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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ㅣ애플에 돈 넣을 준비됐는가? 

Dan Moren | Macworld 2023.04.25
2014년 애플 페이(Apple Pay)가 등장한 이후, 애플은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여러 금융 관련 상품을 출시해왔다. 2017년에는 애플 캐시(Apple Cash), 2019년에는 애플 카드(Apple Card), 최근에는 애플 페이 레이터(Apple Pay Later), 그리고 지난주에는 새로운 애플 저축 계좌를 선보였다. 
 
ⓒApple

첨단 기술을 다루는 애플이 금융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적어도 미국에서는 은행 시스템이 전혀 최첨단이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그리고 애플은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자체적으로 은행과 비슷한 역할을 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애플은 왜 은행이 되고 싶어 할까? 무려 100여 개의 은행을 털며 악명을 떨쳤던 미국의 은행 강도 윌리 서튼의 말을 빌리자면 다음과 같다. “돈이 있는 곳이니까!” 하지만 더 넓게, 더 멀리 바라보면 훨씬 더 긴 게임이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더 많이 쓸수록 더 많이 저축한다 

최근 발표된 ‘애플 저축 계좌’는 언뜻 보면 의아하다. 다른 많은 애플 금융 상품과 마찬가지로 최소 예금이 필요 없고, 수수료도 없다는 점에서 돈이 회사에 유입되는 방법이 명확하지 않다. 게다가 4.15%의 매우 경쟁력 있는 이자율을 제공해 사실상 소비자에게 돈을 돌려주는 셈이다(애플 저축 계좌의 최대 예금 한도가 25만 달러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숫자가 익숙하게 들린다면 최근 은행 파산 뉴스를 주의 깊게 봤기 때문일 것이다. FDIC가 보장하는 최대 금액이 바로 25만 달러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단기적인 관점만 고려한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매력적인 이자율을 제공하는 애플 저축 계좌는 소비자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애플에 맡기도록 유도한다. 이 돈은 (비록 정확하게는 은행 파트너 골드만삭스에게 있긴 하지만) 애플 생태계 내에 있는 돈일뿐만 아니라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는, 다시 말해 애플의 다른 계정으로 이체될 수 있는 돈이다. 이 고금리 계정(애플 저축 계좌)에 더 많은 돈을 투입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는 애플 페이 및 애플 카드를 통한 구매를 계속할 것이다. 사용자에게는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일이며, ‘돈이 돈을 낳기 때문에’ 애플에게도 좋은 일이다. 
 
애플은 애플 페이 레이터 프로그램을 위해 자회사를 설립했다. ⓒApple

아울러 올 3월 애플이 선보인 선구매 후 결제(BNPL) 서비스 ‘페이 레이터’에도 흥미롭게 살펴볼 만한 점이 있다. 애플 카드 및 저축 계좌와 달리, 페이 레이터 시스템은 금융 파트너와의 파트너십 없이 애플의 자회사 애플 파이낸싱(Apple Financing, LLC)이 운영한다는 점이다. 애플 파이낸싱은 신용 조회, 구매 자금 지원, 소비자 상환 처리 등을 담당한다. 

일반적으로 이런 업무를 전문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애플의 핵심 역량과는 거리가 먼 일이기 때문에 놀랍고 중요한 점이다. 따라서 이 회사는 최소한 애플이 금융과 관련해 지나가는 관심사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상당한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애플이 이 시장에서의 움직임에 그치지 않는다면, 애플의 실제 비즈니스 강점을 더 많이 활용하는 더 큰 전략이 있는지도 궁금해진다. 
 

알고 있던 은행과는 다른 은행 

사실 금융과 기술 시장이 어떻게 교차하는지는 어렵게 찾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애플 페이’는 비접촉 결제의 시초는 아니지만, 비접촉 결제를 대중화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이제는 애플 페이를 사용하지 않는 곳이 사용하는 곳보다 훨씬 적을 정도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에서는 ‘은행’과 ‘기술’이 상충될 때가 많다. 아직도 종이 수표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으며, 은행 송금은 전 세계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여전히 불편하고 느리다. 애플이 이런 불편함을 보고 “이 경험을 개선할 수 있다면 어떨까?”라고 생각했을지 개인적으로 궁금하다. 애플 페이가 소매 업체에서의 구매 경험을 개선한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애플은 천천히 금융 상품을 출시하면서 이 회사는 발판을 마련하고, 게다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애플이 표준을 기반으로 생태계를 개선할 수 있다는 설득력 있는 주장을 할 수 있다. 애플은 실제로 이를 입증한 바 있다(예: 아이메시지). 그리고 앱스토어 또는 여러 구독 서비스로 구축한 대규모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고려할 때, 애플이 이미 금융 비즈니스를 꽤 많이 알고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애플이 금융 업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플레이어로 자리 잡아 뱅킹 경험을 개선하게 된다면 좋겠다. 은행 송금이 애플 페이만큼 쉬워진다면 어떨까? 평생 종이 수표 한 장도 쓸 필요가 없다면 어떨까? 이 모든 것이 애플이 의지를 가지고 추진한다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처럼 느껴지며, 지금까지 애플이 해온 일을 보면 이런 아이디어를 염두에 두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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