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안드로이드는 두어 개의 기기로 구성된 초라한 생태계에서 엄청난 변종을 자랑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등장한 수천 개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태블릿 중에서도 별난 개념으로 유난히 눈에 띄는 제품들이 있다.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좋다. 인기작 갤럭시 노트 역시 처음에는 이상해 보였다. 그러나 여기 소개하는 10가지 기기처럼 그저 특이하기만 한, 쓸모 없는 물건이 나올 때도 있다. editor@itworld.co.kr
삼성 갤럭시 빔
삼성 갤럭시 빔은 딱 한 가지를 제외하면 어느 면으로도 특별할 것이 없는 폰이었다. 그 한 가지란 내장된 초소형 DLP 프로젝터다. 어두운 실내에서 몇 미터 떨어진 거리로 최대 50인치 크기의 이미지를 간신히 영화 한 편 볼 수 있는 시간 동안 영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기능이 필요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프로젝터를 즐겨 사용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굳이 폰에 프로젝터가 들어가 있을 이유는 없었다. 내장 프로젝터로 인해 갤럭시 빔이 투박하고 못생긴 형태가 됐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교세라 에코
한 화면보다 더 좋은 것은? 두 화면! 그러나 실용성 측면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하다. 교세라 에코는 2011년 스프린트를 통해 대대적인 광고와 함께 등장했다. 이 폰이 내세운 특징은 주 화면 바로 옆에 화면을 하나 더 장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여기 사용된 이중 창 안드로이드 UI는 버그투성이에 기능도 심각하게 제한됐다. 당연한 일이지만 판매량도 신통치 않았다.
삼성 컨티뉴엄
삼성 컨티뉴엄도 듀얼 스크린 폰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컨티뉴엄은 큰 화면 하나를 두 개로 분할한 폰이다. 버라이즌은 2010년 갤럭시 S 제품군의 일부로 이 폰을 출시했다. 탐색 버튼을 화면 아래쪽의 줄무늬 안쪽에 배치하고 하단부에 작은 공간을 남겨두었다. 이 공간에 위치한 “보조 화면”에는 알림, 뉴스와 기타 정보를 표시할 수 있었다. 기본 개념은 흥미로웠지만 실제 구현은 부실했고 공간 낭비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흥미로운 점은 똑 같은 아이디어가 갤럭시 노트 엣지에도 적용되었다는 사실이다. 다만 새로 출시되는 갤럭시 S6 엣지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팬텍 포켓
팬텍 포켓은 2011년 AT&T를 통해 잠깐 동안 판매됐지만 이내 진열대에서 사라졌다. 4:3 비율의 800 x 600 화면을 탑재한 4인치 폰으로, 아이패드를 작게 축소한 다음 훨씬 더 못생기게 만들면 나올 듯한 디자인이었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 좋은 형태도 아닌데 왜 “포켓”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알 수 없다.
소니 태블릿 P
소니는 교세라의 사례를 보고도 교훈을 얻지 못했는지, 2012년 태블릿 P를 통해 듀얼 스크린 안드로이드 세계로 뛰어들었다. 허니컴 기반이며 클램쉘 디자인을 채택한 제품이다. 흥미로운 실험이었지만 소프트웨어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또한 베젤이 너무 두껍고 전체적으로 투박했다.
모토로라 백플립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고 이후 안드로이드 르네상스가 도래하기 훨씬 전, 백플립이라는 제품이 있었다. 뒤로 접히는 힌지가 있어서 닫으면 기기 뒤쪽에 키보드가 노출되는 형태였다. 입력을 위해 열면 바닥면은 멀티터치 트랙패드(‘백트랙’이라고 부름)가 됐다. 그러나 몹시 불편하고, 기기를 쥐고 있는 동안 의도하지 않게 트랙패드가 작동하는 경우가 있었다. 게다가 모토로라는 기본 검색 엔진으로 구글이 아닌 야후를 집어넣는 기행도 덧붙였다.
소니 에릭슨 엑스페리아 플레이
2011년 버라이즌과 AT&T를 통해 출시된 엑스페리아 플레이는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진저브레드 기반이며 가로 방향 슬라이더식 폰이지만 슬라이드 안쪽에는 키보드가 아닌 게임패드가 달렸다.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모바일 스토어에서 고전 PSP 및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몇 가지를 내놓은 후 이내 관심을 끊었다. 지금도 이 폰을 즐겨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성공하기에는 너무 틈새 시장 제품이었다.
모토로라 플립아웃
모토로라는 유별난 힌지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백플립이 AT&T에서 고전하던 바로 그 시점에 T-모바일을 통해 플립아웃을 출시했다. 초소형 2.8형 4:3 화면을 탑재하고, 슬라이더 방식이 아니라 회전식으로 돌려서 아래로 내리는 키보드가 달렸다. 키보드를 닫은 상태에서는 그야말로 작은 벽돌처럼 느껴졌으며 UI는 정사각형 디스플레이에 전혀 최적화되지 않았다. 모토로라 플립아웃은 그 특이함이 어느 수준을 넘어 놀라운 경지에 이른 제품이다.
LG 옵티머스 뷰 2/ 인튜이션
LG는 삼성 갤럭시 노트의 성공을 따라 하기 위해 몇 번 시도를 했지만 아직 확실한 성공작은 없다. 그 중에서도 최악은 옵티머스 뷰 2였다(미국에서는 인튜이션이라는 이름으로 출시). 4:3 비율의 5형 화면을 탑재했으며 용량성 스타일러스를 내장했다. 이 폰의 디자인은 어색함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수준이다.
삼성 갤럭시 라운드
곡면 폰이 요즘 화제다. 그러나 곡면 폰은 일반적으로 상하 곡면이다(바나나를 연상하면 됨). 삼성은 갤럭시 라운드에서 좌우 곡면 형태를 선택했다(납작한 감자칩 과자 모양). 그러나 이 디자인을 활용하도록 설계된 소프트웨어 기능은 거의 없으며, 그나마 일부도 특별히 혁신적이지는 않다. 이 폰의 특이함에는 특이함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