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28

출시 20주년 맞은 아이팟, “애플의 성공에 마중물 역할”

Dan Moren | Macworld
애플의 부활이 언제 시작됐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1997년 애플이 넥스트(NeXT)를 인수하면서 스티브 잡스가 복귀한 날, 1998년 아이맥을 최초로 공개한 날, 2001년 맥 OS X를 출시한 날이라는 설이 있다. 하지만 애플이 시장을 장악하는 현재의 위치에 오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된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인 2001년 10월 23일이다.

이 날 애플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애플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꾸게 될 제품인 ‘아이팟’을 공개했다.
 

음악 감상을 위한 아이팟

필자는 아이팟이 처음 공개되던 날 어디에 있었는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당시 코넬 대학교 졸업반에 들어간 지 2달 정도 지났을 때였는데, 교내 도서관에서 파워북 G3으로 애플 공식 홈페이지 및 뉴스 사이트에 올라온 아이팟에 관한 정보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었다. (그 때는 이벤트 라이브스트리밍뿐만 아니라 슬래시닷(Slashdot)처럼 주관적인 논평으로 가득한 소셜 미디어도 없었다.)

애플은 여태껏 주요 하드웨어 제품으로 개인용 컴퓨터를 만드는 데 집중해 왔는데, 뮤직 플레이어를 출시한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당시는 한창 MP3가 냅스터(Napster), 라임와이어(Limewire), 카자(Kazaa)와 같은 앱을 통해 불법으로 거래되던 시기였다. 아이튠스 스토어(iTunes Store)를 통해 합법적인 디지털 음악을 구매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은 2년이 더 지난 후의 일이다. 그 때 사용자가 소장한 음악은 대부분 CD에서 추출했거나 불법 복제한 음악이 대다수였다. CD에서 추출한 것을 불법 복제한 것도 있었다.
 
아이팟의 출시로 아이팟 나노 등 다양한 버전의 뮤직 플레이어가 출시됐다. ⓒ Apple

아이팟이 출시되기 전의 MP3 플레이어는 대부분 메모리 카드를 사용했는데, 용량이 작아서 기껏해야 몇십 곡만 넣을 수 있었다. 아이팟이 출시되기 몇 년 전, 필자는 종종 기숙사에서 1.5마일 떨어진 캠퍼스에 주차했다. 룸메이트에게 MP3 플레이어를 빌리면 차가 있는 곳까지 걸어가면서 노래를 듣기에 딱 좋았다.

반면, 아이팟은 5GB 하드 드라이브에 1,000곡의 음악을 저장할 수 있는 것으로 유명했다. 당시 하드 드라이브를 사용하는 다른 디지털 음악 플레이어도 있었지만, 아이팟은 직관적인 휠 인터페이스와 애플의 트레이드마크인 사용의 편리함 측면에서 차별성을 가졌다.

아이팟의 가격은 399달러였으며, 그 당시에도 이미 오랫동안 자리잡은 애플의 고가 정책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당시 꼭 가져야할 제품으로 빠르게 자리잡은 애플 제품은 한두 개가 아니다. 특히 아이팟의 경우 2002년 윈도우와의 호환성이 추가된 것이 기폭제였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팟의 대성공으로 애플의 미래가 극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너도 나도, 우리 모두가 사용한 아이팟

아이팟은 필자에게 개인적으로도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처음 사용했던 아이팟은 1세대 모델로, 필자의 음악 소비 방식을 바꿔 놓았다. 당시 모든 10대 청소년과 대학생처럼 필자도 CD 플레이어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CD 폴리오를 들고 다녔다. 최고로 감탄했던 제품은 친구의 폭스바겐 제타에 있던 CD 체인저였다. CD 6장을 넣고 돌아가면서 들을 수 있는 제품이었는데, 자동차 트렁크에 둬야 할 정도로 부피가 컸다.

하지만 아이팟은 출시된 후 5년이 지난, 2006년 필자가 Macworld에서 입사한 당시에도 애플의 가장 대표적인 제품이었다. 필자는 처음에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아이팟 케이스와 액세서리 리뷰를 맡았다. 필자는 CES 전시실을 누비면서 제품의 이름 맨 앞에 ‘I’를 붙이거나 30핀 독 커넥터를 연결하는 등 아이팟의 성공에 편승해 돈을 벌려고 하는 기업이 눈에 많이 띄었다. 애플이 만든 것은 물론, 모조품도 많았던 하얀색 이어폰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었다.

아이팟은 2000년대, 마치 애플의 정체성을 규정했다. 워낙 전 세계를 뒤흔든 대단한 제품이었으며, 인기는 한동안 결코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올라간 것은 내려오기 마련

그 당시에는 아이팟이 애플 역사상 최고의 히트 제품이 될 것 같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이팟의 전성기는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 오리지널 모델에 이어 미니, 나노, 셔플 등 개량품과 새 버전이 출시됐지만 불과 6년이 지난 후, 터치 기능이 탑재된 와이드스크린 아이팟, 일명 ‘아이폰’이 출시됐다.
 
아이폰은 아이팟이 없었다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 Michael Simon/IDG

대형 아이팟은 5년 동안 업데이트를 받지 않은 상태로 2014년에 단종됐다. 아이팟 나노와 셔플은 2017년까지 출시됐다. 현재 아이팟은 아이팟 터치(iPod Touch)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사실 아이팟보다 아이폰을 훨씬 더 많이 닮았다. (한 때 아이팟 자체가 아이폰 앱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앱 아이콘은 작은 음악 플레이어 모양이었는데, 이제 그마저도 없어진 지 오래다.)

아이팟은 인기가 절정이던 2008년에 5,480만 대가 팔렸다. 애플 제품의 판매량은 더 이상 공개되지 않지만 아이폰도 2010년대 후반에 매분기마다 평균적으로 그 만큼 팔렸다. 이 시점에서 보면 아이팟과 아이폰의 판매량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분명하다. 기본적으로 엔터테인먼트용인 아이팟은 사치품이었던 반면, 스마트폰은 많은 사람의 일상 속에 실용적인 필수품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아이팟 출시 20주년을 맞은 지금, 애플의 대표 제품이 주로 음악 감상용이었던 시대를 생각하면 기분이 묘하다. 아이팟의 시대는 이제 지났지만 아이팟이 남긴 유산은 애플 그 자체에 살아 숨쉬고 있다. 아이팟은 애플의 전례 없는 대성공의 토대를 마련했다. 아이팟이 애플의 위상과 매출을 올려 주지 않았다면 애플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애플 워치 등을 출시할 수 있는 위치에 이르지 못했을 수도 있다. 애플이 거둔 성공은 모두 작고 하얀 직사각형 아이팟과 아이팟의 등장으로 펼쳐진 미래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ditor@itworld.co.kr


2021.10.28

출시 20주년 맞은 아이팟, “애플의 성공에 마중물 역할”

Dan Moren | Macworld
애플의 부활이 언제 시작됐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1997년 애플이 넥스트(NeXT)를 인수하면서 스티브 잡스가 복귀한 날, 1998년 아이맥을 최초로 공개한 날, 2001년 맥 OS X를 출시한 날이라는 설이 있다. 하지만 애플이 시장을 장악하는 현재의 위치에 오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된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인 2001년 10월 23일이다.

이 날 애플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애플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꾸게 될 제품인 ‘아이팟’을 공개했다.
 

음악 감상을 위한 아이팟

필자는 아이팟이 처음 공개되던 날 어디에 있었는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당시 코넬 대학교 졸업반에 들어간 지 2달 정도 지났을 때였는데, 교내 도서관에서 파워북 G3으로 애플 공식 홈페이지 및 뉴스 사이트에 올라온 아이팟에 관한 정보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었다. (그 때는 이벤트 라이브스트리밍뿐만 아니라 슬래시닷(Slashdot)처럼 주관적인 논평으로 가득한 소셜 미디어도 없었다.)

애플은 여태껏 주요 하드웨어 제품으로 개인용 컴퓨터를 만드는 데 집중해 왔는데, 뮤직 플레이어를 출시한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당시는 한창 MP3가 냅스터(Napster), 라임와이어(Limewire), 카자(Kazaa)와 같은 앱을 통해 불법으로 거래되던 시기였다. 아이튠스 스토어(iTunes Store)를 통해 합법적인 디지털 음악을 구매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은 2년이 더 지난 후의 일이다. 그 때 사용자가 소장한 음악은 대부분 CD에서 추출했거나 불법 복제한 음악이 대다수였다. CD에서 추출한 것을 불법 복제한 것도 있었다.
 
아이팟의 출시로 아이팟 나노 등 다양한 버전의 뮤직 플레이어가 출시됐다. ⓒ Apple

아이팟이 출시되기 전의 MP3 플레이어는 대부분 메모리 카드를 사용했는데, 용량이 작아서 기껏해야 몇십 곡만 넣을 수 있었다. 아이팟이 출시되기 몇 년 전, 필자는 종종 기숙사에서 1.5마일 떨어진 캠퍼스에 주차했다. 룸메이트에게 MP3 플레이어를 빌리면 차가 있는 곳까지 걸어가면서 노래를 듣기에 딱 좋았다.

반면, 아이팟은 5GB 하드 드라이브에 1,000곡의 음악을 저장할 수 있는 것으로 유명했다. 당시 하드 드라이브를 사용하는 다른 디지털 음악 플레이어도 있었지만, 아이팟은 직관적인 휠 인터페이스와 애플의 트레이드마크인 사용의 편리함 측면에서 차별성을 가졌다.

아이팟의 가격은 399달러였으며, 그 당시에도 이미 오랫동안 자리잡은 애플의 고가 정책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당시 꼭 가져야할 제품으로 빠르게 자리잡은 애플 제품은 한두 개가 아니다. 특히 아이팟의 경우 2002년 윈도우와의 호환성이 추가된 것이 기폭제였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팟의 대성공으로 애플의 미래가 극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너도 나도, 우리 모두가 사용한 아이팟

아이팟은 필자에게 개인적으로도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처음 사용했던 아이팟은 1세대 모델로, 필자의 음악 소비 방식을 바꿔 놓았다. 당시 모든 10대 청소년과 대학생처럼 필자도 CD 플레이어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CD 폴리오를 들고 다녔다. 최고로 감탄했던 제품은 친구의 폭스바겐 제타에 있던 CD 체인저였다. CD 6장을 넣고 돌아가면서 들을 수 있는 제품이었는데, 자동차 트렁크에 둬야 할 정도로 부피가 컸다.

하지만 아이팟은 출시된 후 5년이 지난, 2006년 필자가 Macworld에서 입사한 당시에도 애플의 가장 대표적인 제품이었다. 필자는 처음에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아이팟 케이스와 액세서리 리뷰를 맡았다. 필자는 CES 전시실을 누비면서 제품의 이름 맨 앞에 ‘I’를 붙이거나 30핀 독 커넥터를 연결하는 등 아이팟의 성공에 편승해 돈을 벌려고 하는 기업이 눈에 많이 띄었다. 애플이 만든 것은 물론, 모조품도 많았던 하얀색 이어폰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었다.

아이팟은 2000년대, 마치 애플의 정체성을 규정했다. 워낙 전 세계를 뒤흔든 대단한 제품이었으며, 인기는 한동안 결코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올라간 것은 내려오기 마련

그 당시에는 아이팟이 애플 역사상 최고의 히트 제품이 될 것 같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이팟의 전성기는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 오리지널 모델에 이어 미니, 나노, 셔플 등 개량품과 새 버전이 출시됐지만 불과 6년이 지난 후, 터치 기능이 탑재된 와이드스크린 아이팟, 일명 ‘아이폰’이 출시됐다.
 
아이폰은 아이팟이 없었다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 Michael Simon/IDG

대형 아이팟은 5년 동안 업데이트를 받지 않은 상태로 2014년에 단종됐다. 아이팟 나노와 셔플은 2017년까지 출시됐다. 현재 아이팟은 아이팟 터치(iPod Touch)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사실 아이팟보다 아이폰을 훨씬 더 많이 닮았다. (한 때 아이팟 자체가 아이폰 앱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앱 아이콘은 작은 음악 플레이어 모양이었는데, 이제 그마저도 없어진 지 오래다.)

아이팟은 인기가 절정이던 2008년에 5,480만 대가 팔렸다. 애플 제품의 판매량은 더 이상 공개되지 않지만 아이폰도 2010년대 후반에 매분기마다 평균적으로 그 만큼 팔렸다. 이 시점에서 보면 아이팟과 아이폰의 판매량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분명하다. 기본적으로 엔터테인먼트용인 아이팟은 사치품이었던 반면, 스마트폰은 많은 사람의 일상 속에 실용적인 필수품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아이팟 출시 20주년을 맞은 지금, 애플의 대표 제품이 주로 음악 감상용이었던 시대를 생각하면 기분이 묘하다. 아이팟의 시대는 이제 지났지만 아이팟이 남긴 유산은 애플 그 자체에 살아 숨쉬고 있다. 아이팟은 애플의 전례 없는 대성공의 토대를 마련했다. 아이팟이 애플의 위상과 매출을 올려 주지 않았다면 애플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애플 워치 등을 출시할 수 있는 위치에 이르지 못했을 수도 있다. 애플이 거둔 성공은 모두 작고 하얀 직사각형 아이팟과 아이팟의 등장으로 펼쳐진 미래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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