고려하는 것이다. 고객에게 도움은 되지 않은 채 회사의 성공만을 추구하는 제품을 팔려고 든다면 고객들은 고마워하지 않을 것이다. editor@itworld.co.kr


2021.09.03

글로벌 칼럼 | 애플과 앱 개발자를 위한 조언 “누구를 위한 선택인가?”

Jason Snell | Macworld
패스워드 관리 프로그램 원패스워드(1Password)를 만드는 업체인 애자일비츠(AgileBits)는 몇 주 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강력하고 일관성 있는 새 코드 베이스를 기반으로 맥 앱의 새 버전을 구축하여 제품의 일관성과 더욱 빠른 업그레이드를 보장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좋은 생각이다. 확실히 애자일비츠는 그렇게 판단했고, 그런 결정이 유리할 것으로 보았다. 
 
ⓒ OpenJS Foundation

물론 많은 맥 사용자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애자일비츠에서 실제로 한 일은 기존의 네이티브 맥 앱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그 대신 리눅스 및 윈도우 상의 원패스워드 버전과 동일한 앱을 웹 개발 시스템 일렉트론(Electron)으로 구축한 것이다. “맥 사용자 여러분, 희소식입니다! 여러분의 맥 앱을 최소 공통 분모의 교차 플랫폼 버전으로 바꿔 드립니다! 박수 쳐 주세요.” 

한 회사가 휘청거리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결정을 해서가 아니다. 고객이 아니라 회사 자체에 유리한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고객은 업체가 비용을 절감하거나 제품의 품질이 낮아질 때 박수를 보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할 만한 시각도 부족한 것이다.

지난 몇십 년 동안 IT 업계를 지켜본 필자는 이런 사고 방식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흔하다고 말할 수 있다. 회사의 규모를 막론하고 같은 잘못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결국 회사 자신의 사업에 몰두한 나머지 회사가 고객을 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렸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업그레이드 

소프트웨어를 CD-ROM에 기록한 후 상자에 넣어 판매하던 시절에는 한 프로그램의 주요 버전은 모두 유료 업데이트였다. 그 결과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은 예상대로 왜곡되었다. 구매자가 유료 업그레이드를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소프트웨어에 추가된 새로운 기능, 이른바 마케팅 기능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버그를 수정하는 일, 특히 이전 버전의 마케팅 기능에 있는 버그를 수정하는 일은 우선순위가 절대 높지 않았다. 

구독 기반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다들 할 말이 있겠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고객을 계속 만족시켜야 이익을 얻는 구조라면 업그레이드를 많이 팔기 위해 깊은 고민도 없이 마케팅 기능을 만들어 밀어 넣는 것보다는 버그 수정으로 고객을 달래는 것이 훨씬 쉬워진다. 

애자일비츠의 결정이 기술적인 이유로 내려진 것처럼, 개발자는 기술적인 결정을 내린 후 사용자가 따라 주기를 기대할 때가 있다. 

필자가 10년도 전에 리뷰한 맥용 앱 하나가 생각난다. 그 자체로는 훌륭한 앱이어서 여러 번 호의적으로 리뷰했었다. 그러다가 새로운 버전이 나왔는데, 전체 업그레이드 가격을 지불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것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필자는 돈 값을 하는 기능이 추가된 새로운 버전이 나올 때까지 대부분의 사용자는 굳이 업그레이드하지 않을 것을 추천했다. 

필자의 리뷰 내용에 단단히 화가 난 앱 개발자는 그 업데이트에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엔지니어링 노력이 투입됐으며, 향후 버전에 도입될 다량의 흥미진진한 새 기능을 위한 기초 공사를 개선하려면 앱의 많은 부분을 전체적으로 다시 써야 한다고 해명했다. 

필자는 개발자의 주장에 전적으로 이해가 갔다. 개발자의 관점에서는 이번에 나온 새 신규 버전이 전체 업그레이드 가격을 청구했던 예전 버전 이상의 노력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똑 같은 방식으로 돈을 받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문제는 사용자 관점에서는 지불해야 할 가격이 매우 높은 데 비해 제품이 눈에 띄게 나아진 부분이 없다는 것이었다. 개발자가 본인 제품의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존경할 만하지만, 본인이 기울인 노력 중 그 어느 부분도 사용자에게는 감지되지 않고 즉각적인 관련도 없다는 사실은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필자는 사용자에게 중요한 앱의 경우, 구독 방식을 대체적으로 선호한다. 1년치 비용을 내고 1년 동안 앱을 사용하면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오래된 시스템에서는 상황이 아주 이상해지고 현실과 동떨어질 수 있다. 
 

오늘날의 마케팅 기능 

이 모든 것은 애플에도 적용된다. 애플의 가장 큰 실수는 사용자에게 무엇이 최선인지에 집중하기 보다 회사의 사업 방향에 관련된 결정을 하는 데서 비롯되곤 한다. 잠시 소프트웨어에 한정하여 iOS와 맥OS의 연간 릴리스 주기를 생각해 보자. 대부분의 주요 소프트웨어 프로젝트가 구독 모델과 간헐적인 릴리스 일정으로 전환되었지만, 애플은 운영체제를 매년 출시하고 WWDC에서 세간의 이목을 끄는 기능을 잔뜩 내놓으면서 자랑하는 방식을 고집한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구식 접근 방식이 현재로 전환된 느낌이 확실히 난다. 작년의 마케팅 기능은 버그가 있는 채로 출시된다. 버그가 절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다음 번 마케팅 기능이 우선시되기 때문이다. 운영체제 릴리스의 우선 순위와 출시에 대한 애플의 결정은 고객이 원하는 것보다는 애플의 제품 릴리스 및 소프트웨어 개발 일정을 대변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필자는 최근 애플의 아동 성 학대 미디어(CSAM) 퇴치 기능 출시와 관련한 홍보 참사에서 이런 점을 어렴풋이 눈치챘다. 애플 서버 상의 컨텐츠 검사가 아닌 장치 상의 검사를 이용한 기발한 기술 솔루션을 설계할 때 애플은 회사의 마케팅 메시지에 적합하고 기술 솜씨를 뽐내는 솔루션을 선택한 셈이다. 그러나 그러한 결정에 대한 반응을 심각하게 오판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고객의 관점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균형적인 시각을 잃기는 매우 쉽다. 크고 작은 회사가 과거에도 그랬듯 앞으로도 그런 일을 반복할 것이다. 그런 실수를 방지하는 방법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간단하다. 회사 위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회사의 존재 이유인 고객들의 필요를 고려하는 것이다. 고객에게 도움은 되지 않은 채 회사의 성공만을 추구하는 제품을 팔려고 든다면 고객들은 고마워하지 않을 것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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