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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 '0'이 하나 더 들어갔나… 애플 분기 매출 집중 해부

Jason Snell | Macworld 2021.05.04
지난 몇 년간 애플의 질주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어려울 정도다. 거의 분기마다 최고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2021년 1월부터 3월까지에 해당하는 이번 분기는 더 특별하다.
 
ⓒ Apple

필자는 애플의 재무제표를 읽고 관련 도표를 만들기 시작한 지 10년이 되는데, 애플 웹사이트에 게시된 자료를 보고 뭔가 잘못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당황한 애플 회계사의 손이 떨린 나머지 숫자를 입력할 때 0이 여기저기에 몇 개씩 더 들어간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게시된 실적 자료는 사실이었다. 실제로 애플은 2021년 2분기에 900억 달러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그 자체로도 엄청난 액수이지만 2019년도 휴가철 분기 매출액에서 불과 몇십억 달러 모자라는 수준이다. 2019년도 휴가철 분기 매출액은 2020년 휴가철 분기 매출액에는 뒤지지만 당시 애플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애플의 사업은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연중 시기를 많이 탄다. 사람들은 휴가철에 아이패드와 맥을 많이 구매한다. 물론 가을에 아이폰이 출시되면 매출은 더욱 늘어난다. 휴가철 분기에 매출이 가장 높았고 늘 그랬다. 그런데 이번 분기, 즉 1월부터 3월까지의 2분기 실적 규모는 거의 휴가철 분기와 맞먹는다.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다. 애플 역사상 세 번째로 실적이 높은 회계 분기가 된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유는 여러 가지다. 애플 CEO 팀 쿡은 분기 실적 발표 후 재무 분석가들과 가진 컨퍼런스 콜에서 이번 실적은 사람들이 각자의 인생에서 지금의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가도록 애플 제품이 꾸준히 도와준 점과 앞으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낙관이 모두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때를 잘 만난 아이맥과 아이패드

애플 제품은 모두 매출이 올랐기 때문에 어느 한 가지만 꼽기는 어렵지만 그중에서도 아이패드와 맥을 최고로 뽑을 만하다. 맥 매출액은 작년 2분기 대비 70% 상승한 91억 달러로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아이패드 매출액은 작년 2분기 대비 79% 상승한 78억 달러였다.

이러한 매출 증가에 코로나19 대유행이 큰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팀 쿡은 봉쇄 조치로 학교와 사무실이 문을 닫으면서 가정의 기기 수요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1분기 후반에 M1이 출시한 것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어쨌든 충분히 감탄할 만한 실적이다.

애플 CFO 루카 마에스트리의 표현을 빌리면, 맥의 지난 세 분기는 맥 역사상 실적이 가장 좋은 세 분기였다. 현재의 엄청난 수요는 확실히 재택근무와 온라인 학습 덕분이며 지난 몇 분기 동안 상당히 많은 혁신이 반영된 신제품이 대량 출시된 것도 한 요인이다.
 

단, 아이패드의 실적은 놀랍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아이패드는 초창기(2012~2014년)에 애플에 어마어마한 매출을 올려 주었다. 지난 두 분기 동안의 아이패드 매출액은 사상 최고 수준은 아니지만 지난 6년간 분기 실적 중에서는 최고로 높았다.

휴가철이 아닌 분기에 아이패드가 더 많이 팔린 것은 8년 전이 가장 최근의 일이었다. 아이패드 매출이 아직 그 정도는 아니지만 아이패드 매출이 바닥을 쳤던 몇 년 전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까지 올라왔다.

애플은 다음 분기 전망 관련해서 맥과 아이패드의 경우 이전 분기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요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현재 여러 업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인해 애플이 생산할 수 있는 아이패드와 맥이 한정되기 때문이다. 팀 쿡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렇다면 애플은 2분기의 사상 최고 매출은 어떻게 올릴 수 있었을까? 비결은 생산 기간을 최대한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비축분을 다 소진하는 방식이었다. 팀 쿡에 따르면, 이런 상태가 오래되면 결국 완충 장치와 절충 장치가 전부 붕괴해 공급망 전체에 걸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완충 장치가 바닥나고 있다. 결국 신형 아이맥과 아이패드 프로 모델은 예전에 비해 쉽게 구매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전성기를 다시 누린 아이폰

아이폰 매출 성장세는 최근에 꽤 견실했는데 이번 분기의 실적에는 비할 바가 아니다. 지난해 동기 대비 66% 늘어난 479억 달러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지난해 가을 아이폰 12 제품군이 다소 늦게 등장한 것이 후반기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되었겠지만 지난 분기의 매출 실적도 꽤 좋았고 이번 분기의 매출은 특히 아이폰 실적이 대체로 부진한 분기인 점을 고려하면 눈부신 성과다.
 
애플의 이번 분기 매출에는 퍼플 아이폰 판매액이 포함돼 있지 않다. ⓒ Apple

팀 쿡은 아이폰 매출이 두 자릿수 늘어난 이유로 예전에 아이폰을 구매한 적이 없던 고객층과 기존 아이폰을 업그레이드하는 사람들을 꼽았다. 3월 분기에 업그레이드한 고객 수가 사상 최고였다.

코로나19의 영향도 없지 않았을 것이고, 외관이 새롭게 바뀐 아이폰 12 제품군의 매력도 뒤늦게 업그레이드하는 사람이 늘어난 요인이었을 것이다. 중국과 미국처럼 5G가 잘 갖춰진 국가에서의 5G 업그레이드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다양한 이유를 다 끌어오지 않고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을 66%나 끌어올린 것을 설명할 수 없다.
 

마진 확인

애플은 이번 분기에 단순히 896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 것에 그친 것이 아니라 236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그 결과 지난 두 재무 분기의 수익률은 애플 역사상 가장 높았다.

수익을 높이는 방법에 특별한 비밀은 없다. 판매 제품의 마진이 확실하면 돈을 버는 단순한 원리다. 마진을 남기는 일이라면 항상 잘해 온 애플의 이번 분기 제품 마진은 36%였다. 이 정도 마진율이면 꽤 좋은 정도가 아니라 매우 좋다.

애플이 애플 케어와 애플 TV+와 같이 극과 극의 서비스가 포함된 서비스 매출 성장에 왜 그리 열을 올리는지 의아해했던 사람이 있다면 이 수치를 보면 된다. 이번 분기 애플의 서비스 마진율은 70%였다.

애플 서비스 라인은 하드웨어 매출만큼 증가하지는 않았지만, 작년 동기 대비 27%라는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하면서 애플에 169억 달러 순 매출을 올려 주었다. 이 중 애플이 수익으로 가져가는 비율은 아이폰, 아이패드 또는 맥보다도 높다. 이래서 팀 쿡이 서비스를 '아주' 좋아하는 것이다.
 

알 수 없는 미래

마지막으로, 애플이 피하고 있는 질문도 살펴보자. 기자와 마찬가지로 분석가들은 애플 관계자와의 대화에서 널리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토막 소식이 새어 나올 빈틈을 찾으려고 늘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런 분석가에게 분기별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 콜은 절호의 기회지만 대부분은 빈손으로 돌아간다. 애플은 향후 제품이나 향후 재무적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음 분기 실적이 어떨지에 대한 언질을 주는 것을 역시 자제했다. 코로나의 영향을 받는 현 상황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는 이유다.

필자는 분기별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여러 분석가가 팀 쿡에게 엉겁결에 신제품 이야기를 미리 꺼내게 하려 유도 질문하는 것을 들었다. 그런 분석가를 비웃을 때가 많지만 제퍼리스(Jefferies) 소속 분석가 카일 맥닐리는 예외였다.

그는 애플 매장이 폐쇄되면서 애플 워치와 에어팟 등 액세서리의 매출 성장이 더 어려워진 것이 아니냐는 멋진 질문을 했다. 팀 쿡은 온라인 판매 실적이 예상보다 좋기는 했지만 애플 매장이 열려 있으면 더 좋은 실적을 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답변엔 별 내용이 없었지만 질문 자체가 좋았다고 생각했다.

파이퍼 샌들러(Piper Sandler) 소속 하쉬 쿠마는 팀 쿡에게 올해 하반기 맥과 아이패드 매출을 어떻게 예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팀 쿡은 “아시다시피 애플은 제품별로 제세한 예측은 하지 않는다. 코로나 때문에 이 시점에서 전체 매출에 대해 예상도 할 수 없다. 그 질문은 답변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전형적인 팀 쿡 스타일의 반응이다. 그는 워낙 예의가 바른 나머지 질문에 대답하지 않을 때는 안 하겠다고 말해준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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