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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 구글 I/O에서 안드로이드 14가 ‘뒷전’이었던 진짜 이유

JR Raphael | Computerworld 2023.05.18
구글의 I/O 2023 컨퍼런스가 종료됐다. 필자가 다음 단계로 해야 할 것은 행사에서 발표된 기술 관련 내용을 심사숙고하는 일이다. 모든 것을 세세하게 분석해 표면상으로 항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미묘한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는 흥미로운 단계이기도 하다.
 
ⓒ Google/OpenClipart-Vectors/JR Raphael

2023 구글 I/O 행사에서 발견한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 안드로이드에 한정했을 때 나인투파이브구글(9to5Google)의 예리한 기자들은 올해 개발 중인 새로운 안드로이드 버전인 안드로이드 14가 2,000시간에 달하는 전체 구글 I/O 키노트 중에서 단 한 번만 언급됐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물론 실제로 2,000시간은 아니었다(당시에는 분명 그렇게 느껴졌지만). 키노트는 정확히 2시간 5분이었고 안드로이드 자체에 대한 언급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안드로이드 버전은 모든 I/O 행사의 중심 주제인 경우가 보통인데, 어쩐 일인지 125분 중에서 구체적인 언급은 단 한 번에 그쳤다.

표면적으로는 분명 이상해 보인다. 그러나 이 순간의 목적은 표면을 ‘넘어’ 구글의 행동에서 깊은 의미를 찾아내는 것임을 명심하자. 


보이지 않는 안드로이드의 방향 전환

구글은 의도적이고 전술적인 전략에 따라 안드로이드 14에 집중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피한 것으로 보인다. 안드로이드 자체에서 멀어지고 있어서는 아니다. 각각의 새로운 안드로이드 ‘버전’을 플랫폼 전반에 걸친 발전의 척도로 강조하던 것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흥미로운 변화이자 수년에 걸쳐 준비된 변화다. 실제로 필자가 이런 주제를 이야기하기 시작한 지는 10년이 훌쩍 넘었다. 수년 전부터 이 주제를 관심 있게 지켜보지 않은 사람을 위해 설명하자면, 구글은 실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 점점 더 많은 부분을 분리시켜 독립적인 요소로 취급하려고 노력 중이다.

구글은 2010년부터 공식적인 발표 없이 점진적인 방향 전환을 진행했다. 이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겪는 가장 중대한 변화이며, 안드로이드 관련 기기 사용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간단히 말하면 전통적으로 시스템 구성요소로 간주됐던 방대한 무리의 구성요소가 이제는 엄밀히 따지면 ‘앱’이다. 즉, 여전히 핵심적인 스마트폰의 기초 요소이지만 플레이스토어 내의 개별 항목이며, 모든 기기에 즉각 도달하는 방식으로 한 달에 여러 차레 업데이트된다. 평범한 스마트폰 사용자는 눈치채지 못하는 사실이고 오히려 그 점이 핵심이다. 전반적인 안드로이드 기반 기기의 소유 경험에 측량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치는 변화다.

이런 변화는 중요한 이점을 제공한다. 생각해 보자. 몇 달이라는 기간 동안 안드로이드 전반에 걸쳐 중요한 시스템급 업데이트가 이루어진다. iOS에 비유하자면 새로운 주요 OS 전체 버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기본 이메일, 메시징, 메모, 웹 브라우징, 사진 저장 앱부터 휴대전화의 개인정보 보호, 보안, 성능을 담당하는 하드웨어 요소의 의미 있는 향상에 이르는 모든 것이 대대적으로 개선되는 것이다.

한 안드로이드 애호가는 지난달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분리된 모든 개별 구성요소에 대한 업데이트는 일 년에 한 번씩 모아서 하지 않고 한 달에 여러 번 진행될 때가 많다. 그러나 훨씬 규모가 큰 OS 업데이트는 많은 주목을 받는다. 사용자 인식이라는 매우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 구글은 업데이트가 아이폰 사용자에게는 일 년에 한두 번 정도만 제공되는 데 반해 안드로이드 사용자에게는 상시적으로 제공된다는 사실을 그다지 강조하지 않는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무 대신 숲을 보면서 이런 사실의 총체적인 결과를 깨닫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다.


위의 글을 쓴 필자는 이런 취지의 주장을 아주 오래전부터 강력하게 펼쳤다. 그리고 마침내 2023년 구글 I/O 행사에서 구글은 최초로 그 장단에 맞춰서 안드로이드에 대한 언급 방식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다음과 같이 안드로이드 담당 임원과 더 버지(The Verge) 소속 기자가 나눈 대화에서 명백하게 확인됐다.
 

안드로이드 생태계 담당 VP 세미르 사맛은 … 구글은 안드로이드 기기에 플레이 시스템 및 앱 업데이트와 마찬가지로 연 1회 플랫폼 업그레이드 이외의 업데이트를 제공할 수단을 구현했기 때문에 이제 상황을 약간 다르게 표현할 필요가 생겼다고 말했다. 사맛은 “올해 구글은 사용자에게 OS 버전과 무관하게 안드로이드의 새로운 기능을 사용자 경험 관점에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구글이 발표한 일부 기능들은 안드로이드 14와 함께 출시될 예정이지만,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배포될 기능도 많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모든 이야기에는 양면이 있다.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부분으로 넘어가자.


하나의 플랫폼, 두 개의 이야기

우선 구글의 안드로이드 관련 메시지 전달 방식의 변화는 운영체제 업데이트의 출시 성과가 전반적으로 수준 이하라는 비판을 수년간 받은 끝에 나온 변화다. ‘수준 이하’라는 부분에 대한 정황은 알려진 대로다. 구글 자체, 그리고 구글이 직접 만든 픽셀 제품을 제외하고 안드로이드 기기 제조업체 대부분은 제품을 최신 상태로 유지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적절히 때맞춰 발송하는 작업을 민망할 정도로 잘 수행하지 못한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악명 높은 특정 업체들이 제작한 모든 안드로이드 제품은 이제 그 누구에게도 구매를 추천하기가 불가능할 지경이다.

그러나 문제는 안드로이드의 운영체제 업데이트가 더 이상 이야기의 ‘전부’는 절대 아니고 한 때 그랬던 것처럼 모든 것을 아우르지도 않지만,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이다. 업데이트는 표면상에 보이는 화려한 새로운 기능과 인터페이스 개선 차원을 넘어선다.

예를 들어, 안드로이드 14에서는 위치 허용이 요청될 때마다 앱이 위치 정보에 대해 서드파티와의 공유 여부와 공유 방식을 사용자에게 분명히 보여주는 새로운 개인정보 보호 요건이 도입된다. 여기에는 사용자 스마트폰의 비밀번호 보호 개선을 위한 새로운 기능은 물론, 사용자 기기에 저장된 미디어 파일에 대한 앱 접근권 부여를 위한 세밀한 시스템도 포함된다.

개인정보 보호, 보안, 성능에 대한 시스템급 향상은 많이 관심을 받는 부분은 아니지만 운영체제 업데이트의 흔한 부분이다. 또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구성요소를 분리해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개별적으로 업데이트하려는 구글의 가상한 노력에 비해 특정한 기초 요소는 아직 정식 OS 계층 업데이트로만 처리할 수 있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이번 I/O 2023에서 알 수 있는 부분은 2가지다. 하나는 늦었지만 이제라도 달라진다는 사실과 변화의 이점이 무엇인지 인식해야 하며, 다른 하나는 이런 업데이트가 모든 구성요소에 적용되지 않는 이유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적절히 지원하는 안드로이드 기기 제조업체를 선택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인식해야 한다. 

무엇보다 관점이 중요하다. 이번 메시지 전달 방식의 변화는 안드로이드의 현 상태와 업데이트가 실제로 처리되는 방식을 보다 잘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제 구글이 이런 변화를 잘 유지하고 구글 I/O 같은 행사에 관심이 없는 평범한 사용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변화를 계속 인지시킬 수 있는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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