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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비서 본격 대결!” 코타나·시리·아마존 에코·구글 나우를 가른 10가지 질문과 답
James A. Martin | CIO
2015.08.11
윈도우 폰 8.1에서의 시험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Cortana)가 드디어 윈도우 10을 통해 데스크톱 OS 생태계에 진출했다(다만 지원 언어의 문제로 일부 국가들에선 아직 이용이 불가능하다).
코타나의 데뷰를 환영하는 의미로 필자는 코타나와 애플의 시리(Siri), 아마존의 에코(Echo), 그리고 구글 나우(Google Now) 네 가상 비서에게 25개의 명령과 질문(몇몇은 진지하게, 몇몇은 장난을 섞은)을 던져보고, 그들이 내놓은 대답들 가운데 그들의 차이를 잘 보여줬던, 열 개의 답변을 추려봤다. 굳이 순위를 매기자면, 개인적으로는 시리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열 개의 답변 내용 중 시리는 다섯 답변에서 점수를 얻었다. 물론 어떤 답변은 정말 실망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에코와 구글 나우가 승점 3점으로 공동 2위를 차지했고, 막내 코타나는 2점을 기록하며 아직은 약간의 서툰 모습을 보여줬다. (모든 질의 응답은 영어로 진행되었다.) editor@itworld.co.kr
“지저분한 농담 좀 해줄래?”
우리의 모든 요청을 성실히 이행하려 노력하는 가상 비서들에게 농담을 부탁하면 어떤 답변이 돌아올까?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아직은 큰 기대는 힘든 수준인 게 사실이었다. 나름의 농담으로 우리를 즐겁게 하려는 모습은 기특해도, 너무 반듯해 도저히 웃음이 나오지는 않았다. 시리의 답변은 너무 황당해 헛웃음이 나오긴 했다(“술집에 몇몇 무리가 들어왔어요…. 아녜요, 제가 생각해도 이건 너무 시시하네요 그만할래요.”). 구글 나우는 똑부러지게 구글에서 유머 사이트를 검색해줬다. 코타나의 농담은 ‘야하진’ 않았지만 나름대로 흥미로웠다(“제가 아는 까칠한 까마귀가 한 마리 있어요. 그 아이는 매일 ‘아 됐다니까악!’이라며 신경질을 부리죠.”). 에코의 답변 역시 완벽히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 굳이 우열을 가리자면 넷 중 가장 나았다. 지저분하면서 우스운 얘기를 해달라는 필자의 요청에 에코는 “지저분한 농담이 듣고 싶다고요? 어떤 꼬마아이가 길을 가다 진흙탕에 빠졌답니다. 다음은 깨끗한 농담, 아이는 얼른 집으로 달려가 샤워를 했어요.”라는 당황스럽지만 나름대로 참신한 유머를 구사했다.
승점 : 에코
“삶이란 무엇일까?”
더글라스 아담스가 저술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속 인류는 최고의 슈퍼컴퓨터를 개발하고 그에게 ‘궁극의’ 질문을 던진다. ‘삶과 우주, 만물의 궁극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달라는 인류의 요청에 컴퓨터는 750만년에 걸친 계산에 들어가고, 결국 ‘42’라는 답을 전해준다. 궁극적인 물음이 무엇인지를 아무도 몰랐기에 결국 힘겹게 얻어낸 이 답은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하고 사라져야 했다(출처: 위키피디아). 이 재미있는 SF 소설 속 상황을 네 가상 비서들에게도 겪게 해봤다. 에코는 전자책을 읽었던 것인지 소설 속 슈퍼컴퓨터와 같은 ‘42’라는 답을 내놨다. 코타나 역시 같은 답을 내놨지만, “믿을만한 선배에 따르면 ‘42’라고 하는군요. 다만 질문이 달라진다면 답도 달라질 수 있을 거에요.”라며 재치 있게 우회로를 파놨다. 시리는 <포레스트 검프>를 감명 깊게 봤는지 ‘초콜릿’이라 답했다.
승점 : 코타나
“‘화이트 와인 한 잔 부탁해요’를 이탈리아어로 어떻게 말하지?”
주인이 사랑하는 와인을 전세계 어디에서나 편하게 즐길 수 있게 도와주는 것도 비서의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와인을 주문할 때 쓸 현지 언어를 요청하는 필자의 질문에 비서들이 내놓은 답은 그리 시원치 않았다. 에코는 아예 답을 하지 못했고, 시리와 코타나는 빙(Bing) 검색 결과 창을 띄워줬다. 결국엔 필자가 알아서 링크들을 클릭해봐야 했고, 슬프게도 ‘화이트 와인을 주문하는 이탈리아어’는 어느 페이지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오직 구글만이 이 질문에 원하는 답을 내놨다. 심지어 구글 나우는 직접 이탈리아어를 발음해주기도 했다. “모르또 베네, 밀 그라지에!(Molto bene, mille grazie!)”
승점 : 구글 나우
“다음 소울사이클 일정이 언제지?”
한 친구의 손에 이끌려 필자는 요즘 소울사이클(SoulCycle) 강좌에 나가고 있다(관심 있는 독자들을 위해 첨언하자면, 조금 종교적인 부분도 없지 않지만 운동 효과는 분명하다). 비서들의 일정 검색 능력을 확인하고자 그들에게 캘린더에서 다음 소울사이클 강좌 일정을 확인해줄 것을 요청해봤다. 에코는 엉뚱하게도 소울사이클 강좌가 아닌 캘린더의 다른 두 일정을 말해줬고, 시리의 경우는 다섯 번이나 말해도 질문을 인식하지 못했다(결국 ‘소울사이클’을 ‘소울 사이클’로 띄어 쓰니 그제서야 지문을 알아들었다). 한 번에 제대로 된 답을 내놓은 것은 구글 나우와 코타나 뿐이었다.
승점 : 구글 나우, 코타나
“이번 시즌 보스톤 레드삭스 경기가 몇 번 남았지?”
코타나와 구글 나우는 이 질문에 직접 답하는 대신, 웹 검색 결과를 띄워줬다. 에코에게선 “질문하신 내용에 대한 결과를 찾을 수 없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네 비서들 가운데 오직 시리만이 ‘시즌 54 경기 가운데 42 경기가 남았다’는 내용을 (곧바로!) 확인해줬다. 심지어 요청하지 않은 지역 랭킹 정보까지 함께 전해주는 세심함도 보였다.
승점 : 시리
“메릴 스트립의 영화 가운데 최악은 뭘까?”
지난 주말 오랜만에 메릴 스트립의 연기에 감탄을 하다 문득 짓궂은 궁금증이 머리를 스쳤다. 최고의 배우인 그녀에게도 ‘흑역사’가 있을까? 곧바로 가상 비서들에게 질문을 던져봤다. 에코에게선 이번에도 결과를 찾을 수 없다는 대답만이 돌아왔고, 구글 나우와 코타나 역시 주말 근무에 항의하는 듯 검색 결과만을 띄워주고 사라졌다. 그나마 가장 정확한 답을 준 것은 시리였다. 그녀는 영화 비평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메릴의 출연작들을 검색해 평점이 낮은 순서대로 정렬해줬다. 혹시 결과를 궁금해할 독자들을 위해 덧붙이자면, <로스트 라이언즈>와 <이브닝>이 근소한 차이로 꼴지를 다투고 있었다.
승점 : 시리
”재미있는 고양이 동영상을 보여줘”
이런 명령어를 말하면 바로 아주 웃기고 귀여운 고양이 동영상이 재생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작동하진 않았다. 유머는 주관적이기 때문에 가상 비서들은 사용자가 직접 선택하게 만들었다. 이 질문에서는 시리가 한 수 위였다. 다른 비서들과는 달리 시리는 동영상 썸네일(하지만 설명글은 없었다)이 들어있는 페이지를 표시했다. 상단 왼쪽에 표시된 동영상은 고양이가 화장실 휴지를 끝없이 푸는 영상을 포함해, 다양한 고양이 동영상이 혼합된 10분 길이의 영상이었다.
승점 : 시리
“ ‘혼란을 겪다’를 어떻게 쓰지?”
얼마 전 필자는 ‘혼란을 겪다(discombobulated)’라는 쓰려다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길이도 긴데다 평소에 잘 쓰지도 않는 단어여서 철자가 헷갈렸던 것이다. 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곧바로 비서들을 시험한 기회로 활용했다. 가장 도움이 안된 것은 코타나였다. 코타나는 빙 검색 결과(와 단어에 대한 야후 엔서(Yahoo Answer) 정의)를 띄워줄 뿐이었다. 반면 시리와 구글 나우, 에코는 철자를 화면에 띄워주는 것에 더해 음성으로 불러주는 친절함을 보였다.
승점(3자 동률) : 시리, 구글 나우, 에코
“요즘 가장 좋은 스마트폰은 뭘까?”
보스톤 레드삭스 홈구장에서 어느 팀을 응원하는 지를 묻는 것만큼이나 뻔한 질문이지만, 한 번 비서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사실 질문을 던지기 전 답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필자가 알고 싶었던 것은 이 인공 지능들이 ‘어떻게’ 답을 도출하는지의 여부였다. 코타나는 “객관적으로 말씀 드리기 힘든 질문이네요”라고 답하며 그 아래 윈도우 폰 아이콘을 슬쩍 띄우는 재치를 보여줬고, 에코는 “당연히 아마존 파이어 폰이죠!”라는 (소수 취향의) 답을 내놨다. 구글 나우는 <미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스마트폰 베스트 10>이라는 기사가 맨 위에 나오는 검색 결과를 띄워주는 공정한 모습을 보여줬고, 시리는 “질문이 잘 이해되지 않네요, 스마트폰이 뭐죠?”라는 1위만이 구사할 수 있는 자신만만한 유머로 필자를 놀라게 했다.
승점 : 시리
“오리들이 도로를 건너는 이유는?”
위의 ‘삶의 의미’에 관한 질문만큼이나 과학자와 철학자들 사이에서 열띤 논의 주제가 되고 있는 “왜 오리들은 도로를 건널까?”라는 질문을 네 비서들에게도 던져봤다. 코타나의 답변은 정말 놀라웠다. 그녀는 “아, 오리들이 그런가요? 전 몰랐네요”라는 당혹스런 대답을 했다. 구글 나우는 언제나처럼 구글 검색 결과를 띄워줬고, 덕분에 관련 위키피디아 페이지를 찾을 수 있었다. 시리는 이 질문에 “너무 쉬워 답을 해드릴 필요가 없을 것 같네요”라고 답했다. 황당해하며 다시 한 번 묻자 이번에는 “이해할 수 없어요. 사람들은 왜 이미 답을 아는 문제를 제게 물을까요?”라는 답이 돌아왔다(음, 네가 얼마나 똑똑한지 알 수 없어서). 이들과 달리 에코는 “그건 오리들만의 비밀이랍니다”라는 현명한 답으로 필자를 미소 짓게 했다.
승점 : 에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