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PC 게임 분야의 가장 놀라운 사건 10가지

고성능 그래픽 카드가 헐값이 되다 2014년 하반기에는 초고성능 그래픽 카드의 가격이 미친 듯이 하락했다. 치열한 경쟁 탓이다. 엔비디아는 9월에 GTX 980과 GTX 970 그래픽 카드를 출시했다. 이 카드들은 성능과 전력 효율성 측면에서 AMD의 최상위 싱글 GPU 카드들을 앞질렀다. 게다가 AMD에겐 설상가상으로 GTX 970의 최저가형 가격은 330달러에 불과했다. 하드웨어로는 반격에 나설 수 없었던 AMD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결국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그것도 엄청나게. 모든 AMD 그래픽 카드의 가격이 큰 폭으로 내려갔다. 현재 초고성능 듀얼 GPU 라데온 R9 295X2는 원래 출시 가격인 1,500달러의 절반 가격에 팔린다. 구매 예정자에게 더 즐거운 소식은 AMD가 라데온 하드웨어에 무료 번들 게임을 푸짐하게 끼워준다는 점이다. 게이머에게는 행복한 나날이다.

리눅스 게임의 부상 오래 전부터 말만 무성했던 리눅스 데스크톱이 드디어 등장하는가? 아직 아니다. 그러나 대작 게임들과 유명 인디 게임들이 오픈소스 OS를 포용하면서 리눅스 게임 생태계는 2014년에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일년 내내 리눅스 지원을 발표하는 게임이 속속 등장했고 리눅스용 스팀 라이브러리도 나왔다. 리눅스 게이머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상황이 밝지만은 않다. AAA급 게임 대부분은 이미 윈도우용으로 한참 전에 나온 것들이다. 게다가 리눅스 게임의 부상은 리눅스 자체에 대한 애정보다는 거실을 겨냥한 밸브의 스팀OS 운영체제가 지닌 잠재력에 따라 움직인다. 다음 슬라이드는 바로 이 OS에 대한 이야기다.

스팀OS의 출시 연기 원래 예정대로라면, 올해는 밸브의 리눅스 기반 스팀OS가 PC 게임의 오랜 족쇄를 풀고, PC 게임을 거실로 가져 나오고, 게임 생태계의 윈도우 독점 구도를 깰 참이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기대감에 차서 리눅스로 열심히 게임을 이식했다. CES 2014에서 10여 개의 유력 PC 제조업체들이 모양과 크기, 기능 측면에서 다양한 스팀 머신을 공개했다. 그 이후 갑자기 소식이 끊겼다. 밸브는 5월 말 스팀OS가 2015년으로 연기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는 핵심 요소인 스팀 컨트롤러의 설계 문제였다(하지만 사실 ‘밸브 타임’ 문제일 가능성이 높음). 거실에서 PC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1년을 더 기다려야 할 듯하다.

그래도 콘솔형 컴퓨터는 나온다 하지만 하드웨어는 밸브 타임에 맞춰 돌아가지 않는다. PC 부품은 판매 수명이 짧기 때문이다(무어의 법칙 덕분!). 스팀OS는 아직 베이퍼웨어 신세지만 밸브의 하드웨어 파트너들이 CES에서 공개한 다양한 스팀 머신들은 여전히 2014년에 출시될 예정이다. 다만 윈도우가 설치된 채로 판매된다. 하드웨어 제조업체들이 윈도우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유지될 경우 스팀OS는 몰락할 수 있다. 일부 콘솔 PC(예를 들어 아주 근사한 에일리언웨어 알파)는 윈도우 위에 게임패드 친화적인 맞춤 UI를 올렸다. 또한 스팀OS 자체는 기본적으로 리눅스 게임용 스팀만 실행하지만 윈도우 기반 기기는 전체 스팀 라이브러리에 접근이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스팀OS가 2015년에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지도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물론 출시가 된다는 전제하의 이야기지만.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도 출시 연기 2013년 PC 게임 커뮤니티에 광풍을 일으킨 이후, 말 그대로 모든 사람들이 2014년에 오큘러스 리프트의 일반 소비자용 버전이 출시되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결국 그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큘러스에도 밸브 타임이 적용되나 보다. 그러나 오큘러스는 2014년을 한가하게 보내지는 않았다. 오히려 무려 3개의 흥미로운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크리스탈 코브(Crystal Cove), 위치 추적이 적용된 2세대 개발자 키트, 그리고 크레센트 베이(Crescent Bay)다. 또한 페이스북이 20억 달러라는 깜짝 놀랄 거액을 들여 오큘러스를 인수했다. 오큘러스는 이 돈으로 PC 게임의 드림 팀을 꾸렸다. 문제는 일반 소비자용 제품 출시 시기를 ‘몇 개월 후’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얼버무리고 있다는 점이다.

오큘러스 <3 삼성 오큘러스 리프트의 2014년 출시 지연보다 더 놀라운 사건은 삼성이 기대 이상으로 훌륭한 기어 VR 헤드셋으로 소비자용 VR 부문에서 선수를 쳤다는 사실이다. 100달러짜리 갤럭시 노트 4 액세서리인 이 제품은 전적으로 노트 4의 힘으로 작동하며 아무런 선 연결도 필요 없다(유선 헤드폰을 사용하는 경우 제외). 게다가 여기 탑재된 소프트웨어는 다름 아닌 오큘러스에서 설계하고 만든 소프트웨어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 거지?

짠돌이 게이머들이 마주한 냉혹한 현실 인텔은 올해 중반 엄청나게 오버클럭이 가능한 펜티엄 G3258로 매니아들에게 큰 추억의 선물을 안겼다. 저렴한 듀얼 코어 칩이지만 오버클럭으로 힘을 주면 상당한 성능을 발휘하는 프로세서로 변신하는, 한정된 예산의 PC 게이머에게 완벽한 상품이었다. 그런데 그 직후 쇼핑 시즌에 출시된 대작 게임들이 이 듀얼 코어 CPU에서 실행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G3258에는 “가짜” 코어를 추가해주는 하이퍼스레딩이 없는데, 먼저 파 크라이 4가 이 CPU에서 실행되지 않았다. 드래곤 에이지: 인퀴지션, 콜 오브 듀티: 어드밴스드 워페어(이후 패치에서 수정됨)도 마찬가지였다. 워치 독스도 듀얼 코어에서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자, 다시 업그레이드할 돈을 모으기 시작하자.

AAA 게임들의 연이은 패착 유비소프트(Ubisoft)는 파 크라이 4를 비롯해 게이머들을 좌절에 빠트린 게임들을 출시했다. 차세데 콘솔 기능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최초의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인 어쌔신 크리드: 유니티는 심각한 버그가 만연했고 최고급 PC가 아니면 원활하게 돌아가지도 않았다. 문제가 너무 심각한 나머지 PC월드는 게임의 문제점을 경고하는 기사까지 썼다. 유비소프트는 버그 수정 상황을 알리기 위한 블로그를 따로 만들었지만 설상가상으로 어쌔신 크리드: 유니티는 게임성도 별로 좋지 않았다. 대작 게임들의 패착은 PC 게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콘솔에서는 헤일로: 마스터 치프 컬렉션과 드라이브 클럽이 이와 비슷한 끔찍한 버그로 몸살을 앓았다.

와우! 이게 울펜스타인? 솔직히 말해 PCWorld 게임 리뷰팀은 울펜스타인 : 뉴오더(Wolfenstein: The New Order)에 대해 출시도 되기 전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프리뷰는 게임이 기존의 시리즈와는 완전히 다른 게임으로 보였으며, 개발사 베데스다는 게임 출시 하루 이틀 전까지 리뷰를 위한 프로그램을 주지 않았다. 한 가지 측면에서는 우리가 옳았다. 이번 게임은 울펜스타인 시리즈 사상 가장 급진적인 출발이다. 이 게임은 전통적인 울페스타인처럼 보이지도 않고, 그렇게 플레이되지도 않는다. 심지어는 더 이상 전형적인 슈팅 게임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불안감은 근거 없는 것으로 판명났다. 울펜스타인 : 뉴오더는 정말로 눈부신 게임으로, 엄청난 재미를 안겨 준다.

스팀의 엉뚱한 변신 앞서 살펴본 것처럼 2014년은 스팀 머신의 해는 되지 못했다. 하지만 스팀 클라이언트가 단지 친구와 게임 목록 이상의 것이 되는 해였다. 밸브는 올해 여러 건의 스팀 업데이트를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향상된 인터페이스를 갖춘 스팀 뮤직과 두 가지의 킬러 기능인 스팀 인홈 스트리밍과 스팀 브로드캐스팅이 포함되어 있다. 스팀 인홈 스트리밍은 게임을 위한 넷플릭스 같은 기능으로, 가정용 네트워크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이 기능은 주력 게임 머신에서 게임을 구동하지만, 이를 네트워크 상의 다른 PC로 스트리밍해 거기서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반면에 스팀 브로드캐스팅은 트위치(Twitch)에 대한 밸브의 대응으로, 스팀 클라이언트에 실시간 스트리밍 기능을 직접 탑재해 버렸다.